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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영 뺨치는 글쟁이! 본문

열림터 식구들의 목소리

공지영 뺨치는 글쟁이!

열림터 2012. 10. 10. 11:10

 

"어? 생각했던 것보다 예뻐서 맘에 들어요."

"글쓰기 가르치는 샘이라 해서 청바지에 티셔츠, 머리도 대충......뭐 암튼 그럴 줄 알았거든요."

"나이도 많을 줄 알았는데, 상상했던 샘이 아니어서 좋아요."

치유하는 글쓰기 첫날, 나는 열림터 친구들의 칭찬에 어리둥절했지만,

‘귀여운 것들, 요런 게 먹히는구나, 이쁘게 보이고 싶었는데 다행이다.’

그래, 열림터 친구들 앞에 나는 산뜻하게 등장하고 싶었다. 한때 열림터에 살았던 언니이자 열림터 활동가이기도 했던 그들과 같은 상처를 지닌 나. 지금은 그 상처를 책으로 써낸 사람으로서 나는 우중충하게 보이고 싶지 않았다. 그들이 나를 통해 자신들의 미래를 상상할 수도 있겠다 싶었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치유하는 글쓰기 시간을 기다려지고, 신나는 치유의 놀이로 만들고 싶었다. 자신들의 힘을 발견하며, 쑥쑥 자라는 곳, 함께 마실 나온 것처럼 마음껏 그들의 글을 쓰면서 놀 수 있는 놀이터처럼.

"근데요, 선생님 뭐가 이렇게 읽을 게 많아요?"

"너무 어려워요."

"글쓰기 너무 부담스러워요."

‘아, 내가 놓치고 있었구나, 내가 무얼 하고 싶은가보다 우리가 함께 할 것을 고민해야하는 거였어.’

친구들과 1대1로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들의 눈높이 마음깊이에 치유하는 글쓰기 프로그램을 맞춰 새롭게 구상했다.

일단, 과제를 없앴다. 한 주 동안 글 쓸 주제에 대해 질문을 던져주고, 자유롭게 생각해오라고 했다. 열림터 친구들은 각자 자신만의 방법으로 자유롭게 생각해왔다. 친구들은 작고 예쁜 노트에 몇 장 또는 몇 줄씩 자기의 글을 써오고, 프로그램을 하는 시간 동안 그 뼈대에 살을 붙이고, 숨을 불어넣었다.

숨 불어넣기란, 서로의 글을 읽고, 들어주면서 함께 욕도 하고, 눈물도 흘리며, 기운도 북돋아주는 작업이다. 그냥 묻어두었으면 잊혀지거나 자기 자신과 가해자만 아는 쪽팔리고 더러운 기억들로 남았을 텐데 서로의 눈물과 한숨, 욕하기, 위로와 격려의 기운을 만나 그것들은 새로운 생명력을 갖게 되었다. 이 과정은 피해자의 재수 없던 경험이 '잘 극복하고, 잘 살아남은' 생존자의 경험으로 재구성되는 시간이었다.

어떤 날은 한 친구의 울음을 모두들 온 맘과 온 몸으로 함께 했다. 그 시간이 힘들기도 했고, 버겁기도 했다. 내 인생도 힘든데 왜 다른 친구들 힘들 게 살아온 이야기까지 들어야하는지 모르겠고, 그게 싫을 만도 했다. 그러나 열림터 친구들은 자기 마음 깊은 곳에서 끌어올린 이야기를 듣고, 들려주면서 열림터에 함께 사는 사람을 넘어서 진짜 자매애를 느끼는 치유의 동료가 되어갔다.

한 주, 한 주가 지나면서 우리는 어린 시절 가해자에게 겪었던 일을 눈앞에서 보는 것처럼 쓸 수 있었고, 최근에 겪은 재판과정의 분통터지는 과정도 ‘그 검사 누구야?’하며 공분을 이끌어낼 수 있을 정도의 글쓰기가 가능해졌다.

‘글쓰기는 부담스럽다, 어렵다’ 말하던 친구들은 이제 이런 주제, 저런 주제로 글을 써보고 싶다는 아쉬움을 가지게 됐다.

8주의 치유하는 글쓰기가 끝났다. 서로의 글에 생명력을 불어넣고, 경험을 새롭게 했던 8주. 무엇보다 진솔함과 치열함에 신이 났던 우리들의 글쓰기!

이 여름 그대들은 “공지영 뺨치는 글쟁이” 였다.

 

* 글쓴이 은수연 /  2012. 7 ~ 8월에 열림터 친구들과 함께 치유하는 글쓰기를 진행하신 선생님이자,

   <눈물도 빛을 만나면 반짝인다> 책을 쓰신 작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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