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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숙직 일기

크리스마스맞이 집 꾸미기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설 성폭력피해자보호시설 열림터 2020. 12. 22. 10:00

저녁 내내 거실 한 쪽에 무심하게 놓여있던 박스들이 열릴 때 마다 생활인들의 눈빛이 반짝거린다. 야간활동가도 처음 보는, 귀엽고 신기한 곰돌이머리 모양을 한 전구, 작고 귀여운 산타들, 재료와 색상이 다양한 장식볼과 소품, 여러 종류의 리스, 촛불 대신 작은 전구가 반짝이는 향초, 두 개의 디퓨저... 예상 밖의 디퓨저 등장에 잠시 어리둥절했지만 아무려면 어떠랴, 없는 것 보다는 있는 게 더 낫다.

재료들을 모두 꺼내놓자 생활인들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각자의 역할을 해낸다. 두 명의 언니들은 힘든 일을 자처하며 의자 위에 올라가서 높은 곳에 곰돌이 전구들을 붙이기 시작한다. 이전에 트리 장식을 많이 해봤다는 청소년 생활인은 바닥에 앉아 장식볼을 트리에 매달며 실력을 뽐낸다.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잠시 고민하던 생활인은 크리스마스 캐롤을 틀어놓고는 트리 장식에 합류한다. 음악이 나오니 흥겨움이 더해지고 캐롤을 따라 부르며 모두의 손이 바빠진다. 전등불을 끄자 곰돌이들이 은은히 빛나며 제 역할을 해낸다. 땀 흘리며 애쓴 언니들의 얼굴에 미소가 번지고 모두 감탄하며 핸드폰에 담기 바쁘다. 여러 가지 소품들로 집꾸미기가 이어지고 도란도란 이야기와 웃음을 나누는 모습에 활동가의 마음이 훈훈해진다. 자신들의 손가락을 모아 만든 크고 멋진 별을 트리의 꼭대기에 달아주면서 크리스마스맞이 집꾸미기가 마무리되었다.

202012월은 코로나 19로 인해 예년과는 다른 분위기다. 2.5단계로 격상되며 외출이 금지되고 열림터의 크리스마스 행사였던 외식과 뮤지컬 관람이 취소되면서 생활인들의 실망과 아쉬움은 클 수밖에 없다. 대체 프로그램에 관한 활동가들의 고민 끝에 크리스마스맞이 집꾸미기가 진행되었고 생활인들이 즐겁게 참여하면서 의미 있는 시간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집에만 머물러 있어야 하는 시간이 얼마나 더 길어질지 알 수 없지만 답답함과 불편함을 묵묵히 견뎌내고 있는 생활인들이 대견하고도 안쓰럽다.

열림터 생활인들 모두 메리 크리스마스!!

열림터 활동가 전순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