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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하울링'을 보고- 왜 하필이면 성폭력을 주제로 하는 걸까?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설 성폭력피해자보호시설 열림터 2012. 3. 9. 12:17
 열림터 생활인 은율이가 영화 '하울링'을 보고 쓴 감상문입니다.
 은율이는 성폭력 피해에 대한 내용이 들어가 있는 이 영화를 보고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얼마 전 송강호, 이나영이 주연인 영화 '하울링'을 보았다.

송강호는 강력계 만년 형사로 승진 때마다 후배에게 밀리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순찰대 출신인 이나영이 강력반으로 오게 되고 송강호와 이나영은 파트나가 되면서 연쇄살인사건을 다루면서 영화는 시작된다.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연쇄살인사건의 주범이 사람이 아닌 늑대개였고, 그 늑대개 조련사가 '아동성폭력' 피해자의 아버지인 것이 밝혀진다. 자신의 아이를 성폭행하고 성매매를 시킨 범인들을 살해하기 위해 늑대개를 조련한 것이다.

이 영화는 연쇄 살인사건에 대한 내용보다는 범인이 어린 아이들을 감금하고 성매매를 강요하는 것을 더 강하게 보여주는 것 같았다. 솔직히 영화를 보면서 여러가지 생각을 했다.
그리고 내가 본 다른 영화들이 떠올랐다. 그 영화들은 아동성폭력에 대한 내용들...... 왜 하필이면 성폭력에 대한 이야기를 바탕으로 하는 걸까? 영화를 통해 범죄의 수법이 드러나는 방식은 지나친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렇다고 해서 이 영화를 욕하는 것은 아니다.
분명 재미있게 보았고 슬픈 감정도 느꼈다.
하지만 내용은 작년 대한민국을 분노하게 만든 아동성폭력 문제로 시작했다는 점이 아플 뿐이다.
분명 피해를 입은 사람이 있을텐데...... 그런 사람들이 이 영화를 본다면 얼마나 마음이 아프고 고통스러울까 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 나라 영화는 아동성폭력, 근친성폭력, 또는 그냥(?) 성폭력 문제들로 된 영화들이 너무 많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 다른 주제들로도 충분히 재미와 감동을 줄 수 있을텐데......

내가 바라는 점이 있다면 성폭력을 바탕으로 영화가 만들어지는 일은 이제 없었으면 좋겠다!
영화를 보는 내내 손에 땀이 나고 긴장이 되고 어떻게 마무리가 되는지가 궁금했지만, 영화를 보고 난 뒤에는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된 것 같다.
더 이상 대한민국에 성폭력 피해자가 생기는 일이 없길 바라는 간절한 내 마음^^

참!!! 영화 속에서 모든 사람들이 범인 잡는 것에만 신경 쓸 때, 숨겨진 진실을 찾아내는 이나영이 나는 너무 멋졌다. 그리고 영화 속에서 자꾸 여자라고 무시하는 장면에서는 너무 화가 났다.
여자니까 잡일이나 시키고, 여자라서 이건 하면 안 된다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여자도 인간이고, 여자라고 해서 하면 안 되는 일은 없다고 본다. 여자도 인권이 있다!! 여자도 할 수 있는 일이 많다는 걸 알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어리다고, 여라라고 모욕감을 주고 희롱하는 일도 없으면 좋겠다.
난 영화 속 이나영의 캐릭터가 너무 좋았지만 한편으로는 약자라서 참을 수밖에 없어서 안타까웠다.
그래도 자신의 신념은 강해서 너무 좋았다. 나도 영화 속 이나영의 캐릭터처럼 나의 신념이 강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