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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숙직 일기

선물들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설 성폭력피해자보호시설 열림터 2022. 9. 2. 14:53

열림터 활동을 하다보면 생활인들에게 종종 선물을 받기도 합니다. 자기 명찰을 주기도 하고요, 증명사진 잘 나왔다고 한 장 선물해주기도 하구요, 이런 거 좋아할 거 같다며 물건을 사오기도 하고, 그럴듯한 카페를 찾았다며 커피를 사주겠다고 막 지갑을 꺼내기도 합니다. 막 활동을 시작했을 때는 이 선물을 받아도 되는건지, 극구 고사해야 하는지 정말 헷갈렸어요. 자기 쓸 용돈도 부족할텐데! 내가 이 선물을 받아도 되는건지 미안했거든요. 그리고 선물을 받는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막 괜히 깊이 고민하기도 했어요. 하지만 이제는 받습니다! (물론 너무 비싼 걸 사오거나... 사과의 의미로 선물을 줄 때는 받지 않아요.) 

 

주기만 하고 받기만 하는 관계보다, 주고 받는 관계가 더 건강하다고 생각하게 되었거든요. 선물은 돈이기도 하지만,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이기도 하니까요. 그만큼 저도 이 관계들을 어떻게 의미화할지, 서로 돌보고 관심을 쏟는 일을 어떻게 더 잘 할지 고민해야겠다고도 다짐했어요. 

 

그런 면에서 그림이나 편지는 더욱 소중한 것 같아요. 그림을 그리는 동안 당신을 생각했다는 의미니까요. 

 

아래는 두 생활인이 저를 생각하며 그려준 고양이예요. 한 분은 홈페이지에 공개하는 걸 흔쾌히 동의해주었고, 한 분은 제가 미처 동의를 구하지 못했지만.... 1년 정도 모두가 볼 수 있는 제 자리에 붙여두었을 때 좋아했으니까 아마 동의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첨언하자면, 저는 고양이와 함께 살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둘 다 회색 고양이를 그려주었다는 게 재미있지 않나요? 또 사람마다 그림체가 이렇게 다를 수 있다는 것도 재밌습니다.  한 사람은 맑고 또랑또랑한 고양이를 그려주었고, 한 사람은 느긋하게 쉬고 있는 고양이를 그려주었어요. 둘 다 은근히 자기를 닮은 고양이를 그려주신 것 같아요.

 

이 자리를 빌어 소중한 그림을 선물해주신 분들께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 

 

"오늘도 행복하게" !
'수진'은 가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