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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폴짝기금 인터뷰: "자신에게 행복한 길이 되어 줄 수 있는 자기 암시를 많이!" - 자기를 사랑하는 방법을 나눠준 나비 본문

열림터 식구들의 목소리/자립의 과정을 '폴짝!'

2022 폴짝기금 인터뷰: "자신에게 행복한 길이 되어 줄 수 있는 자기 암시를 많이!" - 자기를 사랑하는 방법을 나눠준 나비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설 성폭력피해자보호시설 열림터 2022. 6. 23. 11:51

제 3회 또우리폴짝기금 프로젝트가 진행 중입니다. 자립의 어려움을 통과하며 즐거움도 놓치지 않고자 하는 또우리들의 목소리를 여러분과 공유합니다. 올해는 15명의 또우리들이 폴짝기금 프로젝트에 함께 하게 되었습니다.

 

세 번째 또우리는 나비입니다. 나비는 첫 번째 폴짝기금 프로젝트에 함께 해준 사람이에요. 이번이 마지막 폴짝기금 참여인데, 소감은 어떤지도 여쭤봤습니다. 나비는 장차 무엇이 되고 싶은지 열심히 고민하고 그것을 위해 열심히 나아간다는 소식을 나누어주셨어요. 나비의 이야기를 공유합니다!


⛺수수 : 안녕하세요? 저는 열림터에서 활동하고 있는 수수라고 합니다. 이 인터뷰는 퇴소한 사람들이 어떻게 생활하는지 궁금해서 안부를 여쭤보는 의미도 있구요. 퇴소한 분들한테 필요한 게 뭘까 이런 걸 알고 싶고, 알리고 싶어서 진행하는 것도 있어요. 편하게 이야기 나눠주시면 됩니다. 첫 번째 질문은 안부 인사입니다. 어떻게 지내셨는지 안부가 궁금합니다. 어떻게 지내셨어요?

 

🦋나비 : 대학교에서 간호학과를 다니다가 휴학을 했어요. 휴학 후에 소방공무원으로 진로를 바꿔서 공부하다 사정이 생겨서 본가에 오게 되었습니다. 현재는 직업을 구하는 중이고요. 관련하여 교육도 받으려고 하고, 취업상담도 예약하는 중입니다.

 

⛺수수 : 간호사 준비를 하다 소방공무원으로 진로를 변경하시게 되셨군요. 그런데 간호사랑 소방공무원은 약간 비슷한 지점이 있는 것 같은데, 나비님도 그렇게 생각하시나요?

 

🦋나비 : 생명을 직접적으로 돕는 일이라는 것이 비슷하다는 말씀이시죠?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그래서 원래 간호사를 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어렸을 때부터 겪은 사건의 트라우마로 ptsd 증상이 되게 심해서 제 능력으로 간호사라는 직업을 할 수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간호사는 사람에게 주사를 몇 ml 놓아야 하는지 계산하기도 하잖아요. 고도의 집중력을 오랜 시간 이용해야 하는데, 제가 그럴 수 있을까 고민되었어요. 자칫 잘못하면 생명을 죽일 수도 있는 일이니까 걱정이 되더라구요. 그래서 고민 끝에 다른 진로를 찾게 되었어요.

 

⛺수수 : 그렇군요. 나비님은 퇴소한 지 시간이 좀 많이 지났잖아요. 재작년에 인터뷰할 때는 국민임대아파트에 거주하신다고 들었던 것 같은데, 이번에 이사하면서 또 주거환경이 변하셨을 것 같아요. 그래서 혹시 어떻게 생활하고 계신지, 주거환경은 어떠신지 이야기를 나누어 주실 수 있을까요?

 

🦋나비 : , 퇴소 후 LH로 임대아파트를 얻었는데요. 이번에 계약 연장이 성사되지 않아서 새로운 집을 구해야 했어요. 새집에서는 남자친구와 동거하면서 지냈는데요. 최근에 불미스러운 일로 헤어지게 되었어요. 남자친구의 데이트폭력을 피해서 한 3주 전에 본가로 급박하게 이사하게 된 거예요.

 

⛺수수 : 다시 독립하거나 자취할 계획도 있으세요?

 

🦋나비 : 아니요. 쉼터를 포함해서 약 6년 이상 가족과 따로 살았는데요. 다소 갑자기 가족과 같이 살게 됐지만, 지금 되게 만족하고 있어서요. 앞으로도 가족들이랑 살 것 같아요.

 

⛺수수 : 오랜 기간 자취를 하셨다면 취업하거나 알바도 오래 해보셨을 것 같아요. 어떤 일을 해보셨는지 여쭤봐도 돼요?

 

🦋나비 : 편의점을 가장 먼저 시작했었고요. 대학에 들어가기 전에 입학 준비를 위한 목돈을 만들려고 쓰리잡을 했었어요. 그게 제가 22살 때였을거예요. 대학에 가서도 근로장학생을 겸했고, 방학에는 공장에서 3-4개월씩 일했어요. 대체로 아르바이트를 많이 했고요. 취업 목표는 소방공무원이에요. 그런데 공무원 준비를 하려면 또 돈이 필요한 게 사실이거든요. 그래서 공장 일을 하면서 돈을 모아보려고 최근에 면접을 보러 다니고 있어요. 돈을 모은 후에 직업전문학교에 가서 IT교육도 받고 공무원 준비도 할 예정이에요.

 

⛺수수 : 엄청 성실하고 바쁜 계획인 것 같아요. 나비님은 이번이 두 번째 폴짝기금 참여시잖아요. 첫 번째 신청할 때랑 마음 변화 같은 게 있었을까요? 좀 더 편하게 신청할 수 있었다던가 아니면 이제 마지막이야이런 마음이 들었다든가.

 

🦋나비 : 제가 재작년에 처음 폴짝 기금을 지원받았을 때는 남자친구와 친구들과 여행 가는 계획을 세웠던 기억이 나요. 사실 이번에도 여행을 가고 싶었어요. 그런데 남자친구랑 헤어지고 좋지 않은 일들이 발생하면서 저도 심경의 변화가 많았거든요. 오롯이 제 자신을 위해서 쓰고 싶어진 계기가 되었달까요. 그래서 좀 더 생산적이고 건설적인 방향으로 기금을 사용하려고 해요.

 

⛺수수 : 그러셨군요. 이렇게 말씀드려도 될지 모르겠지만, 우선 헤어진 것에 축하를 드리고 싶어요. 안 좋은 일도 있었다고 하시니 축하드리는 게 이상한가 싶기도 하지만요. 그래도 나비님이 원해서 잘 헤어진 것이니 축하드리고 싶은 마음이에요. 다음에는 더 좋은 사람을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다음 질문인데요. 퇴소하고 난 다음에 나비님한테 필요했던 것들이 뭐가 있었을까요?

 

🦋나비 : 퇴소 이후에 오로지 제 힘으로 살아가야 했기 때문에 폴짝기금과 같은 지원금이 필요했었어요. 지난번 폴짝기금 프로젝트하면서 좋았던 건요. 사용처에 제한이 있다는 점이었어요. 월세 등으로 쓰지 말고, 저 자신을 위해서만 쓸 수 있다고 하셨잖아요. 당장 먹고 사는 문제를 넘어서 저를 위한 게 무엇일까... 제 방향성을 고민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어요. 그리고 한 가지 더 필요했던 것은 심리적 지원이에요. 퇴소 후 굉장한 부담감과 책임감, 버거움 같은 감정을 느꼈거든요. 다행히 저를 지지해주는 분들이 많았어요. 열림터에서 퇴소한 이후에도 연락한 선생님들도 계셨고요. 열림터에서 만난 상담 선생님도 꾸준히 상담하면서 도움을 굉장히 많이 주셨습니다. 정말 감사하게 생각하는 부분이에요.

 

⛺수수 : 그래도 열림터에서 만난 인연이 나비 님에게 도움이 되었다니까 다행스러운 마음이 드네요. 벌써 마지막 질문인데요. 시설을 퇴소한 성폭력 피해자들한테 필요한 것이 있다면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나비 : 저는 성폭력, 특히 친족성폭력피해자 중 시설을 퇴소한 사람들은 심리적인 지지가 굉장히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요. 헛헛하고 외롭고, 주변에 도움을 받을 수 없고 그런 고아 같은 입장에 처해진 사람들일거잖아요. 저도 그런 입장에서 잘못된 선택을 하거나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을 때 바르게 지지해줄 만한 존재가 필요했었어요. 두 번째로 당연히 지원금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세 번째는 정보력이라고 생각해요. 아는 것이 힘이라는 말을 저는 퇴소 이후에 몸소 느꼈어요. 왜냐하면 퇴소 후 당장 여러 사람들과 인맥이 구축되어 있는 입장들이 아닐 거예요. 그런 채로 혼자서 살림, , 진로 등을 결정하는 건 어렵잖아요. 자신의 미래를 준비하기, 삶의 과업에 대한 계획 세우기, 계획을 위해 나아가는 방법이나 전략짜기... 이런 것들을 해내기 위해서는 우선 스스로 그런 정보를 알도록 노력을 해야 될 거예요. 하지만 홀로 알기는 어려운 분들을 위해서 그런 정보를 알려주는 시스템이 구축되면 굉장히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수수 : 이야기 나눠 주셔서 감사해요. 혹시 열림터에 지금 생활하고 있는 생활인들이나 아니면 퇴소한 다른 또우리들에게 하고 싶은 말 있으실까요?

 

🦋나비 : 저는 짤막하게 기도하거나, 마음과 머릿속으로 반복적인 말을 외는게 굉장히 도움이 되었어요. 또우리 분들이랑 열림터에 계신 분들이 그런 걸 많이 해보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예를 들면 나는 꼭 미래에 뭐가 될 거야’, ‘난 이걸 반드시 해낼 거야’, ‘나는 어떤 가치를 지켜가면서 살아가고 싶어라든지. 이런 게 자기 암시인 것 같은데요. 암시하는 것이 곧 습관이 되고, 저의 태도가 되고, 제 가치관이 되면서 큰 뿌리가 될 거라고 생각해요. 제가 그걸 많이 경험했었어요. 그래서 하나의 생각을 하더라도 자신에게 행복한 길이 되어 줄 수 있는 자기 암시를 많이 해주셨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저는 그게 자신을 사랑하는 방식 중에 하나라고 생각해요.

 

⛺수수 : 자기 암시이기도 하지만, 계속해서 스스로한테 다짐을 하는 일이기도 하네요. 약간 자신한테 주문 거는 느낌인 것도 같구요. 소중한 말씀 나눠주셔서 고맙습니다. 그럼, 11월에 폴짝기금 평가모임 때 만나요!


성폭력피해생존자들의 새로운 삶의 지평을 여는 터, 열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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