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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숙직 일기

버선발로 뛰어가 배웅한 생활인의 등교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설 성폭력피해자보호시설 열림터 2022. 5. 17. 15:00

생활인을 깨우는 나

"정확히 7시 반이에요, 쌤"

아침 일찍 깨워달라던 00이의 부탁에 긴장해서 3시 반부터 두시간 간격으로 잠에서 깼다.

7시 반, 칼같이 00이의 방으로 달려가 00이를 깨웠다.
 
"00아 ~~~~ 일어나~~~~~!!"

웬일인지 00은 누워서 핸드폰을 하고 있었고 다시금 눈을 감더니 ‘8시에 깨워주세요. 이번엔 진짜에요.’했다.

8시가 마지막 알람시계 노릇이라는 엄포를 놓고 숙직방에 드러누웠다. 잠에 들려는 찰나 다시금 울리는 핸드폰 알람,
8시였다. 어기적어기적 다시 00의 방으로 내려갔다. 어라 내가 이장면을 꿈에서 봤던가. 아 아까도 내가 00이를 깨우러 갔더랬지 맞다. 감기는 눈을 번쩍 뜨고 00방의 문을 두드렸다. 

“8시다~~~~!!!!!!!!!!!!”
 
일어났다고 소리치는 00.
얼른 씻자고 00보다 더 크게 소리를 지른다. 덕분에 잠이 조금 깨는 것 같기도 하다.

이를 닦고 옷을 갈아입고 설거지를 하고 식기를 정리하며 퇴근을 준비했다.

“선생님 지금 나가요? (아니) 저는 지금 나가요!”

“학교 다녀오겠습니다.”


신발장에서 인사를 하는 00에게 버선발로 뛰어가 

‘어이구 시험 잘보고 오렴, 00이 학교 일찍 가네 멋지다 멋져 최고다 최고!’
 
‘오늘 시험 끝나고친구들이랑 떡볶이 먹고 온댔지? 떡볶이 두 개씩 찍어먹어라~~~’

호들갑이란 호들갑은 다 떨며 배웅을 했다.



‘00이가 등교를 하였습니다~~~!!”

열림터 활동가 단톡방에 00의 등교소식을 알렸다.
나는 폭죽과 다이너마이트 이모티콘으로 기쁜 마음을 포효했다.


‘수고하셨습니다!^^’
‘호잉 고생하셨어요!’

동료들의 대답이 이어졌고 쾌재를 부르며 퇴근을 한 야간활동가, 나.


이윽고 1시간 뒤 00이 학교에 도착을 하지 않았다는 연락을 받았다.

오늘은 학교 말고 어디를 갔을까. 떡볶이 약속이 있다는 말은 거짓말이었을까.
몇 시부터 학교에 가지 않겠다고 마음을 먹은 것인지 그런 것들이 궁금하다.

오늘 이이를 만나면 도대체 어디를 갔었냐고 뒤통수 제대로 맞았다고 거짓말 디테일이 점점 는다며 웃으며 맞이해주어야지.
그러면 분명 거짓말은 디테일이죠 쌤~하고 씨익 웃어보이는 00이의 얼굴이 벌써부터 그려진다.
 
 

                                                                                                                             열림터 활동가 추상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