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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족성폭력을 말한다

[기사] 한겨레, 징역 1년6개월에 치료감호 11년…재판부는 왜 정당하다 했나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설 성폭력피해자보호시설 열림터 2023. 10. 28. 11:36

[한겨레] 징역 1년6개월에 치료감호 11년…재판부는 왜 정당하다 했나

등록 2022-12-14 11:30
수정 2022-12-14 11:43
최민영 기자

 

클립아트코리아

 

징역 1년6개월을 선고받고 치료감호소에 11년5개월 동안 수용된 발달장애인 황아무개(44)씨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지난 8일 1심 패소했다. 황씨는 별다른 치료도 받지 못하며 치료감호소에 수용돼 10년 넘게 징역과 다름없는 생활을 했지만, 법원은 이 사건에서 국가의 불법행위 책임 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황씨가 저질렀던 친족 성폭력 범행 탓이었다.

 

황씨는 친족 성폭력 범죄를 저질러 2009년 9월 법원에서 징역 1년6개월 실형을 선고받았다. 법원은 황씨가 갖고 있는 발달장애를 고려해 심신미약으로 감형을 하는 대신 치료감호 처분을 함께 내렸다. 치료감호란 정신적 장애가 있는 상태에서 범죄를 저지른 경우 재범의 위험성과 치료의 필요성이 인정되는 사람에게 내려지는 처분이다. 교도소 대신 치료감호소(현 국립법무병원)에서 재범 방지와 사회복귀에 필요한 치료를 받게 된다.

 

황씨는 징역 1년6개월을 복역한 뒤, 그 기간의 8배 가까운 11년5개월 동안 치료감호소에 수용돼 있었다. 치료감호는 그 기간을 미리 정하지 않고, 6개월마다 법률가 6명과 의료인 3명으로 구성된 법무부 치료감호심의위원회가 종료 여부를 심사한다. 의료인 심의위원들은 2016년 12월부터 황씨의 재범위험성이 낮다며 치료감호를 종료해도 좋다는 의견을 냈다. 하지만 법률가 출신 위원들이 번번이 이를 막았다. 황씨는 치료감호소 수용 기간 동안 매일 우울증약을 1알씩 먹는 처방만 받았다고 한다. 발달장애인에게 적합한 재활·교정치료 과정이 치료감호소에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장기간 구금에 지친 황씨가 2020년 12월 장애우권익연구소와 함께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낸 뒤에야 황씨는 세상으로 나올 수 있었다. 진정을 내자마자 치료감호 종료를 결정해 준 사실 자체가, 사유 없는 치료감호라는 방증이라고 황씨 쪽은 보고 있다. 이어 황씨는 지난해 3월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그러나 서울중앙지법 민사33부(재판장 허준서)는 지난 8일 황씨 쪽 주장을 모두 기각하며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법무부가 ‘범죄 피해자와의 분리 필요성’을 이유로 황씨를 장기간 수용한 것이 위법하지 않다고 판단한 것이다. 재판부는 “황씨의 아내 등 가족들도 정신장애를 앓고 있어 황씨를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이고, 범죄 피해자인 미성년 딸과의 분리가 필요한 점 등을 고려해서 치료감호 종료를 하지 않는다고 결정한 것은 객관적 정당성을 결여했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황씨를 대리한 경기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쪽은 “치료감호는 재범 위험성과 치료 필요성이라는 법이 정해둔 요건을 토대로 결정해야 한다. 성폭력 피해자와 가해자의 분리는 매우 중요하지만 그 이유 만으로 치료감호를 종료하지 않고 징역과 다름 없는 장기간 구금을 한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치료감호소를 나온 황씨는 현재 정신병원에 입원해 피해자와 분리된 상태다.

 

전문가들은 범죄 피해자 보호와 발달장애인 사회복귀를 지원하는 제도 정비로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친족 성폭력 피해자 쉼터인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설 열림터의 조은희 원장은 “피·가해자 분리는 가해자 출소 후 철저한 사후관리나 피해자의 안전한 주거 확보 지원 등 종합적인 대책을 고려할 수 있다”며 “‘가해자 분리를 위한 감호’라며 장애인을 장기간 구금하는 상황에는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의 김지영 박사는 “피해자와의 분리를 고려하면 황씨가 치료감호소를 적절한 시기에 퇴소해 보호시설이나 교육시설로 옮겨졌어야 하지만, 현재 발달장애인 범죄자들이 재범 교육을 받을 시설이 없는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최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4일 발달장애인 특성에 맞춘 형사정책을 마련하기 위한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등을 발의했다.

 

최민영 기자 mym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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