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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폴짝기금 인터뷰: 모든 학밖청(학교밖청소년)들과 연대하는 토리 본문

열림터 식구들의 목소리/자립의 과정을 '폴짝!'

2021 폴짝기금 인터뷰: 모든 학밖청(학교밖청소년)들과 연대하는 토리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설 성폭력피해자보호시설 열림터 2021. 6. 22. 11:15

열림터를 퇴소한 사람들의 자립을 지원하는 2021년 또우리폴짝기금 프로젝트가 시작되었습니다! 올해는 10명의 또우리들이 폴짝기금에 선정되었어요. 기금을 사용할 모든 또우리들과 인터뷰를 진행했답니다. 

다섯 번째 또우리는 토리예요. 토리는 학교밖청소년으로서 다양한 정책을 탐험하고 있습니다. 같은 학교밖청소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많았던 토리를 열림터 활동가 수수가 인터뷰했습니다.


 


수수: 토리 어떻게 지냈나요? 인터뷰 시작하기 전에 아까 벌써 잘 지냈다고 답했었죠? 

토리: 맞아요. 이 인터뷰 많은 사람들이 볼까요? 제 얘기를 많은 사람들이 볼지는 모르겠지만, 다른 사람들이 본다면... 혹시 저처럼 자퇴하고 살고 있는 청소년이 있다면 해주고 싶은 얘기가 있어요. 나라에 지원받을 수 있는 정책을 많이 찾아보자. 

수수: 토리 정책왕이시잖아요.

토리: 그니까요. 

수수: 소개해주고 싶은 정책이 있어요?

토리: 아, 있죠있죠. 첫 번째. 학교밖청소년을위한내일이룸학교. 이것은, 학교를 자퇴했고, 취업을 원하는 학밖청을 모아서.. 아, 학밖청은 저희가 줄인 말이 아니에요. 공공기관이 쓰는 말인데 저희도 가끔 써요. 아무튼 학밖청을 모아서 직업훈련을 해주고, 성실하게 참여한다면 한 달에 30만원을 기본으로 주고, 만약 통학을 한다면 통학 교통비를 16만원 정도 지원해주는 아주 좋은 제도예요. 저는 이걸로 한 4월부터 11월까지 280만원을 받았습니다. 다시 생각해도 대박이네요. 저는 기숙사에 살아서 교통비를 받지 아니하였는데 만약 기숙사에 살지 않으신다면 필히 통학을 하시고 교통비를 받아가세요. 이 아주 좋은 제도를 이용하셨으면 좋겠다.
그리고 또 하나. 아직 그것을 배우고도 취업하기에 조금 모자란다 싶다면 국민취업지원제도를 이용하여서, 이걸 하면은 6회 50만원씩을 줍니다. 6회 동안 이력서를 넣는다던지, 취업에 관련된 나라에서 하는 강의를 듣는다던지, 학원을 다닌다던지 해서 취업활동 한다는 것을 증명하면 50만원씩을 주는거예요. 저처럼 알바 하기도 애매한 나이지만 뭔가는 해야 하는데, 돈이 없는 사람들이 꼭 이용했으면 좋겠다는 말을 하고 싶었습니다. 또 각 지자체에서 구직활동 지원금을 줘요. 나라에서 하는 것도 있고 지자체에서 하는 것도 있으니까 꼭 둘 다 확인해서 자기한테 맞는 것을 골라서 지원 받기. 국민취업지원제도는 원래는 만 18세 이하는 안 되거든요, 그런데 학교밖청소년이면 그 연령 이하여도 국민취업지원제도 이용이 가능해요. 학밖청 여러분들 꼭 아시고 쓰십시오.

수수: 토리 학밖청 여러분들과 유대감을 많이 쌓은 것 같네요.

토리: 아 그럼요. 학밖청들은 돈은 필요한데 알바를 못 하잖아요. 

수수: 청소년도 보호자 사인 있으면 일을 할 수 있는데, 알바 사장들이 안 뽑아줘서 힘들단거죠?

토리: 네. 아 근데, 알바하는 애들은 잘 하긴 하는데... 뭐 일단 다 파트타임이고 시간대가 애매하다거나 그런 것도 있구. 취업을 하려면 학원을 다녀야 하는데 학원이랑 병행하기엔 좀 애매한 구석이 있고 하여서.


수수: 다음 질문. 폴짝기금을 처음 알았을 때 어떤 생각을 하였습니까?

토리: 작년에 알았죠. 그때는 열림터를 퇴소하고 1년이… 되긴 했을 거예요, 근데 신청이 3월이었나 그랬고, 저는 5월인가에 나가서(해당이 없었어요). 그래서 그때부터 내년에 폴짝기금으로 뭘 할까 생각하고 있었는데. 사실 그때 고민해서 지금까지 이어진건 없고. 지금에 와서 새롭게 하고 싶은 것이 생겼어요. 

수수: 작년부터 칼을 갈았는데 칼 모양이 변했군요.

토리: 맞아요. 막상 지금 와서 말도 안 되는 신청서를 작성했다는 거~ 


수수: 토리는 '말도 안 되는 신청서'라고 하셨지만, 직접 작성하신 이 이용계획서에 대해서 좀 설명해주세요. 가장 하고 싶은 것이 이것이 맞는지! 변경도 가능하거든요.

토리: 제가 이용계획서에 느낌표를 두 개씩 찍은게 너무 웃겨요. 😝 왜 이렇게 했지. 여기 적은 것 중 하나는 다른 지원사업으로 해결해서 바꿀 거예요. 아직 유효한 계획은 치과 치료예요. 이용계획서에 토익 시험 지원비도 썼는데 그건 지금 좀 고민이 돼요. 만화과가 있는 대학교를 지원할까 해서 토익 시험을 보겠다고 한건데요. 그런데 내가 만화를 배워서 먹고 살 수 있나라는 생각이 들어서요. 요즘 투잡 시대잖아요. 만화를 그리는데 돈을 못 벌면... 그건 좀... 

 

수수: 그렇군요. 토리 지금 자립의 과정을 거치고 계시지 않습니까. 그 과정에서 좋은 점과 안 좋은 점은?

토리: 좋은 점이 있을까요? 안 좋은 점은 열림터를 너무 일찍 나왔다! 여기서 20살 되어서 자립을 했더라면 좋았을텐데.

수수: 저희도 토리가 갑자기 사라져서 얼마나 놀랬다구요.

토리: 하하. 여러분, 쉼터 퇴소자에겐 아무런 지원이 없으니 부디 오랫동안 쉼터에 계세요. 부탁드립니다. 쉼터에서 나오면 강해져야 합니다, 특히 미성년자는요. 아무도 나를 도와주지 않으니까. 하지만 이제 곧 저는 성인이기 때문에 괜찮아요. 이렇게 시간이 빨리 흐를 줄 몰랐는데, 제가 정말 곧 성인이 됩니다. 이미 계획도 있어요. 수능 보고 나서 바로 알바를 들어가서 대학교 개강 전까지 돈을 모아서 보증금을 마련하겠다라는 큰 계획이요. 사실 될까 모르겠네요. 자취 계획도 있긴 한데 기숙사가 쌀까 자취가 쌀까 고민 중이에요. 서울이 아닌 지역은 기숙사에 드는 돈과 자취에 드는 돈이 비슷해서요. 만약에 내가 20살 되어서 열림터를 나왔더라면 보증금[각주:1]을 받을 수 있었을텐데. 그래서 여러분, 꼭 성인이 되어서 나오셔라. 그리고 좋은 점. 자립을 하면서 뭐 좋은 점이 있을까요? 다른 사람들은 뭐라고 했어요?

수수: 토리는 생활인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많군요. 자립 좋은 점은.. 다른 사람들은 '규칙이 없어서 좋다.' 같은 걸 얘기했어요.

토리: 저는 이미 규칙 없는 삶을 살고 있어서. 너무 규칙 없이 사니까 엄마가 맨날 '빨래해라, 집 치워라.' 오늘도 그러셨어요. 제가 액정타블렛을 산 지 얼마 안 되어서 박스가 널부러져 있거든요. 자립이라기보다는 성인이 되어서 좋은 점은 있을 거 같아요. 권리가 늘어난다. 자유로운 의사결정 그런 게 좋고. 이미 성인이었던 분들에게는 해당되진 않을 거 같아요. 

수수: 미성년자에게 안 되는 게 너무 많죠. 열림터도 보호자 동의 없이 휴대폰 개통을 못 하는 문제 때문에 골치 아파요.

토리: 정말 말도 안 되는 제도라고 생각합니다. 이거는... 정책 연구하시는 분들일까요, 법 연구하시는 분들 일까요. 그분들이 꼭 보시고 꼭 변경해주시길 바랍니다. 청소년이 핸드폰을 못 만들게 하는 이유가 돈을 안 낼까봐잖아요. 아닌가? 아무튼 쉼터 원장 재량으로 미성년자의 핸드폰을 발급받으려면 제가 알기로는 재판을 해야했나, 복잡한 과정이 있었어요. 국회의원 분들 그런 과정이 꼭 간소화되도록 꼭 법을 만들어주세요. 이건 정말 중요한 부분이거든요. 제가 열림터에 살았을 때 핸드폰을 못 만드는 언니를 바로 옆에서 봤었어요. 이런 거는 정말 사각지대를 만드는 법이 아닌가 하는거죠. 왜냐면 저희는 특성상 부모님, 보호자랑 연락을 할 수 없는 관계들이 너무 많잖아요. 그런 사람에게서 연락을 못 하게 한다는 건 너무 한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죠. 

수수: 언제 토리와 함께 기자회견을 하면 좋겠네요. 그럼 쉼터를 퇴소한 성폭력피해자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이 있을까요?

토리: 정책 설명회? 넉넉한 지원? 넉넉한 지원이란 건 넉넉한 돈을 지급하는 것도 있겠지만은... 일단 주거 문제가 첫 번째인 거 같아요. 혹시 쉼터에 살았다는 사람을 청년주택에서 우대하는 정책이 있나요? 그게 있으면 좋겠어요. 


학교라는 제도 밖에서 다양한 지원 정책의 세계를 탐험하며 자신에게 필요한 것을 찾아가는 토리의 모습이 멋집니다. 폴짝기금이 토리의 탐험에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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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여성가족부 운영지침에 따라 성폭력피해자보호시설에 입소한 만 19세 미만의 미성년자가 시설에서 1년 이상 생활하고, 성인이 되었을 경우에 500만원의 퇴소자립지원금을 받게 됩니다. 하지만 중도퇴소한 청소년의 경우에는 자립지원금을 받지 못한다는 점, 만 19세 이상의 후기청소년은 지원 받을 수 없다는 점, 그리고 500만원은 자립을 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지원이라는 점은 여전히 한계입니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