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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림터가 만난 고민들

"나는 위대한 신입활동가다!" 여성단체연합 신입활동가 교육에 다녀왔어요!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설 성폭력피해자보호시설 열림터 2011. 6. 23. 13:15

6월 15~16일, 1박2일에 걸쳐 4년만에 대구에서 열린 한국여성단체연합(이하 여연)의 신입활동가 교육에 다녀왔어요!
활동가 나랑이 쓴 후기와 함께 사진도 감상해 보셔요~

민우회 신입활동가들도 바빠서 못 간다고 하고 서울에서 여연 활동가들과 우리 상담소 활동가들밖에 안 가는 것을 알고 섭섭했다. 난 왜 당연히 버스를 대절해서 갈 꺼라고 오바해서 생각한 거지? 하하~(머쓱) 신입활동가 품귀 현상인가, 아니면 신입활동가들마저 신입답지 않게 너무 바쁘기 때문일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서울에서 대구로 가는 고속버스에 몸을 실었다.

산자락에 위치한 교육장소에 낑낑대며 올라가 도착한 후, 먼저 자기소개 시간을 가졌다. 2장의 PPT로 자신을 설명하는 자리였는데 전날 밤, 20분만에 만든 나로서는 참 민망할 정도로 활동가들의 정성과 발랄함이 느껴졌다.

매력적인(!) 전주언니들과 비행기 타고 날아온 제주언니들까지 도착하고 곧 본격적인 교육이 시작되었다.

첫 번째 교육은 리얼와이즈컨설팅 박미정님의 ‘활동비로 악착같이 살아남기’! 돈에 대한 양가감정 -돈 만능의 세상을 싫어하면서도 돈을 벌어 쓰고 살아야 하는 활동가라는 직업 상, ‘돈’에 대해 가치관을 정립하기 쉽지 않다는 강사님의 말씀에 고개를 끄덕였다. 무조건 줄이고 무조건 모으는 게 상책이 아니라 자신의 소비를 항목별로 점검하고 현실 가능한 계획을 세워 지출하라고 조언해 주셨다.

두 번째 교육은 여연 상임대표 권미혁 쌤의 ‘여성운동과 여성운동’.


권미혁 쌤은 한국의 사회운동에서 ‘상근활동가’가 처한 어려움에 대해 말씀해 주셨는데, 나는 그 중 운동의 분화 속에서 미시적인 주제에 몰입하는 경향이 심화되면서 거시적 예측이 어려워졌고 전체적인 문제를 볼 수 있는 안목이 중요하다는 말씀이 특히 와 닿았다. ‘개인적인 것이 정치적인 것’이라는 명제가 거시적인 것보다 미시적인 것이 더 중요하다는 말은 아니다, 밑줄 쫙.

여성운동가와 다른 사회운동가의 차별점은 ‘평등한 조직문화에 대한 일상적인 성찰’에 있다고 힘주어 얘기하셨다. 그리고 그것의 핵심은 조직 내 최약자에 대한 배려와 보호, 어떤 문제의식이라도 수용해주는 분위기에 있다고 말씀하셨다. 가슴에 새기겠습니다.

다음은 이번 교육의 하이라이트! “나는 위대한 신입활동가다”



얘기 나누고픈 주제를 몇 가지 뽑고 그 주제별로 조별 토론을 한 후 발표하고, 멘토(선배활동가)들의 조언을 들어보는 시간이었다.

‘지속가능한 활동’, ‘활동가 정체성’, ‘육아, 가정과 활동의 양립’, ‘조직문화’ 등이 토론 주제로 추려졌는데, 내가 속한 조는 토론 주제는 바로 조직문화! 지금도 그 열기가 생생하게 떠오른다. 다들 목마른 여자들처럼 이야기 샘을 끝도 없이 팠다. 그만큼 주변에 고충을 함께 나눌 ‘친구’가 없다는 게지. 어흑~


신입 활동가들이 문제제기 한 것은 바로 야근문화. 퇴근 후 재충전하면서 건강도 챙기고 사유의 폭도 넓히고 싶은데, 개인적인 삶의 희생과 야근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문화 때문에 힘들다는 것이다. 야근이 많은 것은 왜? 일이 많고 욕심도 많기 때문이기도 하고, 효율적으로 일에 집중할 수 없는 사무실 환경 때문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또 오래된 조직인 경우 신입활동가가 함께 조직을 만들어가기 보다는, 그 조직에 적응하면(잘 맞으면) 살아남고 적응 못하면 나가야 하는 경우가 많다; 아무리 서로 별칭을 써서 호칭이 평등하다해도 결정구조에서의 위계(결정의 순간에 누구의 말이 더 먹히는가!)가 혁파되지 않으면 평등한 조직이라고 볼 수 없다 등등의 이야기.







다른 조에서는 “최소 3년 절대 내공”이라는 말도 나왔고(근데 그 최소 3년 버티기가 힘드니까 말이에요~), “천천히 가자”는 말도 기억에 남았지만 그 중 제일 마음에 들었던 명언은 ‘선지랄 후수습’. 푸훗~ 일단 저질러 보자는 것이지요.

목마른 우리들에게 조언을 해 준 멘토는 바로 우리 상담소의 두나 기획조직국장과 대구 여성회의 남은주 사무처장님!

멘토 두 분은 지금 하고 있는 운동이 내 인생, 나의 커리어에서 어떤 의미인지 인생 전체를 관통하며 조망할 수 있어야 한다는 말과 함께, 신입으로 들어오면 이미 사업계획이 다 짜여져 있는 경우가 대부분일텐데, 자신이 해보고 싶은 사업과 운동을 끊임없이 조직에 어필하라는 충고를 해 주셨다.

그리고 혼자서 끙끙 앓지 말고 구체적으로 도움을 요청하라는 조언도! 이미 조직에 축적되어 있는 경험과 자원을 활용하라는 얘기, 선배활동가들은 누구나 손 내밀어줄 준비가 되어있다는 것이다.

새벽까지 이어진 뒤풀이에서는 신나게 웃고 떠들면서 간만에 즐거운 기운을 만땅으로 충전했다. 처음 만났지만 그렇게 금세 마음을 열고 친해질 수 있는 선한 사람들, 자신이 가진 재능과 자산을 기꺼이 나누려 하는 ‘활동가’라는 사람들이 참 예뻐 보였다.

금테를 두른 수료증까지 받은 이번 신입활동가 교육에서 가장 아쉬웠던 점은 1박 2일이 너무 짧았다는 것이다. 2박 3일동안 푸지게 놀고 더 끈끈해졌더라면 좋았을텐데... 서울 홍대쪽 클럽에서 애프터 모임을 갖기로 약속하며 아쉬움을 달래야했다.




새삼스럽게 느낀 점은 활동가들간의 네트워킹이 정말 필요하고 지속가능한 활동을 하는데 너무 중요하다는 것이다. 나의 고민이 나 혼자만의 고민이 아니라는 걸 확인하고 서로 으쌰으쌰할 수 있는 친구들이 전국에 그물망처럼 촘촘히 짜여있다면 그건 정말 든든한 백그라운드!

그날 만난 활동가들을 여연 총회나 또 다른 현장에서 앞으로 쭈욱~ 볼 수 있기를 희망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