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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쉼터생활인에게 꼭 필요한 것 중 하나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설 성폭력피해자보호시설 열림터 2011. 7. 6. 23:30

고교 졸업자의 대학진학률이 80%를 넘는 우리나라에서 열림터 생활인들의 대학진학률은 얼마나 될까요?

2009년까지는 쉼터의 입소기간이 최대 9개월이어서 입소 후 대학진학까지 생활하는 친구들이 얼마 안 되다 보니 정확한 통계를 낼 수는 없지만, 열림터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진학을 하는 친구들은 1~2년에 한 명 정도인 것 같아요.

가족에게 돌아갈 수도 없고 주변에 지지체계가 전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대학진학은 거의 포기하고 퇴소 후에는 취업(대부분 비정규직)을 하거나 아르바이트 등을 하면서 힘겹게 생활하지요.

다른 친구들 모두의 축하와 부러움을 한 몸에 받으며 대학에 합격한 친구들은 첫 학기 등록금은 열림터에서 모금을 해서 겨우 해결하지만 다음 학기부터 등록금과 생활비부담 때문에 휴학과 복학을 반복하다 급기야는 학업을 중도에 포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이런 상황이다 보니 열림터에 입소중일 때 경제적으로 자립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일은 치유와 더불어 가장 중요한 일이랍니다. 작년까지는 조리사, 컴퓨터활용, 미용사, 피부관리사. 메이크업아티스트 등의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도록 정부에서 직업훈련비를 지원하였으나 2011년부터 갑자기 예산배정이 안되었고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고용노동부의 실업자지원제도를 이용하라고 하네요.

고용노동부의 지원대상은 실업자이다 보니 고등학교 재학생은 당연히 대상에서 제외되고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에 실업상태가 인정되어야 직업훈련이 가능하며, 그나마 전액지원이 아니라 20~40%는 자부담이라고 합니다. 빈 손으로 집에서 탈출하다시피 한 쉼터입소자들에게 자부담이라니요?

또한 입소기간도 최대 2년 또는 친족성폭력의 경우 만 18세까지여서 고교를 졸업하면 퇴소하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대체 무슨 돈으로 언제 직업훈련을 해서 자립을 할 수 있을까요? 현실을 모르고 펼쳐지는 정부 정책이 답답할 따름입니다. 

이렇게 어려운 상황 속에서 이 달에 열림터의 읽는 여우(책읽는 것을 좋아해서 붙인 별칭이에요)가 당당히 전산회계 1급 자격증을 취득한 것은 정말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어요. 읽는 여우 혼자의 성취가 아니라 다른 친구들에게도 꿈과 희망을 주는 반가운 일이었구요. 열림터 식구들과 활동가 모두 읽는 여우의 합격을 진심으로 축하하며 멋진 미래를 향해 한걸음 내디딘 그녀에게 힘찬 응원의 박수를 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