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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폴짝기금 인터뷰 : '서럽지 않은 집, 먹고 살기 힘들지 않은 직장, 의지할 수 있는 네트워크' 가 필요하다는 은서 본문

열림터 식구들의 목소리

2021 폴짝기금 인터뷰 : '서럽지 않은 집, 먹고 살기 힘들지 않은 직장, 의지할 수 있는 네트워크' 가 필요하다는 은서

열림터 2021. 6. 7. 13:00

열림터를 퇴소한 사람들의 자립을 지원하는, 2021년 또우리폴짝기금 프로젝트가 시작되었습니다! 올해는 10명의 또우리들이 폴짝기금에 선정되었어요. 기금을 사용할 모든 또우리들과 인터뷰를 진행했답니다. 

세 번째 또우리는 은서입니다. 은서가 전해주는 이야기들을 모두와 나누고자 합니다. 은서는 시설을 퇴소한 성폭력피해자들을 위해 사회가 마련해야 하는 지원책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의견을 나눠주었어요. 소중한 의견도 기록합니다. 


 

수수: 은서는 어떻게 지냈나요?

은서: 열림터 나가서 가족이랑 같이 살았는데요. 거기도 시설이라 답답해서 나와서 자취를 했어요. 그 이후에 가족들이 다같이 집을 구해서 새로 이사를 했구요. 저는 학교 과정을 다 듣고 졸업유예 중이고 현재는 알바하는 중이에요.

 

수수: 폴짝기금 알게 되고 어떤 생각을 했나요?

은서: 폴짝기금은 올해 처음 알게 되었어요. '뭐지? 신기한 게 있구나.' 그런 심정이었구요. '신청한다고 될까?' 싶어서 고민이었어요. 한다고 될까 싶어서. 이런 지원사업에는 지원자가 많이 있기 마련인데, 제가 마음을 이끌만한 사연을 쓸 수 있을지... 또 폴짝기금으로 하고 싶은 게 있는지 생각하다보니까 고민이 되었던 것 같아요.

수수: 사실 꼭 마음을 이끌지는 않아도 괜찮아요. 경쟁이 치열한 기금은 아니라서요. 그렇지만 지원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내가 누군가를 마음에 들어야 하나'하는 부담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은서: 맞아요. 그런 거였어요.

 

수수: 은서가 기금으로 뭐 하고 싶은지 소개해줄 수 있을까요?

은서: 가족사진을 찍고 그 후에는 몸을 가꾸기 위해 운동기구를 구입하는 계획을 세웠는데요. 계획서를 작성하기 전에 주위에 많이 물어봤어요. "50만원 생기면 뭐 하고 싶니?" 하구요. 다양한 답변을 들었는데, 그 중에 가족사진을 찍고 싶다고 답해준 친구가 있었어요. 가족사진 촬영은 내 스스로 선뜻 하기엔 부담스러운 금액이지만, 하면 의미있을 것 같아서 계획으로 작성하게 되었어요.

수수: 저는 은서를 성실한 사람으로 기억하고 있는데요. 그렇죠? 왜냐면, 홈트레이닝은 보통 잘 안 하게 되잖아요. 그런데 은서가 자전거 운동기구 구입을 계획한 걸 보고 , 역시 의지가 단단한 성실한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은서: 사실 가진 돈으로 피티를 신청한 적이 있어요. 살이 많이 쪘었거든요. 피티를 하고 살이 좀 빠지기도 했고, 운동의 효과도 알게 되었어요. 그런데 피티를 계속 다니기에는 금전적으로 부담스럽잖아요. 근데 헬스장에 자전거가 있더라구요. 그 자전거가 집에 있으면 좀 더 편하게 운동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어요. 10분~30분이라도 자전거를 타면 운동을 안 하는 것보다는 좀 낫지 않을까. 특히 헬스장을 따로 끊고 간다고 해도 유산소 운동만 할 거 같더라구요. 근력 운동은 강사님 도움 없이 혼자 하면 다칠 거 같아서요. 또 피티는 단기간에 끝나는 게 아니라서... 폴짝기금으로는 4회기 정도밖에 못 내고, 추가로 내 돈으로 6회기 정도는 더 내야 하는데 좀 부담이에요. 만약에 제가 폴짝기금 계획을 변경하게 된다면 헬스장 이용권을 등록할 것 같아요. 그런데 솔직히 귀찮다고 안 갈 거 같아서. 집에 자전거가 있는게 더 좋을 것 같아요.

 

수수: 은서가 열림터를 퇴소하고 자립의 과정을 경험했잖아요. 자립하면서 좋았던 점과 힘들었던 점은 무엇이었나요?

은서: 좋았던 점은 이거예요. 열림터에 있었을 때 가장 힘들었던 것은 규칙. 통금 시간이나 정해진 저축금액이 힘들었거든요. 여행 가기도 어렵고요. 자립하고는 규칙이 없어서 좋았는데, 안 좋은 거는 확실히 돈이지 않을까. 의식주에 다 돈 들어가고... 또 사람이 돈을 쓸 수 있게 되니까 감당없이 쓰더라구요. 그런거가 힘들어요. 자유와 돈을 맞바꾼 느낌?

수수: 다른 사람도 인터뷰에서 비슷한 말을 했어요. 퇴소 이후에 그동안 저축했던 돈에 대한 보상심리가 생겨서 돈을 많이 썼는데, 후회되지만 즐거운 후회라고요

은서: 저도 마찬가지예요. 근데 뼈저리게 후회는 되네요.

 

수수: 그럼 마지막 질문입니다. 시설을 퇴소한 성폭력 피해자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은서: 사회적인 지원을 말씀하시는 거라면, 가장 필요한 건 금전적 지원이 아닐가 싶어요. 돈을 주는 게 어렵다면 주거지원이 제일 필요한 것 같구요. 제가 열림터 있을 때에도 주거지원시설 몇 군데를 소개받았는데, 그것처럼 자립하려고 하는 사람들을 주거지원기관에 연계하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열림터을 나와서 느낀건데, 집이 제일 서럽더라구요. 자취를 하게 된다고 하더라도 집을 계약하는 방법을 모르잖아요. 그런 걸 좀 알려준다던가. 연계된 부동산이 있으면 좋고, 없으면 설명해주고. 모를 수도 있잖아요. 이 가격에는 최소한 이런 집 봐야한다.
그리고 돈 필요한 일이 제일 많죠. 저는 운이 좋은 편이라 가족이 있었지만. 혼자 나와 살아야 하는 경우에는 집도 없고, 옷도 없고. 직장 연결해주는 제도가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대학교를 안 가고 바로 취업을 하는 경우도 있잖아요. 그럴 때 연계될 수 있는 직장이 있으면 좋겠어요. 당장 알바만으로 먹고 살기가 힘드니까.
네트워크라고 해야 하나? 많이 느낀건데, 퇴소하고 나서 의지할 곳이 많이 없더라구요. 저는 가족에 가장 의지하는 편인데 가족에게 의지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으니까요. 제가 봤던 사람들 중에서도 친족성폭력피해자가 제일 많았구요. 퇴소한 뒤에 의지할 곳이 없다는 생각을 했던 거 같아요. 사실 네트워크를 만들기 위해 열림터에서 또우리모임도 하고 하시는거겠죠. 네트워크란 게 쉽게 만들어지는 건 아닌 것 같아요. 그렇다면 심리상담비용, 정신건강의학과병원비용을 지원해줄 수 있으면 좋겠어요. 금전적 상황으로 인해서 병원에 잘 안 다니더라구요. 근데 병원에 안 가면 마음 상태가 악화되는 걸 많이 봤어요.
아참, 말도 안 되는 상상인데요, 후원금을 많이 많이 모아서 퇴소한 사람들 살 수 있는 빌라를 살 수 있으면 좋겠네요. 그래서 월세 조금만 받고 살게 하고. 근데 평생 살 수는 없을테니까, 기한을 정하구요.

 

수수: 그럼 마지막 질문도 끝났습니다. 혹시 또우리들이나 생활인에게 하고 싶은 말 있으신가요?

은서: 제가 섣불리 무슨 말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같잖은 위로를 할 수도 없고, 또 '무조건 지지할게'라고 할 수도 없고.... 감정은 많은데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상처가 될까봐서요. 많이 힘드니까. '지나가면 다 끝나'라고도 못하겠고. 저도 아니니까요. 그렇지만 동질감은 느끼고 있다는 것, 그건 전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성폭력피해생존자들의 시설 퇴소 후 지원체계에 대한 다양하고 구체적인 의견을 내준 은서는, 인터뷰가 끝난 후 열림터 활동가에게 오픈카톡방 운영 방법 교육도 짧게 해주었답니다. 사실 열림터에서는 또우리들에게 일일이 카톡과 문자를 보내서 안내사항을 전달하고 있었거든요... 소식을 받고 싶은 또우리들에게 일괄적으로 메시지를 보내는게 더 효율적이지 않겠냐는 은서의 제안이었어요. 이 자리를 빌어 감사의 마음을 다시 한 번 전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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