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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림터 식구들의 목소리/자립의 과정을 '폴짝!'

2023 폴짝기금 인터뷰 : 자신의 속도대로 살고 싶은 유유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설 성폭력피해자보호시설 열림터 2023. 11. 21. 14:03

2023년 4회 또우리폴짝기금 프로젝트가 진행 중입니다.

자립의 과정을 겪으며 떠오르는 경험과 변화하는 마음을 담은 또우리들의 목소리를 여러분과 공유합니다.

올해는 15명의 또우리들이 폴짝기금 프로젝트에 함께 하게 되었습니다.

🚥 열 두 번째 인터뷰는 유유입니다.

자신의 속도대로 살고 싶은 유유의 인터뷰를 공유합니다

 

 

🐫낙타: 안녕하세요 유유. 어떻게 지내셨나요?

 

🚥유유: 갑상선 암 수술을 끝내고 집에서 회복하는 시간을 갖고 있었어요. 지금은 신청서 쓸 때보다 훨씬 나아졌어요.

 

🐫낙타: 다행이네요. 힘든 시기에 신청서를 쓰셨네요.

🚥유유: 초반에는 목도 막 안 움직이고 체력이 진짜 너무 많이 떨어져서 나이 듦과 질병에 대해서 더 생각하게 된 것 같아요.

 

🐫낙타: 질병에 맞닥뜨리게 되니까 나의 노후에 대해서 상상을 해보게 되었군요. 나의 노후는 어떠면 좋을지 미래를 그려보게 되는 것 같아요. 지금은 어떤 집에 어떻게 살고 있나요?

 

🚥유유: 지금은 원룸에서 혼자 살고 있어요. 저는 어렸을 때부터 혼자 살고 싶었어요. 가해자가 친부였으니까 가해자랑 분리가 안 되는 상태로 계속 살았거든요. 첫 가해가 한 6살 때쯤부터. 그 이후로 간헐적으로 발생을 했는데, 언제 내가 또 그런 일을 겪을지 모른다는 그 불안 때문에 집에 있는 동안 너무 괴로웠어요.

 

🐫낙타: 퇴소하고 자취를 어떻게 시작하셨어요?

 

🚥유유: 엄마가 도와줬어요. 제가 가해자를 고소했었는데 엄마가 막 울면서 취하해 달라고 했거든요. 그래서 제가 고소를 취하하고 변호사 통해서 처벌불원서까지 써 보냈어요. 검사 측에서 가해자 교육 같은 거는 받게 하지 않을 거냐 해서 그것도 됐다고 정리를 했어요. 그래서 엄마가 보증금을 준 것 같아요. 아마 고소 취하에 대한 대가였겠죠. 위자료 받는다는 생각이었어요. 왜냐하면 가해자는 전혀 처벌을 받지 않았고 엄마도 온전히 제 편이 아니거든요. 이번에 열림터에서 지원해 주신 심리상담에서 엄마랑 같이 상담받으러 가기도 했는데요, 바뀌는 게 별로 없더라고요. 늘 생각하는 건데, 열림터에서 조금 더 준비해서 금전적으로 내가 더 보증금을 마련할 수 있을 때 나갔다면 고소를 취하하지 않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후회가 남아요. 그때는 9명이서 지낼 때였는데, 다양한 나이대의 사람들과의 단체생활을 처음 겪어봐서 많이 힘들었었거든요. 맘 맞는 생활인이 있었는데 그 분이 나간 다음에 들어온 생활인들이 금방 왔다가 나가는게 잦아서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고요. 그래서 급발진해서 나간 감이 있어요. 그래도 조금 더 참고 견뎠더라면 어땠을까 아쉬워요.

 

🐫낙타: 앞으로는 어떤 집에 누구와 살고 싶나요?

 

🚥유유: 계속 혼자 살고 싶구요. 조금 더 큰 집에서 고양이를 가족으로 맞아 같이 살면 더 행복할 것 같아요. 아주 만약에 나이가 들어서 혼자 살기가 어려워진다면 그때는 동거인이 있을 수 있겠지만 마음 맞는 사람 찾을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결론은 얼른 생활동반자법이 제정됐으면 좋겠어요.

 

🐫낙타: 지금 어떤 일을 하고 있으신가요?

 

🚥유유: 학원을 다니고 있어요. 제가 평소 관심이 있었던 분야의 일이라 즐겁게 배우고 있습니다.

 

🐫낙타: 유유가 지금 첫 번째 참여인 거잖아요. 처음 알게 되셨을 때 어떤 마음이셨어요?

 

🚥유유: 퇴소하고서도 열림터와의 연결감을 느껴서 되게 좋았어요. 뭔가 안정이 된다고 할까. 당장 신청하지는 않아도 이런 제도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저한테 위안이 되었는데, 더 필요한 사람이 있을 것 같아서 신청하지 않았어요. 열림터랑 상담소 어려운 걸 아니까 뭔가 돈을 빼먹는 것 같고.

 

🐫낙타: 저희가 또우리 지원을 위해 후원을 독려하고, 후원금을 모아 또우리폴짝기금사업을 할 수 있는 거니까요. 기존 계획에는 제주도 호텔이라고 되어있는데 나의 휴식을 위한 것이라면 숙소비에 다 사용해도 상관없어요. 평소에는 부담스럽지만 기금이니까 할 수 있는 경험이라고도 생각을 해요. 요즘 가장 하고 싶었던 게 이것일까요?

 

🚥유유: . 마음이 좀 편해졌어요.

 

🐫낙타: 열림터 퇴소하고 나서 자립하면서 좋았던 점 힘들었던 점에 대해 얘기해볼까요?

 

🚥유유: 좋았던 점은 온전히 혼자 살 수 있게 됐다는 것. 여전히 불안하고 어렵기도 하지만 그래도 작은 공간이나마 혼자 있고 싶은 마음을 충족시켜주고 평온을 주는 저만의 공간이 생겨서 기뻐요. 여기서는 내 속도로 살 수 있으니까요. 힘들었던 건, 열림터 밥이 진짜 맛있었거든요. 그 밥이 아직도 생각나요. 글쓰기 강의도 정말 좋았었고, 활동가 선생님들께서 챙겨주시는 것도 따뜻하고 좋았었어요. 그 밖에도 좋은 게 진짜 많았어요. 나가봐야 소중함을 안다고, 나가 보니까 여기서 받았던 게 진짜 좋은 것들이었다는 걸 알게 됐어요. 든든한 울타리가 사라진 느낌.

 

🐫낙타: 불안감이 들때는 연락주시고 밥먹으러 와도 되는거 알죠? 마지막 질문입니다. 시설을 퇴소한 성폭력 피해자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요?

 

🚥유유: 저는 고소를 취하하고 처벌불원서까지 제출해서 가해자가 직접적인 처벌이나 벌금 같은 걸 안 받았거든요. 그런 상황에서 왜 피해자가 애써 고소를 취하하고 처벌불원서까지 제출하는지 좀 더 섬세하게 피해자를 헤아려 줄 수 있는 시스템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처벌이 더 강화되었으면 좋겠어요. 지금은 성범죄 저질러도 감옥 안 갈 수도 있고 얼마 안 살고 다시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하니까 더 만연하다고 생각해요. “성범죄를 저지르면 네 인생은 끝난다.” 이런 식의 뭔가 강력한 메시지가 있어야 그나마 줄어들지 않을까요.

 

🐫낙타: 그런 상황에 있는 피해자가 많죠. 처벌 불원서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태로 만들어 버리기도 하고, 하지 않으면 혹시나 큰일 날까 하는 불안감 때문에 선택을 하게 되는 경우도 있고요.

 

🚥유유: 맞아요.

 

🐫낙타: 인터뷰는 이렇게 마무리를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유유: , 또우리 심리상담 너무 잘 받았어요. 감사합니다. 지금은 이제 상담 당분간 안 가도 될 것 같아요.

 

🐫낙타: 다행입니다. 오늘 인터뷰하면서 좀 기억에 남는 키워드나 문장이 있을까요?

 

🚥유유: 내 속도로 살면 좋겠다.

 

열림터 또우리 지원사업은 모두 열림터 후원금으로 이루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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