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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또우리폴짝기금 인터뷰 : 쪼미 - "마음이 힘들 때는 한강에 가서 걸어요." 본문

열림터 식구들의 목소리/자립의 과정을 '폴짝!'

2020년 또우리폴짝기금 인터뷰 : 쪼미 - "마음이 힘들 때는 한강에 가서 걸어요."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설 성폭력피해자보호시설 열림터 2020. 7. 7. 14:58

열림터 또우리 자립지원기금인 '폴짝기금' 사업이 올해 처음 시작되었습니다. 지난 6월 1일, 7명의 또우리들에게 폴짝기금이 집행되었어요. 선정된 또우리들과 열림터가 진행한 폴짝기금 사전인터뷰, 다들 잘 읽고 계신가요?

여섯번째 또우리는 쪼미입니다. 쪼미와 열림터의 수수가 만나 이야기를 나눴답니다. 쪼미와는 달콤한 마카롱을 나누어 먹었어요. 쪼미는 제과제빵 자격증을 따려고 한대요. 





수수: 쪼미 어떻게 지냈나요?


쪼미: 집에 많이 있고 가끔 운동 나가고. 볼 일 있으면 잠깐 밖에 나갔다 오고 그래요. 저는 자취해요. 혼자 살아요.  운동은 그냥 걷기를 해요.


수수: 오, 그렇군요. 그럼 쪼미는 월세나 생계비는 어떻게 해요?

쪼미: 부모님 반, 제가 반 이렇게 내요. 그 반은 알바를 해서 벌어요. 햄버거 집에서 일했어요. 일하는 건 그냥 그래요.

수수: 최근에 코로나 때문에 식당들이 문을 많이 닫거나, 알바들도 많이 잘렸잖아요. 쪼미는 괜찮았어요?

쪼미: 괜찮았어요. 그런데 코로나가 불안해서 제가 그만뒀어요. 걸리면 격리되니까요.

 

 
수수: 어머, 그랬군요. 그러면 지금 더 돈이 없겠어요. 또우리 기금 처음 봤을 때는 어땠나요?

쪼미: 그냥, 신기했어요. 열림터 살면서.. 여기 나가고 나서 몇 년 동안 이런 게 없었다가 생기니까 신기했어요. 보자마자 신청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냥 집에 있으면서 자격증 공부라도 하고 싶은데, 돈이 없으니까.  

수수: 생기니까 할 수 있을 거 같다는 느낌이 조금 들었나요?

쪼미: 네. 


수수: 쪼미는 요즘 좋아하는 게 뭔가요? 

쪼미: 낮잠 자기. 근데 낮잠을 자면 밤낮이 바뀌어요. 하하. 그래도 괜찮아요.  

수수: 그럼 쪼미가 요즘 싫거나 힘든 건 뭔가요? 

쪼미: 열심히 하고 싶은데 뜻대로 안 되는거요. 만약에 일을 구해서 첫 출근을 하게 된다면요. 어떤 것들을 해야 되는데, 갑자기 제가 멍하니 있으면서 뭘 먼저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실수 같은 거 또 하고.

수수: 그럼 되게 당황스럽겠어요. 첫 출근 때 당황해서 아무것도 못한 적이 있었나봐요. 그래도 열심히 하고 싶다는 마음이 계속 있는 거네요. 자격증 공부도 하고 싶고, 옷도 사고 싶고, 낮잠도 자고 싶고. 하고 싶은 게 있는 건 되게 좋은 거 같아요.


쪼미: 네. 하하. 

수수: 그럼 그렇게 마음이 힘들 때나, 뜻대로 안 될 때 기댈 수 있는 사람이 있어요? 사람이 아니라면 장소가 있을까요?

쪼미: 한강? 한강에 가서 걸어요. 그러면 머리가 비는 느낌이 들어요. 깨끗하게 정리되는 느낌이에요.

 

수수: 폴짝기금 신청서를 쓸 때 힘들지는 않았어요?

쪼미: 계속 고민했어요. 뭘 써야 할지. 만약에 이거 쓰면 빠꾸될까봐. 하하.

수수: 그게 뭔데요?

쪼미: 이것저것들이요. 사실 기부하고 싶었어요. 코로나 관련 단체에요.


수수: 아, 폴짝기금은 자기한테 쓰는 거라 기부는 할 수 없어요. 하지만 이런 건 할 수 있을거예요. 쪼미가 폴짝기금으로 생활용품을 사고, 그만큼 아낀 쪼미의 돈을 코로나 관련 단체에 기부할 수는 있겠어요. 코로나가 쪼미한테 엄청 큰 문제군요.  

쪼미: 네, 저도 그렇고 엄마도 코로나를 많이 무서워해요. 저는 코인노래방 좋아하는데 못 가게 되었어요. 

 

수수: 열림터 생활인들도 코인노래방을 많이 좋아해서 큰 문제예요. 맨날 가지 말라고 하고 있어요.

쪼미: 가지 말라고 하면 저절로 가게 되어요. 제한 같은 걸 해야 해요. 

수수: 제한을 해도 그냥 훌쩍 가버리면 어떡해요?

쪼미: 그냥 붙들어두세요. 하하. 코인노래방도 이제 이름을 다 적게 되어 있더라구요. 신상을 안 적으면 들어갈 수 없게 되어 있더라구요. 소독도 해요. 이번에 문제 된 곳은 잘 관리를 안 하는 곳이었던 거 같아요. 코인노래방마다 다른데, 일지 없으면 어디에선가 와가지고 경고 먹거나 벌금 먹거나 하거든요.  


수수: 쪼미가 취득하고 싶은 자격증은 뭐예요?

쪼미: 제과제빵이요. 지금 학교에서 제과제빵 배우고 있어요. 지금 휴학 중이에요. 조금 힘들긴 하는데 이제 거의 다 끝나가니까 괜찮아요. 1년 반 정도 더 하면 돼요. 저는 단 과자를 좋아해요.  

수수: 안 그래도 과자를 사면서 쪼미는 단 걸 좋아할까, 짠 걸 좋아할까 고민했어요. 제가 잘 맞추어서 다행이네요. 혹시 쪼미에게 필요한 게 있을까요? 음... 지금 쪼미에한테 필요한 것은?!

쪼미: 휴식. 낮잠이요. 알바도 그만두고, 지금 제게 필요한 걸 하고 있어요. 

 

수수: 그럼 쪼미가 하고 싶은 일은 뭘까요?

쪼미: 빨리 학교 졸업하는거요. 학교 다니면서 좀 '이게 나한테 맞나? 안 맞나?' 고민이 들었어요. 교수님들이 그만두기보다는 한 번 더 생각하는 거 어떠냐고 그랬는데요. 그러다가 제가 도저히 안 될 거 같다고 휴학하겠다고 그랬었어요.  

수수: 그래도 빨리 학교 졸업하고 싶다고 하는 걸 보니, 쉬고 난 다음엔 할 수 있을 거 같단 생각을 하는 거군요. 휴식은 필요하죠.

쪼미: 맞아요. 엄마는 휴학 뭐하러 하냐고 했어요. 하하. 2년제인데, 빨리 끝내라구요. 

수수: 그래도 쪼미가 이건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택한 휴학이군요. 좋은 선택을 하셨네요. 빠른 졸업도 기원합니다.


폴짝기금사전인터뷰를 진행하며, 또우리들의 삶에 코로나19 시국이 엄청난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을 점점 더 깨닫게 되었어요. 하긴, 영향을 받지 않는 사람을 찾는 게 더 어렵겠지만요. 쪼미가 스스로 필요하다고 여겼던 것처럼 푹 쉴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하고 싶었던 것처럼 제과제빵 자격증도 따서 좋아하는 달콤한 과자들도 많이 만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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