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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폴짝기금 인터뷰: "지금 있는 분들도 잘 지냈으면 좋겠어요." - 지금과 미래에 집중하는 지엔 본문

열림터 식구들의 목소리/자립의 과정을 '폴짝!'

2022 폴짝기금 인터뷰: "지금 있는 분들도 잘 지냈으면 좋겠어요." - 지금과 미래에 집중하는 지엔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설 성폭력피해자보호시설 열림터 2022. 7. 14. 13:40

제 3회 또우리폴짝기금 프로젝트가 진행 중입니다. 자립의 어려움을 통과하며 즐거움도 놓치지 않고자 하는 또우리들의 목소리를 여러분과 공유합니다. 올해는 15명의 또우리들이 폴짝기금 프로젝트에 함께 하게 되었습니다.   

 

여섯번째 인터뷰이는 지엔입니다. 지엔은 벌써 10년차 베테랑 미용사인데요. 이번 인터뷰에서 흥미로운 미용업계의 이야기를 많이 나누어주셨어요. 나에게 필요한 것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실천하는 지엔과 이야기를 주고 받다보니 인터뷰어도 힘을 받는 느낌이었습니다. 지엔님의 인터뷰를 공유합니다. 


 

수수 : 지엔님, 안녕하세요?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나요?

 

💇지엔 : 다리를 다쳐서 한동안 일을 못 했는데 지금은 다 나아서 다시 미용실에서 일하고 있어요. 오랜만에 일을 하니까 적응하기 엄청 힘들더라고요. 피곤하기도 하고요. 체력을 어떻게 회복시킬지 고민을 많이 하고 있어요. 그리고 올해 한 8-9월 말 즈음에 이사를 가야 해요. 서울이나 경기도 쪽으로 이사하고 싶은데, 집값이 엄청 비싸더라구요. 그래서 조금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수수 : 맞아요. 집값 진짜 비싸죠. 다리는 어떻게 다치게 되셨어요?

 

💇지엔 : 잘못 디뎌서 높은 데서 떨어졌어요. 다행히 뼈는 안 부러졌구요. 여기저기 파열됐다고 했는데 생각보다 움직이는데 지장은 없더라고요. 낫는데 오래 걸려서 그동안 살이 엄청 쪘어요. 미용실에서 일하려면 옷이 맞아야 해서요, 다이어트 하고 취업했죠.

 

수수 : 미용사는 오래 서 있어야 할텐데 하필 다리를 다쳐서 고생이 많으셨네요. 그럼 본격 폴짝기금에 관련한 질문을 드릴게요. 폴짝기금 알게 되셨을 때 어떤 생각이 드셨어요?

 

💇지엔 : 또우리 단톡방에서였나, 다른 분이 작성한 폴짝기금 인터뷰을 본 적이 있거든요. 그렇게 폴짝기금이 있다는 걸 알고 있다가 최근에 신청 공고가 떠서 신청하게 됐어요. 만약에 기금에 선정된다면 진짜 많은 도움이 될 것 같긴 한데, 내가 뽑힐까? 싶었어요. 되게 고민하면서 신청서를 적었던 것 같아요.

 

수수 : 그랬군요. 지엔님이 이용계획서를 가득가득 채워서 주셨어요. 그래서 저도 정말 많이 고민하고 글 쓰셨다는 걸 알 수 있겠더라구요. 혹시 어떤 고민을 하셨는지, 왜 이런 계획을 하신건지 좀 소개해 주실 수 있을까요?

 

💇지엔 : 네네. 이 기금이 딱히 제한 없이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잖아요. 그래서 되게 다양하게 생각을 했어요. 사실 처음에는 여행계획서를 썼어요. 여행 간지도 엄청 오래돼서요. 근데 여행을 가면 직장은 언제 쉬어야 할지, 일하는 것에는 지장이 없을지 또 고민 되더라구요. 그래서 여행 말고 다른 걸 해보자고 생각했죠. 나한테 제일 필요한 게 뭐지?’ 라는 질문을 던져봤는데, 딱 제게 당장 필요한 것이 미용 용품이었어요. 제가 처음 미용사가 됐을 때 제일 충격먹었던 게 미용실에서 미용사가 쓰는 모든 기기가 다 개인 물품이라는 거예요. 기기를 다 마련하는 게 가장 큰 어려움이었거든요.

 

수수: 미용실 물품이 다 미용사 개인이 사는 거였군요?

 

💇지엔: 그렇죠. 가위 하나가 막 60만 원 이러거든요. 그거를 감당하는 게 상당히 힘들었어요. 전문가용이 아니면 직원들 간에 좀 무시하는 것도 있어요. 하지만 저는 없으니까 그냥 빌렸어요. 그치만 손님이 많으면 빌리기가 어렵고 일하는 것도 굉장히 불편해져요. 그래서 또 생각을 해봤죠. 제가 주 6일 일하는데, 제 삶의 만족도가 올라가려면 일하는 환경이 더 좋아야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여행 가는 것보다 안 되겠다, 미용기구를 사는 게 나한테 즐겁고 행복할 것 같다.’ 이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 여행은 다음에 가죠.

 

수수 : 네네, 열심히 고민하셨네요. 폴짝기금은 격년으로 총 2회 신청할 수 있으니까요. 다음 번에 여행을 신청해주셔도 될 거 같아요. 어우, 저는 가위가 그렇게 비싼 줄 전혀 몰랐어요.

 

💇지엔 : 그죠. 가위도 사용을 많이 한다든지, 아니면 떨어뜨린다면 바로 망가져요. 수리는 두 번까지만 보낼 수가 있는데요, 왜냐하면 수리라는 게 가위를 가는 거거든요. 수리를 많이 맡기면 가위가 점점 얇아지면서 수명이 끝나요. 근데 그러면 가위를 또 사야 돼요. 엄청 스트레스죠. 제가 가진 가위 중 제일 비싼 것은 한 개 98만원짜리 가위예요. 그런데 가위도 한 자루가 아니라 대여섯 자루는 필요한데, 절대 떨어뜨리면 안 돼죠. 어휴, 손에 이렇게 붙여놓을 수도 없고... 이런 게 처음 미용사가 됐을 때 힘들었던 부분인 것 같아요. 미용사가 되는 과정에서도 돈 많이 들었는데, 되고 나서도 돈이 많이 들더라구요. 그래서 이거 진짜 쉬운 직업이 아니구나 이렇게 생각을 했죠. 10년 전에 자격증을 땄는데, 그동안 해온 게 아까워서 계속 하게 되었네요.

 

수수 : 완전 베테랑이시네요. 미용업계에 대해 알려주셔서 고맙습니다. 그러면은 또 다른 질문인데요. 열림터 퇴소한 다음에 자립하면서 좋았던 점이나 힘들었던 점이 무엇인지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지엔 : 퇴소할 때 자립할 때 좋았던 것은, 보증금과 생필품을 지원을 해주셨던 거요. 처음 자립하면서 큰 문제는 없게끔 해주신게 너무 좋았어요. 힘들었던 점은요. 사회에서 힘든 점에 부딪혔을 때 뭘 물어볼 어른이 제 주위에 참 없었어요. 그런데 열림터에서는 궁금한 게 있으면 선생님들한테 물어보고 상담클리닉에 가서 물어보고 그랬거든요. 근데 열림터에서 나와서는 물어볼 데가 없는 거예요. 이제 혼자 홀로 서야 되는데, 막 되게 깜깜한 되게 그런 느낌. 그런 느낌이 제일 힘들었어요. 자격증 딸 때도 혼자 헤쳐 나가야 한다는 그런 느낌이 되게 힘들었던 것 같아요. 그게 돈도 엄청 많이 들잖아요. 혼자 사는 게 쉬운 게 절대 아니구나, 그래서 살아가는 과정이 좀 힘들었던 것 같아요. 금전적인 어려움이 제일 컸던 것 같고, 정신적인 어려움도 있죠. 주위에 부모님이나 어른들이 좀 있었으면 도움도 많이 받을 수 있고 좀 편했을 거 같은데 저는 혼자 시행착오를 엄청 겪어야 해서 되게 힘들었던 것 같아요.

 

수수 : 많은 또우리들이 비슷한 어려움을 말씀해주시는 것 같아요. 그래도 지엔님이 이제 막 10년이라는 세월이 지나서 아주 섬세한 198만 원짜리 가위를 가지고 전문 미용사가 되셨네요. 정말 고생이 많으셨습니다.

 

💇지엔 : 하하, 할부로 긁었어요.

 

수수 : 그렇죠. 그 가격이면 할부가 되어야 할 것 같아요.

 

💇지엔 : 일시불은 진짜 무리더라고요.

 

수수 : 이제 마지막 질문이에요. 지엔님은 쉼터를 퇴소한 피해자한테 필요한 것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지엔 : 가장 필요한 건... 저는 정신적으로 의지할 수 있는 곳이 갑자기 없어져서 좀 힘들었는데요. 그래서 그게 가장 필요한 것 같아요. 뭔가 어려움이 닥쳤을 때 이렇게 헤쳐나갈 힘까지는 안 되더라고요. 그걸 이제 헤쳐나가는게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이긴 한데, 그 과정에서 의지할 수 있는 곳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열림터에서 제가 상담클리닉 막 안 나가기도 했었단 말이죠. 나중에 퇴소하고 아니, 나 왜 그때 상담에 안 갔대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수수 : 많이들 그런 생각하는 것 같아요. 막상 있을 때는 별로 안 가고 싶고, 도움 되는지 잘 모르겠다고 하는 것 같아요. 그런데 퇴소하고 난 다음에는 다시 가고 싶다고 얘기하는 경우들이 많더라고요. 실제로 부딪혔을 때랑 아닌 때랑 너무 차이가 많은가봐요.

 

💇지엔 : , 그런 것 같아요. 저도 있을 때는 몰랐는데. 좀 절실함이 필요한 것 같아요.

 

수수 : 아유, 어른이 된다는 것, 자립한다는 것은 참 어렵죠. 지엔님은 이제는 어려움이 있을 때 혼자서 이렇게 저렇게 극복해보는 어른이 되신 것 같나요?

 

💇지엔 : 아직 많이 부족하죠. 부족해요. 부족하지만 그래도 저 예전이랑 좀 많이 달라지기는 했어요. 예전에 '스트레스를 해소하거나 힘든 거를 잊기 위해서는 대화를, 그러니까 말을 하는 게 방법이다.' 이런 얘기도 들었고, '시간이 약이다.' 뭐 이런 얘기도 들었었죠. 그때 솔직히 안 믿었거든요. '이렇게 피해를 받은 사실도 맨날 계속 생각이 나는데, 그걸 대화로 풀 수 있다고?' 의문이었어요. '이걸 누구한테 말하고 풀지? 시간이 지난다고 잊혀질까? 가해자들은 똑같은데.' 항상 이렇게 생각을 했었어요. 근데 좀 생각이 바뀌었어요. 세월이 그래도 해결을 해주기는 하는구나. 또 제 일상에 집중하다 보면 그게 그렇게 중요했던가, 싶어지더라구요. 물론 중요했죠. 하지만 그래도 지금 살아가는 게 더 중요하지 않나, 이렇게 생각이 점점 바뀌는 것 같아요. 그래서 과거에 머물러 있지 않게 되었어요. 조금 더 지금과 미래에 집중하게 되었죠. 이렇게 스스로의 생각이 바뀌는 거 보고 그래도 나 성장했구나, 하게 되었습니다.

 

수수 : , 정말 멋있어요. 멋있는 말이고, 지엔님도 멋있어요.

 

💇지엔 : 하하, 제가 과거에 엄청 집착했거든요. 요새는 가끔 생각날 때는 있지만, ‘그런 일이 있었지그냥 그러고 그냥 이렇게 넘겨버릴 수 있게 되었어요. 지금이 더 좋은 것 같아요. 계속 사로잡혀 있는 것보다요.

 

수수 : 이야기 나눠 주셔서 감사해요. 지엔님이 해 주신 이야기는 지금 열림터에서 생활하고 있는 사람들한테도 도움이 많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 혹시 열림터에 하고 싶은 말 있으신가요? 생활인이나 또우리, 열림터 자체에 전하고 싶은 말이요.

 

💇지엔 : , 열림터 살 때 좋은 점이 엄청 많았는데, 살 때는 얼마나 좋은 건지 잘 모르잖아요. 저도 몰랐어요. 규칙도 되게 갑갑하다고 느낄 때가 되게 많았거든요. 근데 사실 열림터만큼 되게 안전하고 안정적이고 제가 성장할 수 있는 밑바탕이 되는 곳은 없었던 거 같아요. 지금 정말 그렇게 생각해요. 그래서 지금 있는 분들도 잘 지냈으면 좋겠어요. 잘 지내고, 나중에 잘 자립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수수 : 지엔님의 삶에서 열림터가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다며 너무 다행이에요. 지엔님은 힘이 많은 분인 것 같아요. 짧은 인터뷰였지만 지엔님의 힘을 인터뷰 통해서 나눠주신 거 같구요. 너무 좋았고, 감사합니다. 그럼 좋은 주말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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