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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폴짝기금 인터뷰 : "행복합니다." - 인터뷰 도중 행복한 소식을 받은 연화 본문

열림터 식구들의 목소리/자립의 과정을 '폴짝!'

2022 폴짝기금 인터뷰 : "행복합니다." - 인터뷰 도중 행복한 소식을 받은 연화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설 성폭력피해자보호시설 열림터 2022. 9. 23. 09:24

제 3회 또우리폴짝기금 프로젝트가 진행 중입니다. 자립의 어려움을 통과하며 즐거움도 놓치지 않고자 하는 또우리들의 목소리를 여러분과 공유합니다. 올해는 15명의 또우리들이 폴짝기금 프로젝트에 함께 하게 되었습니다.  

 

열 두 번째로 만난 사람들은 연화입니다. 연화도 이번이 두 번째 폴짝기금 신청인데요. 인터뷰 도중 갑자기 아주 행복한 소식을 듣게 되어 조은희 활동가와 연화 모두 깜짝 놀라며 즐거워했다고 합니다. 그 행복한 소식이 무엇일지, 인터뷰를 읽어보세요. 

 


 

 

은희: 요즘 어떻게 지내니?

 

💌연화: 열심히 출퇴근하는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은희 : 출퇴근 하면서 잘 지내고 있는 건 중요한 것이지. 지금 다니는 회사에서 얼마나 다닌 것이니?

 

💌연화 : 다음 623일이 2년 되는 마지막 날입니다. 2년 계약이거든요.

 

은희 : 정말 대단하다. 지금까지 최고 오래 다닌 것이지?

 

💌연화 : 그렇죠. 최고 오래 다니고 있습니다.

 

은희 : 해보니까 어때?

 

💌연화 : 나한테도 할 만한 게 있구나, 나도 할 수 있던 게 있었구나, 라는 걸 알게 되었어요.

 

은희 : 직장 말고 다른 일은 어때? 연애 사업, 아니면 집에서 엄마랑의 관계, 이런 건?

 

💌연화 : 엄마랑은 요즘엔 잘 지내요. 물론 금전적인 얘기만 나오면 맨날 싸우긴 하는데, 요즘엔 금전적으로도 제가 그렇게 크게 사고 치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것 아시니까.

 

은희 : 그래 2년을 열심히 일했네~ 그리고 이제 경력자로서 일자리를 알아볼 수 있겠다. 점점 더 전문적인 사람이 되는 것이지! 그럼 두 번째 질문할게~ 폴짝기금 지난 번에 한 번 받았었잖아. 요번에 또 신청할 때는 저번하고 어떤 게 좀 달랐니?

 

💌연화 : 처음에 신청할 때는 주로 강아지에 대해 썼죠. 솔직히 말씀드리면 핸드폰 요금을 못 내어서 아무것도 못 할 때였는데, 돈이 너무 급했던 상황에서 폴짝기금을 지원해준다는 말씀을 듣고 이게 웬 횡재냐라는 느낌을 가졌었어요. 처음에는 이거면 조금은 내가 숨통이 트이겠다싶어서 신청을 했는데 계속 이것을 나한테만 써야 된다라고만 말씀해 주셔서 좀 고민이 되는 거예요. 나한테는 카페 가고 놀러가는데 쓰는 것보다 핸드폰 요금이 더 급한데, 이런 것에 써도 되는지?

 

은희 : 그게 너한테 쓰는 거지~ 이번에는 어땠어?

 

💌연화 : 직장을 2년 채우고 나서 내가 딱 쉴 수 있을 때 기금을 쓰게 되는 거잖아요. 여행도 여기저기 가고 싶기도 하고, 강아지뿐만이 아니라 엄마랑 단둘이 무언가 하고 싶기도 하고. 너무 기회가 잘 맞은거예요. 하고 싶었던 것들이 퇴직금으로는 부족할 것 같고, 실업급여를 받아도 고민이 되었던 참이었는데 폴짝기금을 정말 요긴하게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은희 : 금액이 많지는 않지?

 

💌연화 : 아니예요. 많이 도움이 되죠!! 퇴직금이랑 같이 계획해보면 좀 더 재밌게 쉴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이번 여름 바캉스를 위해서.

 

은희: 그래, 열심히 했으니 잘 쉬면서 재충전 하는것도 중요하지.

 

💌연화 : 그렇게 말씀드렸는데 실제로 그렇게 잘 쓸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근데 일단 최대한 노력해봐야죠!! 엄마 좋아하는 온천여행과 강아지를 고려해서 계획해보려고 하고 있어요.

 

은희 : 열림터에서 퇴소하고 난 뒤에 자립했을 때 제일 좋았던 거는 뭐야?

 

💌연화 : 아마 제가 있었을 때 사람들은 대부분 똑같이 얘기할 거 같은데. 조금 자유로워졌다. 좀 더 숨통이 트였다라는...

 

은희 : 자유 맞아~

 

💌연화 : 통금 시간은 불편했지만 그래도 괜찮았어요.

 

은희 : 그때 너가 비슷한 또래와 언니들과 잘 지냈지! 그래서 더 잘 지낼 수 있었던 것 같기도 하네.

 

💌연화 : 맞아요. 얼마전에도 만나서 재미있게 놀았어요. 다들 하는 말이 지금이라면 다시 열림터에 들어가서 잘 살 수 있을 것 같다는 것이지요.

 

은희 : 그만큼 힘이 생겼다는 말이기도 한 것 같아. 그 외에 퇴소하고 난 뒤에 힘들었던 것들은 뭐가 있을까?

 

💌연화 : 힘들었던 거는 가족들과 갈등이죠! 당장 그게 해소되는 게 아니니까 엄마도 나만 보면 그때 일이 떠오를 수 있고, 나도 불안감을 계속 가지고 있으니까. 한 번 엄마가 나쁜 마음 먹었으니까 또 그럴 수 있다는 불안도 있어요. 지금도 계속 그 불안감을 가지고 있거든요. 또 그럴 거라는 부담감은 많이 없는데, 갑자기 훅 밀려오는 불안감이 너무 커서 항상 그게 최고 힘들죠.

 

은희 : 다른 거는 괜찮았고?

 

💌연화 : ~ 지금은 좀 괜찮아요. 그때 당시는 많이 힘들었죠.

 

은희 : 그건 누구에게나 큰일이지, 엄마랑 요즘 관계가 많이 좋아졌다니 다행이다.

 

💌연화 : !! 오늘 검정고시 결과 나오는 날이에요.

 

은희 : 시험은 잘 봤어?

 

💌연화 : 일단 채점으로는 2개가 합격했었는데 국어가 86점이 나와서 좀 놀랐어요. 합격으로 조회됐으면 좋겠어요. 내가 평균이 60이 되면 되는데, 제가 지금 하나만 더 맞으면 60이 되거든요.

 

은희 : 몇 과목 봤어?

 

💌연화 : 4과목 봤어요. 국어, 수학, 영어, 한국사.

 

은희 : 그래서 몇 과목 기대하고 있어?

 

💌연화 : 요즘에는 그냥 어떤 과목이 몇 점이든 평균 점수가 60점이면 모두 통과해요. 됐으면 좋겠어요.

 

은희 : 두구두구두구. 어떡해~~

 

💌연화 : 합격자 명단에 있긴 하거든요.

 

은희 : 명단에 있다면 네 과목 다 60점 이상 돼서 패스했다는 거야?

 

💌연화 : 그걸 모르겠어요. 뭐지, 잠깐만요.

 

은희 : 뭐라고 돼 있어? 밑에 안내문 읽어봐봐. 지금 과목별로 점수를 따로 보는 게 아니고 전체 점수를 통틀어 합격점을 매기는 걸로 바뀌었다는 거잖아. 그렇지?

 

💌연화 : 그렇죠.

 

은희 : 그러면 합격했네.

 

💌연화 : 된 걸까요?

 

은희 : 너 국어 때문에 합격했네.

 

💌연화: 그렇죠. 저 그렇게 점수 높아진 거 처음이에요.

 

은희 : 축하축하~ 이제 고졸이다. 그러니까 맨날 검정고시 하라고 해도 안 하더니.

 

💌연화 : 엄마가 더 좋아하시겠네.

 

은희 : 엄마한테 빨리 연락해 드려~~ 축하한다. 케익이라도 하나 먹자.

 

💌연화 : 아니에요. 아니, 지금 안 믿겨요.

 

은희 : 안 믿깁니까. 꼬집어줄까요?

 

💌연화 : 아니요. 진짜인 것 같긴 한데.

 

은희 : 진짜 정말 잘 됐다. 새롭게 바뀐 제도가 너에게 큰 도움이 됐네. “평균 60

 

💌연화 : 행복합니다. 이제 학력을 바꿔도 될 것 같아요.

 

은희 : 그게 계속 아쉬웠는데....

 

💌연화 : 합격증만 뽑아가면 되겠죠.

 

은희 : 합격증 받으면 찍어서 보내줘~ , 진정하고 인터뷰 계속할게~ 그럼 이제 시설에서 퇴소한 선배로서 시설에서 퇴소한 생활인들에게 필요한 게 뭘까? 개인적인 것도 괜찮고 사회적으로도. 퇴소한 사람들에게 어떤 것들은 이런 시스템으로 지원해줘야 된다. 뭐 이런 거 있으면 얘기해 줘.

 

💌연화 : 지금 같은 지원금이 최고 큰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은희 : 또우리폴짝기금?

 

💌연화 : 왜냐하면 당장 나간다고 해서 일을 한다는 보장도 없고, 또 먹고는 살아야 하고, 가족들하고 사는 사람도 있을 것 같고, 혼자 사는 사람도 있을 텐데... 어쨌든 사람마다 사정이 다르고 초반에는 너무 힘들거든요. 또 퇴소 전에 직업을 체험할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여기서 나가면 일단은 혼자 알아보고 하는 그 과정이 좀 쉽지는 않거든요.

 

은희 : 직업적인 체험을 해봤으면 좋겠다는 것이네.

 

💌연화 : 그런 부분이 좀 있으면 좀 낫지 않을까 싶어요.

 

은희 : 혼자 독립해서 살아야 할 때도 엄청 황당한 일이 많이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드는데. 반대로 너는 퇴소하고 엄마랑 생활하면서 황당하거나 처음에 힘들었던 것은 없었어?

 

💌연화 : 이모랑 엄마랑 같이 싸우면서 생활했었는데요. 사건으로 갑자기 아무도 없이 둘만 있게 되었지만, 어차피 처음부터 엄마랑 살았었기 때문에 둘만 있다고 해서 당장 저의 생활에서 크게 달라진 것은 별로 없었어요.

 

은희 : 그러면 연화한테는 열림터라는 곳이 어떤 곳이었다고 생각해? 지금 생각해보면.

 

💌연화 : 새로운 독립된 공간에서, 나의 보호자가 없는 곳에서, 혼자 사는 것. 다른 생활인들이 있었지만 혼자 사는 법을 좀 배우는 게 있었어요. 왜냐하면 일단 지켜야 할 것도 있었고, 먹는 것도 혼자 해 먹을 줄 알아야 했고. 치울 줄도 알아야 되고, 청소도 내가 할 줄 알아야 되고... 나 혼자 있을 때를 대비해서 배울 수 있었던 곳.

 

은희 : 지원해 주는 선생님들이 있기는 하지만 모든 것에 대한 책임은 나한테 있다는, 뭐 이런 거를 느끼는 시간이었다는 얘기 같네.

 

💌연화 : 엄마하고 있을 때도 엄마는 일하러 가면 나 혼자 놀아야 했어요. 그런데 여기선 나가서 그냥 놀기도 하지만 프로그램도 같이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고 좋았어요. 대화도 더 할 수 있고 게임도 같이 할 수 있고 하니까 좀 즐겁게 지냈던 것 같아요.

 

은희 : 그런 느낌과 감정이었다고 하니, 열림터가 그래도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있구나, 이런 생각도 드네. 나는 너가 힘들 때 열림터를 찾아주고 얘기해 주고 이렇게 하는 게 참 고맙기도 해. 사실은 연락 안 해도 잘 살면 최고지. 하지만 힘들 때 혼자 앓지 말고 도움을 요청해주었으면 하는 마음이야. 모든 걸 해결해 줄 수는 없지만 같이 고민해주고 길을 같이 찾을 수 있잖아.

 

💌연화 : 그렇죠.

 

은희 : 혼자 막 너무 힘들어하지 않고 고민을 나눠주고 이렇게 연락하고 하는 것도 너의 힘이잖아. 용기이기도 하고.

 

💌연화 : 솔직히 숨기는 거를 잘 못해요. 오히려 숨기려고 할수록 엄청 답답해져서 이걸 풀어놓고 싶은데 믿을만한 사람을 찾는 것이 힘들더라구요.

 

은희 : 그치.

 

💌연화 : 그래서 찾아보면 쌤들밖에 없는 거예요. 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곳이 있으면 좋죠!!

 

은희 : 그래서 또우리모임 때 오거나, 개인적으로 찾아 오는 거 되게 반가워. 연화도 앞으로 잘 돼서 바빠서 열림터에 연락할 시간 없네~’ 이렇게 됐으면 좋겠다. 일단은.

 

💌연화 : 저는 또 힘든 게 아니어도 연락 잘 하잖아요.

 

은희 : , 지나가면서도 연락하고.

 

💌연화 : 그렇게 연락하고 만나는 거 워낙 좋아해가지고 제가.

 

은희 : 선생님도 좋아해, 그런 거.

 

💌연화 : 전 여기 올 때 갑자기 뜬금으로 전화할 때도 있었잖아요.

 

은희 : 그것도 좋았어.

 

💌연화 : 저도 좋습니다.

 

은희 : 이번 또우리폴짝기금 네가 계획했던 대로 꼭 이렇게 해야 되는 것은 아니지만, 선생님은 이 계획 좋은 것 같거든? 이 돈이 그렇게 많지도 않잖아. 하지만 규모있게 계획한 대로 잘 사용해주길 바래.

 

💌연화 : , 선생님.

 

은희 : 기금 잘 사용하고, 가을에 어떻게 사용했고 어떤 의미가 있었는지 등... 재밌는 후기 얘기를 하는 평가 시간을 가질 거야.

 

💌연화 : 저번에는 안한 것 같은데.

 

은희 : 작년에 한번 해 보니까 그것도 되게 좋았거든. 그래서 그런 거도 같이 마지막으로 하는 시간 가질 거야.

 

💌연화 : 저 이번 달 또우리 모임에도 올 거예요.

 

은희 : 그래, 그럼 오늘 인터뷰는 여기서 마치고 또우리모임에서 또 보자.

 

성폭력피해생존자들의 새로운 삶의 지평을 여는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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