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짝기금]2024 참여자 인터뷰 : 미루고 있었던 운전면허 취득에 도전하는 리나
폴짝기금은 열림터를 퇴소한 생존자('또우리')들의 자립을 지원하는 기금입니다.
올해는 12명의 또우리가 프로젝트에 함께 하고 있어요.
자립의 과정에서 마주하는 경험과 변화하는 마음을 담은 또우리들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공유합니다.
✒️ 아홉 번째 인터뷰는 리나입니다.
2024 또우리폴짝기금 인터뷰⑨ - 미루고 있었던 운전면허 취득에 도전하는 리나
🦊신아: 지난 번에 이어서 폴짝기금을 2번째 신청해주셨네요.
🚙리나: 네 지난 번엔 이 목걸이를 샀었어요. 이렇게 비싼 악세서리 처음 사봤는데 그 이후로 매일매일 차고 다녔어요. 너무 좋았어서 같이 생활했던 친구도 이야기해서 신청하도록 하고 그랬어요.
🦊신아: 좋으네요. 곧 결혼을 하신다고 계획서에서 보았고 민사소송으로 힘드시다고 써있었어요. 어떻게 지내고 계시는지 궁금해요.
🚙리나: 지금 사실 그것 때문에 너무 힘들어요. 원래 그래서 제가 군인일 때는 생각보다 군대가 성관련 문제에 엄청 워낙 예민한 집단이다 보니까 지원을 잘 해주는 편이었어요. 성고충상담관님도 따로 계시고요. 군병원에서 진료도 계속 받았고 사회복지사님과도 상담하고 법률지원도 각각 다 전문가분들이 계셨는데 전역을 하니까 모든 게 한 번에 없어진 거예요. 모든걸 직접 다 해야 되는데 하나하나 알아보고 하는 게 힘들더라고요. 소송을 알아서 해야되는데 손에서 놓고 싶은 마음이 커요. 이 인터뷰도 저한테 도움이 되는 건데도 완전히 같은 사건으로 엮여 있는 거니까 다 놓고 싶어서 안 하겠다고 할 뻔 했어요. 지난주까지도 힘들어 가지고요. 그치만 할 수 있는 거는 하나씩 해야지 외면한다고 사라지는 일은 아니니까. 그래서 왔어요.
🦊신아: 잘 오셨어요. 그럼 변호사를 좀 찾아보고 계세요?
🚙리나: 친구 중에 변호사가 있어서, 필요하면 선배 소개해주겠다고 했어서 일단 연락처는 받았는데 아직 연락은 못했어요.
🦊신아: 그래도 옆에 그런 친구가 있어서 지지가 되겠어요.
🚙리나: 그렇긴 하죠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전문가니까요. 그런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없는 게 제일 힘든 것 같아요. 지금 안정적이지가 않은 상태에요.
🦊신아: 그래도 이런 힘든 과정에서 폴짝기금 신청을 해주셨어요. 운전면허 따신다고요!
🚙리나: 운전면허 학원 등록비가 80만원 정도 되는데 제가 아직 면허가 없거든요. 딱히 운전을 할 일도 없고 면허를 따려고 하니까 비용도 비싸고 그렇게 해서 따도 운전 쓸모가 있지 않으니까 미루고 있었는데 이사 갈 곳에서는 운전 못하면 힘들다고 해서 ‘그래 따야겠다’ 하다가 마침 폴짝기금있다고 하길래 신청했어요. 그렇다면 조금 더 의지를 갖고 할 수 있겠더라고요. 혼자 해야지, 해야지 하다가 미룰 것 같은데 돈도 이만큼 지원받고 하는 건데 ‘지금 아니면 언제 하겠어’ 이런 생각으로 마음 먹고 해보려고요.
🦊신아: 맞아요. 이런 지원을 받으면 의지가 생기잖아요. 왜 그럴까요? 내 돈으로 하는 것보다 더 생겨요.
🚙리나: 제 돈이면 이걸로는 이것도 저것도 해야 된다고 생각하는데 폴짝기금으로 하면 정말 더 필요한 데를 생각하게 되고 같이 약속을 하니까 더 의지가 생기는 것 같아요. '저를 위해 쓰겠습니다' 이야기 하니까 실천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고요. 미뤄왔던 일을 드디어 할 때가 된 것 같아요. 사실 약 먹는 것 때문에, 정신과 약으로 수면제 먹거든요. 운전하면 안 좋다고 해서 그것도 핑계 삼아서 계속 운전 안 했었거든요. 그런데 아무래도 이제 나이가 들다 보니까 부모님께 무슨 일이 생길 수도 있고요. 당장 운전을 많이 하지 않더라도 따 놓으면 필요할 때가 있을 것 같아요. 이런 이유들을 다 머리론 알고 있었는데 계속 미루던 거를 드디어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런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 누가 옆에서 '해야 되잖아', '너가 해야 된다고 했잖아' '우리가 그거를 같이 할 수 있게 응원해줄게' 이런 느낌이 들어요. 그래서 혼자 하면 더 겁이나고 미뤘을 것 같은데 좀 해봐 할 수 있어 이렇게 말해주는거 같아요.
🦊신아: 맞아요 그런 기금이에요. 좋은 악세서리도 사봐야 살 줄 알게 되는 것처럼, 나를 위한 돈도 쓰고 시간도 내어봐야 할 줄 알게 되잖아요. 그걸 응원하려고 있는 기금이에요.
🚙리나: 아무래도 위축되어 있는 게 있어요. 옛날엔 안 그랬는데 심리적으로 항상 위축되어 있고 제가 되게 흠집 난 사람 같아요. 그리고 나를 위해서 뭔가를 한다는 게 어릴 때는 그냥 아까워서 돈을 아꼈다면 사건 이후로는 제가 다른 사람이 된 것 같거든요. 그 후로는 저를 위해서 뭐를 한 게... 내가 그런다고 더 나아질 거라는 기대가 잘 안되니까. 삶이 더 좋아질 것 같다는 인생에 대한 기대가 좀 없어요. 그래서 나를 위해 뭔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잘 안하고 살았던 것 같아요. 근데 또 신기한게 세상에 기대하는 게 없었거든요. 삶이 형벌같이 느껴지고 숨이 붙어있어서 어쩔 수 없이 사는 거고 벌을 받는 것 같다는 생각을 계속 했어요. 그런데 되게 신기하게 남자친구 만나고 좀 오래 건강하게 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런 생각을 하게 하는 사람이 있어서 진짜 너무 고맙고 행복하고 그래요.
🦊신아: 너무 좋으네요. 리나님한테 안정감을 주는 사람인가봐요.
🚙리나: 맞아요. 지금도 변호사 구하고 있는 것도 도와주려고 많이 그래요. 제가 찾기가 힘들 것 같으면 자기가 몇 명 알아보겠다 이렇게 해주고요. 그동안은 누구를 만나도 약점 같은 거였거든요 그런 일이 있다는 게. 제 잘못이 아닌 것을 알지만 기왕이면 별 일 없던 사람을 만나고 싶을 테니까 제가 자격이 없는 것 같은 거예요. 그래서 숨겨야 되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누가 저를 좋다고 해도 그런 과거를 알면 저를 떠날 거 같은 생각이 있었어요. 지금은 다 아는데도 괜찮다고 하는 거니까 그래서 마음이 좀 편한 것 같아요.
🦊신아: 이사 가셔서 편안한 삶이 시작되면 좋겠어요.
🚙리나: 저한테는 기회인 게, 사건이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일어나서 집에서 지내면 사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서울 안에서도 갈 데가 없고 다른 지방에 연고가 없고.. 또 어디로 도망을 가야하지? 갈 수 있는 곳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마침 결혼을 앞둔 남자친구가 00에 살아서 가겠다고 했어요. 아무래도 환경이 달라지고 지금 걱정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아요.
🦊신아: 이 과정에서 폴짝기금도, 열림터도 리나님에게 힘이 되면 좋겠어요
🚙리나: 저를 기억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게, 그때 만났던 활동가 아니어도 여기 기록이 있잖아요. ‘저 리나에요’ 라고 말하면 알아주는 데가 있다는 거 자체가 좀 힘이 돼요. 열림터에서 나갈 때 좀 상처를 받긴 했지만 도움이 필요할 때에는 열림터에 연락해보면 뭔가는 알려주겠지 하는 믿음이 있어요. 그게 힘이 돼요.
🦊신아: 다행입니다. 리나 이사 잘 하시고 운전면허 따는 것도 응원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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