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폴짝기금 인터뷰 : 성폭력 피해가 약점이 되지 않는 세상에 살고 싶은 은서
2023년 4회 또우리폴짝기금 프로젝트가 진행 중입니다.
자립의 과정을 겪으며 떠오르는 경험과 변화하는 마음을 담은 또우리들의 목소리를 여러분과 공유합니다.
올해는 15명의 또우리들이 폴짝기금 프로젝트에 함께 하게 되었습니다.
🌞 열 세 번째 인터뷰는 은서입니다.
성폭력 피해가 약점이 안 되는 세상에 살고 싶은 은서의 인터뷰를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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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타: 안녕하세요. 어떻게 지내셨나요?
🌞은서: 직장 다니다가 지금 퇴사하고 아예 다른 직종으로 일하려고 회계 공부하고 있습니다.
🐫낙타: 어떤 일을 하셨나요?
🌞은서: 모의고사 만드는 회사에 다녔어요. 근데 적성이 안 맞아서 반 년만에 나왔던 것 같아요. 그러고서 영업 쪽으로 지원을 했었는데 수습 때 잘렸어요. 지금은 전문적인 자격증을 따서 그쪽으로 가겠다는 생각을 하고 회계 자리에서 공부하고 일반 기업체 들어가서 회계 직원을 할 생각이 있어요. 생각보다 재미있어서요.
🐫낙타: 그렇군요. 지금은 혼자 살고 있나요? 누군가와 함께 살고 있나요?
🌞은서: 저 어머니, 남동생, 여동생이랑 같이 살고 있어요. 원래 남동생이랑 같이 살지 않았는데, 같이 살게 되어서 더 부대끼는 느낌이긴 해요.
🐫낙타: 원래 혼자 살았던 기간도 있어요?
🌞은서: 혼자 살다가 오래 전에 있었던 성폭력 사건을 신고 접수를 하게 되면서 가족들이 알게 되었어요. 그래서 이제 각자 시설에서 지내다가 이제 좀 돈을 서로 모아가지고 집을 구해서 같이 나오는 케이스. 저는 같이 사는 걸 만족하고 있어요.
🐫낙타: 그러면 앞으로 어떤 집에 누구랑 살고 싶다는 생각이 있나요?
🌞은서: 앞으로는 가족이랑 같이 사는 건 좋은데 저희가 지금 쓰리룸이거든요. 가족이 4명 사는데 그래서 포룸 정도는 구하고 싶다. 자취를 해봤는데 자취는 잘 안 맞는 것 같아요. 사람이 게을러지고 너무 방이 더럽고 설거지 하고 인간답지 않더라고요.
🐫낙타: 두 번째 기금 신청인데 처음이랑 조금 다른 마음가짐이라든가 뭔가 신청할 때 마음 조금 달랐던 게 있을까요?
🌞은서: 이런 기회가 있으면 처음 신청하신 분들에게 많이 돌아가는 편이잖아요. 그래서 안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고 지원해서 놀라긴 했어요. 저는 개인적으로 두 번 이상까지는 안 하는 게 나을 것 같아요. 폴짝기금 예산을 더 늘리기보다는 열림터에 지금 살고 있는 생활인들에게 쓰면 더 좋을 거 같아서요.
🐫낙타: 다양한 의견이 나오는 건 좋으니까요. 생활인들까지 생각해주는 점이 마음이 따뜻해지는 것 같아요. 그 지점은 걱정 안 하셔도 될 것 같아요. 저희도 예산을 잘 분배해서 적절하게 진행하니까요. 그러면 이번이 마지막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셨겠어요.
🌞은서: 그래서 고민을 많이 했어요. 이 50만 원을 어디에 써야 제일 내가 후회하지 않을지, 오래 남는 게 뭘지. 그래서 핸드폰을 구입할 생각을 했었거든요. 깨져서 가끔씩 꺼지는데 불안감이 있어가지고.
🐫낙타: 그래서 핸드폰 구입을 계획하셨군요. 두 번째 신청하니까 조금 쉬웠던 점이 있으세요?
🌞은서: 첫 번째 신청서를 썼을 때는 당첨될 만한 걸 적어야지라는 생각에 사연이 있고 될 만한 걸 적으려고 노력을 많이 했었는데 굳이 그러지 않아도 된다는 말을 들었어서 이번에는 그 부분을 조금 내려놓고 고르게 되긴 했어요. 뽑히기 위해서 쓰는 것보다 고민이 조금 더 넓어진 느낌이긴 했어요. 두 번째 신청을 했을 때는 의미 있는 것 친구들, 가족과의 추억 이런 거에서 더 넓어져서 정말 온전히 나만을 위해 써볼까 생각도 들고 아니면 진짜 내가 하고 싶은 게 뭘까를 조금 더 고민할 수 있었던 것 같기도 해요.
🐫낙타: 두 번째 해보시니까 ‘진짜 편하게 해도 되네?’ 라는 마음이 조금 드셨을 것 같아서 다행입니다.
🌞은서: 사진 찍는 거랑 여행 가는 걸 좋아하는데 핸드폰 화질이 좋으면 좋더라고요. 눈도 더 안 좋아져서 안경도 바꿔야 되고, 신발도 지금 바꿔야 되고. 정말 필요한 생필품 같은 생필품이라고 해야 될까요? 이런 걸로 계획을 바꿔도 되는지 안 그래도 한번 여쭤보고 싶었어요.
🐫낙타: 조금 더 자기에게 의미가 있으면 더 좋긴 하죠. 안경이라고 하면 사용 계획에 어떻게 쓸 수 있을까요?
🌞은서: 안경은 1년마다 한 번씩 바꿔야 되는데 지금 이게 한 2~3년 정도 됐거든요. 이제 잘 안 보이기 시작해가지고. 공부를 하고 있는데 불편하긴 하더라고요. 그리고 발이 안 좋아서 신을 수 있는 신발이 한정적이거든요. 아킬레스건염이 있어가지고 정형외과에서 추천해 주신 운동화가 있거든요. 그리고 남는 돈으로 여행비에 보탤까 생각해봤어요.
🐫낙타: 좋습니다. 다음 질문으로 넘어갈게요. 열림터를 퇴소한 다음 자립하면서 좋았던 점, 힘들었던 점은 무엇일까요?
🌞은서: 첫 번째 기금 신청 때랑 생각이 바뀌었는데, 전에는 쉼터의 저축 시스템이 심했다고 생각했었어요. 알바로 100만 원 정도 벌었는데 70만 원 저축하거면 실질적으로 쓸 수 있는 돈이 한 30만 원 정도여서 힘들었어요. 근데 지금 나와서 보니까 그때 저축을 많이 했던 게 도움이 되긴 해요. 근데 또 부작용이 있는데, 그때 저축을 너무 열심히 했었던 반동인지 제가 ‘퇴소하고 최소한 1년 동안 펑펑 쓰고 살 거야. 정말 못 썼던 돈이니까 내가 남들에게 빚졌던 만큼 갚고 살 거야.’ 이런 생각을 했었거든요. 그 생각이 습관으로 잘못 굳어져서 소비가 줄어들지 않는 거예요. 그 다짐이 지금 제 인생을...! 그때 좀 잘 조절했어야 되는 데. 그 당시에는 거의 주변 사람들도 “그래 너 그렇게 힘들었으니까 지금 쓰는 거 이해해 줄게”라는 마인드였거든요. 그래서 예전에는 70% 저축이 무조건 심했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그렇게 저축한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낙타: 쉼터 입소자 대상으로 국가에서 지정한 저축률이라 아쉬운 점이 있어요. 지금은 금융관리를 어떻게 하고 계세요?
🌞은서: 아직 습관을 못 버려서 있는 돈 다 쓰거든요. 실업급여 받고 있는데 그걸 다 쓰니까 지금 문제거든요. 주위에 물어보고 다녀요. 너네들은 평소에 얼마큼 쓰니? 한 달에 그래서 보통 100만 원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알겠다. 나도 100만 원을 쓰겠다고.
🐫낙타: 어떻게 실천하고 계세요?
🌞은서: 맘 먹은 지 얼마 안 됐어요. 주위 친구들은 결제한 걸 올리더라고요. 거기다 택시 쓰는 거 올리면 약간 부끄러운 거 아니에요? 그런 제어 방식으로 하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올려야 되나..
🐫낙타: 새로운 방식이네요. 마지막 질문입니다. 시설을 퇴소하는 성폭력 피해자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요?
🌞은서: 저는 어떤 면에서는 운이 좋은 케이스이긴 하거든요. 보통은 가족이 피해자들을 버리는데 저는 어머니가 어떻게든 같이 가려고 한 거니까. 저는 덕분에 집값이 줄었잖아요. 그래서 피해자들을 위한 집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생각보다 별로 없더라고요. 그래서 못 들어간 사람도 많았고.
🐫낙타: 맞아요. 개인적인 점도 있을까요?
🌞은서: 전반적으로 시선이 바뀌어야 한다 생각하긴 하는데. 내가 나중에 어딜 가서 ‘사실 나 이런 피해 당했어’라고 말했을 때 이게 약점이 되지 않는 문화였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윤리적으로 문제가 있었던 사람은 TV이라든가 매체에 얼굴을 비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회사 생활하는 거 이해하겠는데 밖에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다가 제 심정인데. 그건 이루어지려면 제가 죽을 때까지 이루어지지 않을 것 같네요.
🐫낙타: 이해할 수 없고 이해하면 안 된다고도 생각하는데 이해해 주는 사회가 있다고 생각이 들어요. 오늘 사전인터뷰를 한 단어나 한 문장으로 표현한다면 어떻게 있을까요?
🌞은서: 성폭력 피해가 약점이 안 되는 세상에 살고 싶다.
열림터 또우리 지원사업은 모두 열림터 후원금으로 이루어집니다.
성폭력피해생존자들의 새로운 삶의 지평을 여는 터,
열림터 생존자의 일상회복과 자립의 여정에 함께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