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폴짝기금 인터뷰 : 자신의 속도대로 살고 싶은 유유
2023년 4회 또우리폴짝기금 프로젝트가 진행 중입니다.
자립의 과정을 겪으며 떠오르는 경험과 변화하는 마음을 담은 또우리들의 목소리를 여러분과 공유합니다.
올해는 15명의 또우리들이 폴짝기금 프로젝트에 함께 하게 되었습니다.
🚥 열 두 번째 인터뷰는 유유입니다.
자신의 속도대로 살고 싶은 유유의 인터뷰를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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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타: 안녕하세요 유유. 어떻게 지내셨나요?
🚥유유: 갑상선 암 수술을 끝내고 집에서 회복하는 시간을 갖고 있었어요. 지금은 신청서 쓸 때보다 훨씬 나아졌어요.
🐫낙타: 다행이네요. 힘든 시기에 신청서를 쓰셨네요.
🚥유유: 초반에는 목도 막 안 움직이고 체력이 진짜 너무 많이 떨어져서 나이 듦과 질병에 대해서 더 생각하게 된 것 같아요.
🐫낙타: 질병에 맞닥뜨리게 되니까 나의 노후에 대해서 상상을 해보게 되었군요. 나의 노후는 어떠면 좋을지 미래를 그려보게 되는 것 같아요. 지금은 어떤 집에 어떻게 살고 있나요?
🚥유유: 지금은 원룸에서 혼자 살고 있어요. 저는 어렸을 때부터 혼자 살고 싶었어요. 가해자가 친부였으니까 가해자랑 분리가 안 되는 상태로 계속 살았거든요. 첫 가해가 한 6살 때쯤부터. 그 이후로 간헐적으로 발생을 했는데, 언제 내가 또 그런 일을 겪을지 모른다는 그 불안 때문에 집에 있는 동안 너무 괴로웠어요.
🐫낙타: 퇴소하고 자취를 어떻게 시작하셨어요?
🚥유유: 엄마가 도와줬어요. 제가 가해자를 고소했었는데 엄마가 막 울면서 취하해 달라고 했거든요. 그래서 제가 고소를 취하하고 변호사 통해서 처벌불원서까지 써 보냈어요. 검사 측에서 가해자 교육 같은 거는 받게 하지 않을 거냐 해서 그것도 됐다고 정리를 했어요. 그래서 엄마가 보증금을 준 것 같아요. 아마 고소 취하에 대한 대가였겠죠. 위자료 받는다는 생각이었어요. 왜냐하면 가해자는 전혀 처벌을 받지 않았고 엄마도 온전히 제 편이 아니거든요. 이번에 열림터에서 지원해 주신 심리상담에서 엄마랑 같이 상담받으러 가기도 했는데요, 바뀌는 게 별로 없더라고요. 늘 생각하는 건데, 열림터에서 조금 더 준비해서 금전적으로 내가 더 보증금을 마련할 수 있을 때 나갔다면 고소를 취하하지 않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후회가 남아요. 그때는 9명이서 지낼 때였는데, 다양한 나이대의 사람들과의 단체생활을 처음 겪어봐서 많이 힘들었었거든요. 맘 맞는 생활인이 있었는데 그 분이 나간 다음에 들어온 생활인들이 금방 왔다가 나가는게 잦아서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고요. 그래서 급발진해서 나간 감이 있어요. 그래도 조금 더 참고 견뎠더라면 어땠을까 아쉬워요.
🐫낙타: 앞으로는 어떤 집에 누구와 살고 싶나요?
🚥유유: 계속 혼자 살고 싶구요. 조금 더 큰 집에서 고양이를 가족으로 맞아 같이 살면 더 행복할 것 같아요. 아주 만약에 나이가 들어서 혼자 살기가 어려워진다면 그때는 동거인이 있을 수 있겠지만 마음 맞는 사람 찾을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결론은 얼른 생활동반자법이 제정됐으면 좋겠어요.
🐫낙타: 지금 어떤 일을 하고 있으신가요?
🚥유유: 학원을 다니고 있어요. 제가 평소 관심이 있었던 분야의 일이라 즐겁게 배우고 있습니다.
🐫낙타: 유유가 지금 첫 번째 참여인 거잖아요. 처음 알게 되셨을 때 어떤 마음이셨어요?
🚥유유: 퇴소하고서도 열림터와의 연결감을 느껴서 되게 좋았어요. 뭔가 안정이 된다고 할까. 당장 신청하지는 않아도 이런 제도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저한테 위안이 되었는데, 더 필요한 사람이 있을 것 같아서 신청하지 않았어요. 열림터랑 상담소 어려운 걸 아니까 뭔가 돈을 빼먹는 것 같고.
🐫낙타: 저희가 또우리 지원을 위해 후원을 독려하고, 후원금을 모아 또우리폴짝기금사업을 할 수 있는 거니까요. 기존 계획에는 제주도 호텔이라고 되어있는데 나의 휴식을 위한 것이라면 숙소비에 다 사용해도 상관없어요. 평소에는 부담스럽지만 기금이니까 할 수 있는 경험이라고도 생각을 해요. 요즘 가장 하고 싶었던 게 이것일까요?
🚥유유: 네. 마음이 좀 편해졌어요.
🐫낙타: 열림터 퇴소하고 나서 자립하면서 좋았던 점 힘들었던 점에 대해 얘기해볼까요?
🚥유유: 좋았던 점은 온전히 혼자 살 수 있게 됐다는 것. 여전히 불안하고 어렵기도 하지만 그래도 작은 공간이나마 혼자 있고 싶은 마음을 충족시켜주고 평온을 주는 저만의 공간이 생겨서 기뻐요. 여기서는 내 속도로 살 수 있으니까요. 힘들었던 건, 열림터 밥이 진짜 맛있었거든요. 그 밥이 아직도 생각나요. 글쓰기 강의도 정말 좋았었고, 활동가 선생님들께서 챙겨주시는 것도 따뜻하고 좋았었어요. 그 밖에도 좋은 게 진짜 많았어요. 나가봐야 소중함을 안다고, 나가 보니까 여기서 받았던 게 진짜 좋은 것들이었다는 걸 알게 됐어요. 든든한 울타리가 사라진 느낌.
🐫낙타: 불안감이 들때는 연락주시고 밥먹으러 와도 되는거 알죠? 마지막 질문입니다. 시설을 퇴소한 성폭력 피해자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요?
🚥유유: 저는 고소를 취하하고 처벌불원서까지 제출해서 가해자가 직접적인 처벌이나 벌금 같은 걸 안 받았거든요. 그런 상황에서 왜 피해자가 애써 고소를 취하하고 처벌불원서까지 제출하는지 좀 더 섬세하게 피해자를 헤아려 줄 수 있는 시스템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처벌이 더 강화되었으면 좋겠어요. 지금은 성범죄 저질러도 감옥 안 갈 수도 있고 얼마 안 살고 다시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하니까 더 만연하다고 생각해요. “성범죄를 저지르면 네 인생은 끝난다.” 이런 식의 뭔가 강력한 메시지가 있어야 그나마 줄어들지 않을까요.
🐫낙타: 그런 상황에 있는 피해자가 많죠. 처벌 불원서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태로 만들어 버리기도 하고, 하지 않으면 혹시나 큰일 날까 하는 불안감 때문에 선택을 하게 되는 경우도 있고요.
🚥유유: 맞아요.
🐫낙타: 인터뷰는 이렇게 마무리를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유유: 참, 또우리 심리상담 너무 잘 받았어요. 감사합니다. 지금은 이제 상담 당분간 안 가도 될 것 같아요.
🐫낙타: 다행입니다. 오늘 인터뷰하면서 좀 기억에 남는 키워드나 문장이 있을까요?
🚥유유: 내 속도로 살면 좋겠다.
열림터 또우리 지원사업은 모두 열림터 후원금으로 이루어집니다.
성폭력피해생존자들의 새로운 삶의 지평을 여는 터,
열림터 생존자의 일상회복과 자립의 여정에 함께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