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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림터
숙직일기 본문
열림터 거실의 한쪽 면에는 하얗고 제법 큰 책장이 있다.
오래전부터 있었던 책, 후원으로 보내온 책, 누군가 샀지만 다 같이 읽고 싶어서 꽂아둔 책, 읽고 싶다고 요청한 책등등이 빽빽하게 꽂혀 있다. 소설, 지침서, 교재, 만화책...분류도 되어 있지 않은 되는대로 보고 반납하기(?)를 반복하여 무척 자유롭게 볼 수 있는 이점이 있는 책장.
숙직할 때 가끔 여유가 생기면 재미있어 보이는 책을 골라서 보곤 했다.
어느 날 생활인에게 요즘엔 열림터에 읽을만한 책이 없다고 투덜댔다.
문화생활비로 한아름 사서 잘 정리해둔 책들 중에 하나를 골라주며 읽어보라고 권했다.
숙직하면서 밤새도록 책을 다 읽은 후에 재미있었다면서 돌려주었다.
우리의 미묘하게 다른 점도 있었지만 비슷한 취향이었던 것 같다.
생활인이 퇴소한 후 몇 달이 지난 후에 책장에서 그 책을 발견했다.
나에게 “나를 봐주세요”라고 조용히 말하는 것 같았다.
“앨리스 죽이기”
열림터 활동가 박지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