열림터

열림터에서 보내는 5월 소식입니다 본문

사는 이야기/열림터 다이어리

열림터에서 보내는 5월 소식입니다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설 성폭력피해자보호시설 열림터 2019. 6. 11. 14:29

안녕하세요.

 

볕이 좋고 점점 더워지는 것이 벌써 여름이 오고 있네요. 옥상에 심은 깻잎은 얼굴만큼 크게 자라더라구요.

 

수줍지만 제 소개를 드릴까 해요. 저는 지난 3월부터 열림터에서 새로 활동하게 된 수수입니다. 제가 열림터에 온 지 벌써 3개월이 되어 가네요. 열림터 식구들에게 환대받으며 열림터가 어떤 공간인지 조금씩 익히고 있습니다. 지난 3개월간 세 명의 식구들과 작별인사를 했고, 두 명의 새로운 식구들을 만났어요. 밥도 같이 먹고, 잠도 같이 자고, 티비도 같이 봤답니다.

 

5월 열림터의 크고 작은 소식들을 나눠드릴게요. 가장 안타까운 소식은 마미의 부상이에요. 황급히 계단을 내려가던 마미가 다리를 삐었고 결국 골절로 수술까지 했습니다. 마미는 지금 목발을 짚고 다니는데요. 아픈 발을 더 다치지 않게 몸의 균형을 잘 잡아서 요리를 하거나 밥을 먹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토리는 다소 갑작스러운 자퇴와 퇴소를 했어요. 그렇지만 푹 쉰 뒤에, 6월부터 하고 싶었던 일들을 열심히 할 거라는 소식을 공유해주었습니다. 보라와 하루는 알바를 시작했고, 은서는 퇴소하여 가족과 함께 살 준비 중입니다. 캐롤은 한국사 시험을 보았습니다.

 

열림터에 새로운 세탁기와 건조기가 들어왔어요! 정글 나무처럼 늘어져 있던 빨래건조대가 이제는 좀 정리가 되지 않을까 기대해봅니다. 새로운 냉장고도 들일 예정이었는데, 장소가 너무 협소해 다음에 다시 설치를 시도해보기로 했습니다. 식구들이 좀 더 깨끗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살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이번 달에는 2019년의 두 번째 퇴소자모임이 있었습니다. 열림터를 거쳐 나간 생활인과 활동가들이 다시 만나는 반가운 자리였습니다. 서로의 고민을 나누고 다음 모임을 기대하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열림터는 올해 두 달에 한 번씩 퇴소자 모임을 할 계획입니다. 열림터가 퇴소한 이들이 기댈 수 있는 버팀목이 될 수 있으면 합니다. (5월 퇴소자모임 후기는 https://yeolim.tistory.com/130에서 읽을 수 있어요!) 

 

이번 한 달동안 열림터 활동가들은 다른 여러 시설들을 만나러 다녔습니다. 올해 열림터의 25번째 생일을 맞아, 피해자보호시설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성폭력피해자보호시설뿐만 아니라 주거지원시설, 청소년 쉼터들과도 만나보고 있습니다. 각각의 시설들마다 가지고 있는 고민을 듣는 것이 제게도 큰 공부가 됩니다. 10월에 열릴 '열림터 25주년 포럼'을 기대해주세요.

 

열림터는 여러 외부 일정에도 함께 하고 있습니다. 안희정사건공대위 차원에서 여성마라톤대회와, 한국성폭력상담소에서 하는 피해와 생계 사이 연속집담회,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등에 의한 성폭력 사건과 고 장자연씨 사건 등 권력층에 의한 반인륜적인 범죄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 청소년주거권네트워크 등에 참석했습니다. 이외에도 여러 교육을 하러 가거나, 교육을 들으러 가는 등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답니다.

 

아, 그리고 열림터가 블로그를 다시 시작했어요. 블로그에서는 열림터 식구들의 글과 간간히 올라오는 숙직일기, 그리고 열림터 소식을 바로바로 보실 수 있습니다. 많은 관심과 격려, 댓글도 부탁드립니다.

 

모두 건강하세요. 감사합니다 🙂

 

2019.05.31 열림터 수수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