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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림터 내담자의 실태와 대책(2)- 1997.1. 나눔터 본문

친족성폭력을 말한다

열림터 내담자의 실태와 대책(2)- 1997.1. 나눔터

열림터 2011. 6. 28. 22:09
* 열림터 블로그를 통해 과거 열림터 활동과 친족성폭력에 대한 자료를 축적하고 있습니다.
 이 글은 1997년 1월,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식지 '나눔터'에 실렸던 글인데요, 친족성폭력 피해자의 특성과 피해후유증에 대해 구체적으로 기술하고 있습니다.


2. 열림터 피해자의 특성과 심각성

1)피해자 특성

피해자들은 성폭력 피해에 대하여 우리사회가 갖고 있는 일반적 통념을 그대로 수용하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의 청소년 피해자는 성폭력에 대한 원인을 자신에게 문제가 있어서 일어났으며, 가해자는 힘이 세고 자신은 어리고 약하므로 마음대로 할 수 있었다고 보았다. 그래서 자신에게도 책임의 반은 있다고 생각하여 죄책감을 가진다. 성폭행을 당한 후에도 가해자가 다시 부르면 그 장소로 나갔고, 그 가해자 중 일부를 좋아하기도 한 자신을 '정신 나간 아이' 라고 여기기도 했다. 자신을 성적으로 문란한 인간이라고 비하하거나, 아버지의 성적 행위를 강하게 저항하지 않아서 지속적인 성행위를 하게 되었다고 자책하기도 한다. 지속적인 피해를 입은 피해자는 성폭력을 성관계의 의미로 내면화하여 피해를 입었어도 외부의 도움을 떳떳하게 요청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친족성폭력의 경우 피해자 스스로 가족관계가 파괴될 것을 우려하는 경우도 있지만 피해자를 보호해야 마땅할 보호자들이 어린 피해자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하고 가족의 붕괴를 피해자 탓으로 돌리는 예도 많았다.

2)피해후유증

가해자와의 관계가 가까울수록, 피해 지속기간이 길수록, 흉기 등 도구 사용이 흉폭할수록 , 피해자의 성폭력 피해후유증은 심각해진다.
열림터에 거주했던 친족성폭력 피해자들은 대부분이 친아버지에 의한 성폭력을 짧게는 1년 정도에서 길게는 9년의 긴 세월에 걸쳐 피해를 입었기 때문에 장기적 치유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장기간에 걸친 강간은 피해자에게 임신,낙태의 위험부담을 주고 이는 순결상실감과 임신후유증까지 책임져야 하는 참혹한 지경까지 이른다. 순결상실감은 자신의 정체성과 연결되기 때문에 자신감 결여, 자기비하 등의 열등감이 자신을 한없이 무력하게 만든다. 피해자들은 우리사회가 갖는 왜곡된 성의식을 내면화하고 있기때문에 피해자로서의 권리보다는 성적관계를 나눈 부도덕하고 가치없는 인간으로 인식하고 있다. 자신은 아무리 노력해도 별 볼일 없는 순결상실한 인간일 뿐이라는 생각을 하고 가해자인 아버지가 창녀나 되라는 언질을 가슴 속 깊이 내면화 하고 있다. 또한 자신의 신체에 대한 이미지도 불결하고 가치없다는 부정적 인식이 강하다. 한 피해자는 자신의 몸이 너무 혐오스럽고 싫어서 집에 있을 때는 1월 1회 정도의 목욕만 했다고 했다.

또한 피해자에게 중요한 걸림돌이 되는 것은 가해자에 대한 해소할 길 없는 분노이다. 이는 피해자에게 우울증을 가져오며 결국은 자살시도나 가해자를 죽이는 참담한 현실로 다가오기도 한다.

피해여성에게 성이란 혐오스럽고 공포스러운 존재이지만 성에 대한 호기심과 관심은 남다르다. 성으로 성인과 관계를 맺어온 피해자는 이성에 대해 과도한 관심을 갖는다. 그러나 이는 그동안 가해자가 사랑이란 미명으로 피해자를 길들여 온 방식과 상대방에게 관심과 사랑받기를 그러한 양식으로 표출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또한 성폭력 피해자는 자신이 특별한 존재라 많은 사람의 관심을 받는 사람이기 때문에 성폭력이 일어났다는 허위의식을 가질 수 있다. 자신의 참담한 자존감 상실과 인간으로서 대접받지 못했다는 분노가 이러한 의식으로 나타난다고 본다. 이러한 의식은 상담을 통하여 강간의 의미와 가해자의 강간 동기를 객관적이고 냉정한 지적을 할 필요가 있다. 또한 어린 나이에 이미 성에 대한 경험은 어린아이를 일찍 성에 대해 눈뜨게 한다. 그러므로 피해자에게 가급적 빠르게 올바른 성교육을 시켜야 한다. 이러한 상대에 대한 관심이 성적 관심으로 드러나기는 하지만 피해자가 상대 이성과 성적 행위를 하고 싶다는 의도는 아니다. 단지 인간으로서 인정받고 싶고 여성으로 사랑받고 싶은 욕구 표출인 것이다. 그러나 성폭력피해자에게 성이란 혐오스럽고 공포스러운 경험으로 자리잡는다.

9세 때 당한 피해로 인하여 그당시 충격과 상처가 결혼 후 상대를 배려하지 않는 남편의 일방적인 행위에 과거에 가졌던 분노와 공포가 일어나 성관계를 맺기가 힘들어 가정불화로 이어진 사례가 있었다.
피해자는 초등학교 시절 사촌오빠에게 강간을 당했는 데 그 이후 몇차례 시도가 있었다. 피해자는 자신의 의사를 당당히 밝힐 엄두를 내지도 못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그 일이 알려질까 전전긍긍했다. 그 후 결혼 후 남편과 성관계시 피해자가 그 시절 일이 자꾸 떠올라 거부를 하면 할 수록 남편은 더욱 강압적으로 성관계를 진행시키려고 해 피해자가 정신 착란까지 일으켜 병원에 입원할 지경이 되었다. 남편의 입장에서 볼 때는 부인의 성관계 회피가 자신의 사랑에 대한 거부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에 부인의 태도를 이해할 수가 없었다. 우리사회에서 남편의 위치란 것이 부인에게 성을 요구할 권리가 있다는 것을 사회화 한 남편의 입장으로서는 부인의 태도가 의심스러울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피해자의 입장에서는 어릴적 어른에 의해 저질러진 무서운 공포의 경험을 어느 누구도 해소해 주지 않았기 때문에 혼자서 감당 할 수밖에 없었고 시간이 흐르면서 잊혀진 줄 알았다. 그러나 성인이 되면서 잊혀진 줄 알았던 그 상처가 과거의 가해자를 연상케 하는 남편의 강압적인 성관계 요구에 되살아나면서 부인은 어린 피해자 시절로 돌아가게 된 것이다.

이와같이 성폭력 피해후유증은 치유되지 않으면 언제 불거져 나올지 모르는 화산 같은 것이다. 그래서 성폭력 피해자의 시기 적절하고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치유프로그램이 절실하다 하곘다.


3. 장기 피해자의 심리적 치유방안과 사회적 대책에 관한 제언

1)심리적 치유 프로그램의 전문화와 다양한 프로그램

열림터 피해자는 수차례의 강간이나 장기간 피해를 당한 피해자가 대부분이다. 그러므로 피해자에 대한 적절한 상담프로그램은 장기적 계획에 의해 시행되어야 한다. 정신과,상담 분야의 전문가가 적극 참여하여 다양한 프로그램 개발이 시급하다.
임시 피난처로서의 열림터는 피해자의 위기개입단계에 머물러 있다고 하겠다. 물론 적절한 위기 개입단계는 어느 단계보다도 피해자에게는 중요한 단계이다. 그러나 피해의 심각도를 볼 때 장기 프로그램이 주어져야 한다. 그러나 열림터를 퇴소한 피해자들은 다른 시설로 옮겨가야 되는데 그곳에서의 생활은 그리 쉬운 것이 아니다. 우리사회가 갖는 성에 대한 비뚤어진 시각, 성폭력 피해여성에 대한 왜곡된 편견 등이 피해자들을 혼란스럽게 한다. 성폭력 피해자에게 통합적인 치유프로그램이 제공되어야 하며 임시 피난처로서의 기능에서 통합기능의 체계로 확대되어야 한다.

2)학업문제 해결

열림터 입소한 내담자들은 대부분이 청소년이므로 학업문제가 대두된다. 일단 입소되면 외부와의 활동이 제약받기 때문에 내담자의 생활반경이 축소될 수밖에 없다. 외부노출을 막을 수 있다면 가능한 내담자는 학교생활을 계속하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에 관할 교육청과의 협의가 이루어져 전학을 가능하게 하고 전학과 주소 이전시 주소, 학교 노출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 가해자가 아버지일 경우도 보호자로서의 친권행사를 보류해야 한다.

3)사회적 복지차원의 피해자의 생계, 주거, 교육, 의료 등의 양육문제 해결

고소시 진단서 발급 비용과 , 산부인과적,정신과적 치료비용이 크므로 보험수가를 적용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있어야한다. 또한 어머니가 부재한 상태에서 가해자인 아버지가 구속될 경우 남아있는 동생들과의 부양문제가 심각하게 된다. 피해자는 소녀가장이 되므로 사회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복지기금이 마련되어야 한다. 한편 어머니가 있었다해도, 남편의 구속시 또는 이혼시 경제적으로 무능한 전업주부인 경우 남아있는 가족을 부양하기가 몹시 힘들다. 최소한의 생계유지가 현실적 당면과제인 상황에서 피해자인 어린 딸의 피해후유증 치유를 위한 수단강구가 불가능하다.이들에게 이혼이 안되어 있다해도 모자가정으로 인정하여 모자가정에게 주는 혜택을 주어야 하며 피해자의 정신과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지원을 하여야 한다.

4)피해자와 가해자 격리 법정기간 보장과 보호관찰제 도입과 친권의 행사 박탈

가해자가 아버지인 경우 피해자는 아직도 어린 나이이기 때문에 가해자가 구속 형량이 낮아 일찍 출소할 경우 심각한 문제를 발생시킨다. 특히 성추행인 경우 피해자는 학령기 이전의 유아일 경우가 많은 데 성추행 형량은 3년에서 5년이다 .가해자가 항소를 하면 형량이 반으로 감형하기 쉬우므로 출소시 어린 딸을 보호할 길이 없다. 출소 후 어린 딸이 성장할 때까지 격리 기간이 주어져야 하며 보호관찰제가 실시 되어 이후의 또다른 피해를 막아야 하며 재활 프로그램으로 가해자에게 치유프로그램을 일정기간 동안 제공되어야 한다.
성폭력 가해자임이 확실시 되면 피해자의 학업,전입 등 보호자 동의가 필요한 서류 절차상의 문제시 친권대행자는 피해자 보호시설장이 대신하도록 한다.

5)피해자 보호시설의 위탁모의 성폭력관련 교육과 의식의 전환

피해여성들을 보호하고 양육하는 시설에서는 관련인의 성폭력 교육이 반드시 필요하다. 성폭력에 대한 시각이 아직도 우리사회가 갖고 있는 개인의 문제로 인식한다거나 순결상실한 부도덕한 여성으로 피해자를 본다면 가해자 못지않은 상처를 피해여성에게 주게된다.

성폭력피해여성의 피해후유증 극복은 개인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사회복지 차원의 총체적 지원체계의 서비스 정도가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 사회가 건전한 성문화와 성의식이 바로 선다면 피해여성 또한 성폭력 피해를 일반 범죄피해와 마찬가지로 당당하게 피해자로서의 권리를 주장할 수 있고 피해후유증 극복의 시간도 단축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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