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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폴짝기금 인터뷰 : 자신을 인정하며 마음이 편안해지는 방법을 찾은 마미 본문

열림터 식구들의 목소리/자립의 과정을 '폴짝!'

2023 폴짝기금 인터뷰 : 자신을 인정하며 마음이 편안해지는 방법을 찾은 마미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설 성폭력피해자보호시설 열림터 2023. 11. 21. 12:56

2023년 4회 또우리폴짝기금 프로젝트가 진행 중입니다.

자립의 과정을 겪으며 떠오르는 경험과 변화하는 마음을 담은 또우리들의 목소리를 여러분과 공유합니다.

올해는 15명의 또우리들이 폴짝기금 프로젝트에 함께 하게 되었습니다.

✒️ 열 한 번째 인터뷰는 마미입니다.

당당함 속에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고군분투하며 자신을 사랑해나가는 마미의 인터뷰를 공유합니다.

 

 

👩🌾은희: 마미 오랜만이에요. 2년 전에 인터뷰했죠. 편하게 하시면 됩니다. 첫 번째 질문입니다. 요즘 어떻게 지내세요?

✒️마미: 계속 작가로 생활하다 보니 건강이 많이 안 좋아진 걸 느껴서 다시 다이어트를 하면서 운동도 하고, 식단 조절도 하고, 최대한 좀 건강하게 지내려 하고 있어요. 쉽진 않은데 최대한 습관을 만들려고 하고 있어요. 지금 식단 한 지 3주 정도 됐는데 거의 샐러드라든지 약간 단백질 위주로 먹고 하루에 두 끼는 무조건 먹으려고 해요.

👩🌾은희: 그렇죠. 건강이 제일 중요하죠. 저랑 만나면서부터 항상 건강 얘기를 하기는 했던 것 같아요. 지금 주거 형태는 어때요? 어떤 집에 누구와 살고 있는지 앞으로는 어떻게 살고 싶은지?

✒️마미: 지금 저 혼자 아파트에서 월세로 살고 있고요. 내년 월세 계약이 끝나는 시점에 어떻게 할지 고민돼요. 대출을 받아서 집을 사거나, 같은 지역에 있는 다른 월세집을 구하거나 하려구요. 내년이면 가해자가 출소하거든요. 가해자가 사는 곳이랑 좀 먼 이 지역에서 계속 살고 싶어요.

👩🌾은희: 폴짝기금 두 번째 신청인데 첫 번째 하고 마음이 다를 것 같아요.


✒️마미: 제가 첫 번째 신청했을 때는 아마 여행으로 신청했던 것 같거든요. 제주도 갔었죠. 근데 솔직히 제주도 갔을 때 계속 일했거든요. 휴가를 가고 싶어서 썼는데 그때 마감과 일이 갑자기 몰린 시즌이어서 계속 일을 했던 아픈 기억이 생각나네요. 그래서 이번에 신청할 때는 뭘 할까 하다가 일단 운동으로 했어요. 작년에는 몸이 너무 안 좋아져서 당뇨에 한 번 걸렸었다가 그때도 감량하면서 나아졌었거든요. 그런데 올해 들어서는 또 제가 코로나에 세 번이나 걸렸었거든요. 폐 사진을 찍어보니까 폐가 많이 안 좋아져서 본격적으로 관리를 해야 하는 시기가 되었더라고요. 일하다가도 손목 인대가 파열된 적도 있어서 운동을 하면서 체력뿐 아니라 전반적으로 건강을 좀 더 챙겨야겠다고 생각하게 되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제가 이 일을 하면서 너무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사람들하고 이야기할 기회가 없어요. 계속 집에만 있고 1인으로만 작업을 하는 경우가 많아서 스트레스를 받으면 그걸 풀 수 있는 창구가 없는 거예요. 그래서 보컬 수업을 하면 발성 연습도 되고 소리도 지르니까 스트레스가 많이 풀린다고 해요.

 

👩🌾은희: 두 번째 신청할 수 있다고 했을 때 느낌은 어땠어요?

 

✒️마미: 저는 제가 될 줄 몰랐어요. 일단 신청을 해보는데 제가 열림터 샘들도 대략 아시겠지만, 수입이 적은 편은 아니어서 제가 자비로 하기도 어렵진 않거든요. 하지만 저도 또우리이고 저에게 주어진 기회이기에 최대한 잘 이용해서 건강이나 스트레스 관리를 잘해보려고 해요. 선정이 안 되었어도 저보다 더 필요한 또우리가 사용하니까 섭섭하지 않았을 것이고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해도 아쉽지는 않아요. 제가 건강을 챙겨볼 수 있는 이유, 의미를 선물해주신 것 같아 그것이 더 든든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는 보컬 수업을 하면서 발성 연습도 하고 소리 지르며 스트레스도 날려버릴 수 있을 거예요.


👩🌾은희: 마미는 열림터에서 지원 안 해줘도 스스로 충분히 할 수 있다는 것 알아요. 하지만 이것은 또우리들의 권리이기도 하잖아요. 그래서 마미랑 함께하는 것이 기쁩니다


✒️마미: 감사합니다. 제가 지난달까지만 해도 생활 패턴이 정말 무너졌었거든요. 대상포진도 한 번 걸렸었고 진짜 너무 힘들었어요. 코로나보다 더요. 그래서 이렇게 살면 안 되겠다 싶었고 되도록 다섯 시간은 자려고 노력해요. 그전까지는 스트레스랑 불면이 겹쳐서 많이 못 잤거든요. 늦어도 밤은 새지 말고, 밥은 하루에 두 끼는 먹고, 산책도 30분 이상 하는 걸로 스스로 결심하고 현재 매일하고 있어요.

👩🌾은희: 이제 다음 질문입니다. 열림터를 퇴소한 후에 자립해서 좋았던 점과 힘들었던 점을 얘기해볼까요?

✒️마미: 스스로 할 수 있는 게 많아지는 것이에요. 열림터에 있었을 때는 관리비, 카드비 납부, 대출이라든지 모르고 살잖아요. 필요할 때는 보통 열림터 샘들이 대신 해주거나 아니면 같이 상의해서 하는 경우가 많잖아요. 그런데 그것을 혼자서 해결해야 하고 생각지도 못한 난관이 있을 때도 혼자서 해야 되잖아요. 몇 번 하다 보니까 나름 이제 익숙해져서 돌발 상황이나 불안에 대한 위기 대처 능력이 조금씩 좋아지는 것 같아요.

👩🌾은희: 그게 좋았던 점이라는 것이죠! 아주 건강하고 긍정적인 분이군요.

✒️마미: 힘들었던 점은 경제관념을 잡기 쉽지 않다는 걸 느꼈어요. 그래서 지금 많이 후회하는 게 열림터에 있었을 때 좀 더 경제관념이 잡혔어야 했다. 좀 더 어렸을 때 그 교육을 좀 더 받았어야 했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왜냐하면 제가 열림터에서 있었을 때 용돈을 받으면 그냥 바로바로 써버릴래? 그랬었거든요. 근데 성인이 되고 자립을 하니까 월세를 내야 된다든지 스스로 책임져야 될 그런 금액이 있으니까 옛날만큼 생각 없이 쓰진 않지만, 그런 경제관념이 너무 부족해서 낭패를 보기도 했거든요. 스트레스성으로 결제해서 나중에 후회하는 것이 되게 많았었거든요. 최근까지도 있었고. 그런 부분에 있어서는 자립하게 되면 온전히 혼자 책임져야 하잖아요.

👩🌾은희: 마미처럼 또우리들이 경제관념이 중요하다는 얘기는 많이 하고 퇴소하고 난 뒤에 힘들었던 점 중에 그런 부분도 되게 많아서 열림터에서 꼭 필요한 교육이라고도 해요.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경제관념을 습득하게 될 수 있을지 우리도 고민을 많이 해봐야 할 것 같아요. 이제 마지막 질문입니다. 시설에서 퇴소한 피해자들에게 필요한 것이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개인적으로 필요한 것도 있지만 이 사회적, 국가적 차원에서도.

✒️마미: 그냥 전부 다 포함인 건가요? 일단 금전적인 교육 열림터에서 용돈 관리법뿐만 아니라 전세 계약, 부동산이나 대출 그런 것에 대해서도 교육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왜냐하면 워낙 모바일 대출이 간편화가 됐고 카카오뱅크에서도 어지간하면 300은 그냥 대출을 해주고 또 요즘에는 후불 결제를 해서 네이버라든지 토스에서 20~30만 원씩 미리 쓰고 나중에 갚는 그런 제도가 너무 활성화가 되어있다. 연체되면 신용등급도 떨어지고 나중에 채권 추심이 붙거든요. 부동산 같은 경우에도 월세, 전세, 매매, 금리라든지 요즘 특히 전세 깡통 사기가 너무 많으니까 그런 주의점. 또 세금 관련...

👩🌾은희: 저희도 그런 부분은 잘 모르고 있지만 퇴소한 또우리들은 더욱 어렵고 힘든 부분이 겠네요. 마미가 그 필요성을 절절히 깨달았군요. 참고하겠습니다. 마미는 퇴소하고 제일 어려웠던 게 뭐예요?

✒️마미: 퇴소하고 가장 어려웠던 것은 사각지대에 놓였을 때인데 저는 특히 처음에 자립해서 회사에 다니게 되었을 때 지원받으려고 신청했는데 국가의 지원 신청 기준이 중위 소득 몇 퍼센트 미만인 거예요. 거의 차상위 계층만 가능하더라고요. 그래서 차상위보다는 조금 더 소득이 있었던 상태에서 지원받지 못할 때가 제일 힘들었던 것 같아요.

👩🌾은희: 차상위도 아니고 그렇다고 넉넉하지도 않은 상황이 힘들었다는 것이죠.


✒️마미: . 그런 상태에서 갑자기 급전이 필요하다던가 그러면 어디선가를 줄여야 하는데 그게 바로 병원비랑 식비잖아요. 그래서 그룹홈에서 나와 친구들과 살 때 엄청나게 고생했어요.

👩🌾은희: 인터뷰 해 보니까 저번에 인터뷰했던 것과 내용은 조금 달라지는 것 같아요. 환경이 어떠냐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는 것 같아요. 요즘 생활은 어때요? 글 쓰는 거는 어때요?

✒️마미: 글쎄, 진짜 고민을 많이 했거든요. 제가 사람 만나는 걸 너무 좋아하다 보니까 혼자서 이렇게 있으면 우울증이 되게 많이 와요. 우울증이라든지 공황 장애라든지 그것 때문에 이 직업을 계속하는 게 맞나 겸업으로 해야 하지는 않을까? 겸업으로 하면 물론 몸은 진짜 힘든데 정신을 편해질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거예요. 고정 수익도 생기고 그것에 대한 메리트가 너무 크고 프리랜서가 생각보다 뭘 할 수 있는 게 없더라고요. 신용카드를 만드는 것이라든지 소득 증명을 해야 하는데 그것조차 어렵고 근데 잘못하면 세금 폭탄 맞고. 4대 보험 그게 생각보다 만만치 않더라고요.

👩🌾은희: 프리랜서의 애환이 느껴지네요. 요즘 제일 큰 고민은 뭐예요?

 

✒️마미: 내년이면 가해자가 나오는 것이 제일 큰 고민인 것 같아요. 그것 때문에 올해 상반기에 너무 힘들어서 상담을 받기 시작했었거든요.

👩🌾은희: 평소에 그런 내색을 하지 않아서 몰랐는데 혼자서 되게 불안했네요.

✒️마미: 악몽도 많이 꾸고 시간이 다가올수록 체감이 되더라고요. 내년이 되면 아예 그냥 집 밖으로도 안 나갈 것 같고 그런 생각이 많이 들더라고요. 주민등록번호도 바꾸고 열람 제한도 걸어 놓고 그래서 제가 어디 있는지 알 방법은 없어요. 그런데도 걱정이 되는 거죠. 아직도 봉고차라든지 구급차 같은 거 보면 조금 무서워서 일부러 피해서 가거나 가해자랑 좀 비슷한 풍채나 그런 걸 봐도 돌아간다거나 그런 게 좀 많더라고요. 그건 언제 없어질까요?

👩🌾은희: 없어진다기보다 마미가 성장하는 만큼 마음의 힘도 커지고 그러면 그런 두려움을 무시하거나 가볍게 처리할 수 있을 때가 올 것 같아요.

✒️마미: 전 지금 이것도 나아진 거라 생각을 하거든요. 작년에 공허감이라든지 외로움이 너무 커서 여행을 다니거나 일에만 몰두하거나 그렇게 계속 살다 보니 정작 저에게 남는 것은 없는 거예요. 그래서 올해 현타를 맞고 고민을 많이 했어요. 그래서 동호회도 가봤지만, 불특정 다수의 사람을 만나는 것도 스트레스를 받는 거예요. 요즘 딜레마라고 생각하는 게 있는데 제가 힘든 거를 거의 다른 분들한테 말을 안 해요. 그 이유가 일단은 제가 생각하고 있는 그 힘듦의 무게가 되게 무겁다고 해야 하나 그걸 다른 분께 이야기했을 때 상대가 지칠까 봐 걱정되어요. 그래서 혼자 해소하려고 하는 것 같아요. 얘기할 때마다 내 마음이 요동치고 그런 것을 알기에 더욱 말하지 않는 것을 택하는 것 같아요. 하지만 옛날보다는 많이 좋아졌고 극단적인 생각은 하지 않아요.

 

👩🌾은희: 특히 가까운 사람한테 피해가 있으면 정말 신뢰하던 사람, 힘들 때 기댈 수 있는 사람들이 없어진 거잖아요.

 

✒️마미: 그렇죠? 그럼 내가 아무리 행복하고, 아무리 잘 되어도 한쪽에는 허전함이 있고. 그 허전함이 남들 다 있는 가족이 없어서 허전한 것인지 나에게 무조건적 사랑을 줄 사람이 없어서 허전한 건지 진짜 고민 많이 했어요. 그 결과 제가 결핍되어 있고 이런 과정이 있었기에 여기까지 왔구나 하고 스스로를 아는 것도 중요한 것 같아요. 본인 시각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제삼자의 관점에서 봐야 정리가 되더라고요. 그리고 자신의 상황을 인정하는 것이 필요했어요. 여기까지 오는 데 몇 년 걸린 것 같아요. 다른 사람과 똑같을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내려놓으면 마음이 편안해져요.

👩🌾은희: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안하여 상담받고 있잖아요. 그래도 스스로 대비하고 챙기는 모습에 좀 안심이 됩니다. 씩씩하고 당당한 마미도 이렇게 힘든 과정이 있었고 여전히 풀어갈 숙제가 있다니 저도 마음이 착잡하지만 스스로를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마미에게 힘내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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