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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폴짝기금 인터뷰: 지하철에 구겨져서 출근하지만, 재밌게 일하고 있다는 정이 본문

열림터 식구들의 목소리/자립의 과정을 '폴짝!'

2021 폴짝기금 인터뷰: 지하철에 구겨져서 출근하지만, 재밌게 일하고 있다는 정이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설 성폭력피해자보호시설 열림터 2021. 8. 16. 13:30

열림터를 퇴소한 사람들의 자립을 지원하는 2021년 또우리폴짝기금 프로젝트가 시작되었습니다! 올해는 10명의 또우리들이 폴짝기금에 선정되었어요. 기금을 사용할 모든 또우리들과 인터뷰를 진행했답니다. 

여덟번째 또우리는 정이입니다. 좋은 사수와 재미나게 일하며, 야근 식대로 수제버거를 먹는 회사원이 된 정이(!!)의 소식을 열림터 활동가 조은희가 전달합니다.


은희: 정이 안부 나눠줄 수 있어요?

정이: 바쁘게 지냈어요. 퇴소하고 고등학교, 대학, 알바, 지금은 취직해서 회사다니고 있어요.

은희: 좀 더 구체적으로 얘기해주면 좋겠어요. 그때 운동도 했던 것 같은데..

정이: 중학교 때부터 하던 체육종목을 계속해서 고등학교 때 전국대회 입상도 하고, 서울시 대표도 하고 대학도 갈 예정이었는데 부상 때문에 갑자기 건축과로 바꿔서 대학진학을 했어요. 중학교 때 체험했던 건축가에 대한 로망이 생겨 가게되었어요. 그리고 다행히 취직이 잘되어 회사에 다니고 있어요.

은희: 회사에 들어간지 얼마나 되었나요?

정이: 7개월차입니다.

은희: 일은 어때요?

정이: 야근많고 그만큼 돈은 적당히 주고 야근수당 대신 저녁을 맛있는 것 사주죠. 비싼 것으로.. 예를 들어 햄버거 먹고싶다고 하면 카드 주면서 수제버거를 결제해주는...

은희: 그것보다 수당으로 주면 좋을텐데... 일은 잘 맞는지?

정이: 사수를 잘 만나 재밌게 일하고 있어요.

 

은희: 폴짝기금을 알게 되었을 때 어떤 생각을 했어요?

정이: 정말 처음엔 꽁돈, 이런걸 지원받을 수 있구나! ㅎㅎ 퇴소한지 오래되었는데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게 신기했고 이런 시스템이 있다는 것이 정말 신기했어요. 정말 보호받는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은희: 폴짝기금 계획서는 어떻게 작성하게 된 거예요?

정이: 취직하고 나니까 몸이 많이 망가지는 것 같아요. 그래서 자세교정이나 관절 등 건강을 챙길 수 있는 것을 하고 싶었어요. 비타민 이런 것보다 도수치료나 마사지를 해보고 싶었어요.

은희: 운동을 오랫동안 해서 그런지 몸에 대해 예민하게 체크를 하는 것 같네요. 그 외에는 어떤 것이 하고 싶은지?

정이: 일본어 같은 것을 해서 자기계발하고 싶었어요. 7월에 일본어 시험이 있어 6월에 시험대비 특강을 듣고 자격증 대비를 하고 싶었요.

은희: 일본어를 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정이: 일본이 건축이 잘 발달되어 있기도 해서 미리미리 좀 그 언어를 공부해두고 싶어요. 일본의 음식문화에 대해서도 관심이 있구요. 일본을 여행하거나 건축공부를 위해서도 필요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은희: 열림터를 퇴소한 다음 자립하면서 어떤게 좋았고, 어떤게 힘들었나요?

정이: 집으로 돌아가서 당장이 되게 힘들었어요. 가족들과의 관계 등... 고3 지나고 대학 들어가서 분노가 올라와 정신과를 다녔고 지금도 다니고 있어요. 아무래도 잠깐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내 감정을 추슬러야 하니까 정신과 의사 선생님의 도움을 받는게 필요했죠. 이 모든 걸 스스로 해결해야 된다는 것이 힘들었어요.
좋았던 것은 자유로움이예요. 아무래도 다같이 생활하고, 통금도, 있고 규칙을 지키는 것이 힘들었는데 자립한 후에 그런 것에서 많이 좋았던 것 같아요.

은희: 집에서는 어땠어요?

정이: 거의 망나니처럼 살았어요. 놀고 싶은 것 다 놀고, 대학때는 알바하고 해뜰 때까지 술마시고 알바가고. 그런 생활이 되풀이되는 진짜 망나니였어요. 하지만 알바하면서 재미있었어요. 사람들 만나는 것 좋았고 돈 모아서 일본여행 간 것도 좋았어요부모님한테 감사한 건, 20살때는 내 생활에 전혀 관여를 하지 않고 연락만 하고 다니라고 했어요. 몰래 나가지만 않으면 봐주셨어요.

 

은희: 쉼터를 퇴소한 성폭력 피해 생존자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정이: 관련 자료, 정보들.. 퇴소한다고 해도 끝나는 것이 아니라 활용할 수 있는 자료를 얻고 싶었어요. 병원을 찾을때도 가격 비교나 어떤 의사선생님이 좋은가, 하는 정보도 문제였고요.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이 있으면 좋겠어요. 퇴소할 때 전화, 블로그 등에 찾아볼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할 수 있도록 알려주면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추후 필요한 일있을 때 도움줄 수 있는 루트를 알려주는 것도 중요해요.

은희: 병원 갈때는 어떻게 찾아 갔어요?

정이: 혼자서 알아보고 제일 합리적인 병원을 찾아갔어요. 약물처방 중심병원인지 상담중심 기관인지에 따라 기관별로 치료비가 달랐어요. 약물처방 받고 간단히 상담하는 곳이 가격이 저렴했고 상담위주는 가격이 비쌌죠. 다행히 저는 약물이 필요해서 그나마 저렴한 곳에 가서 잘 치료받았던 것 같아요.

은희: 요즘 제일 힘들 때는 언제예요?

정이: 아침에 출근 할 때 힘들어요. 일하러 가야하고 지하철에 구겨져서 가야하는 것, 주변에 키 큰 사람 있으면 정거장도 손가락으로 세어서 내려야 하는.....

은희: 만원의 지하철이 그림처럼 그려지는 것 같아~~ 지금까지 인터뷰 해줘서 고맙고, 오랜만에 얼굴보고 얘기 나눌수 있어 너무 좋았어요.

정이: 사실 처음 전화왔을 때 이상한 전화인줄 알고 받지 않았어요. 다음에 실수로 전화를 받아서 끊으려고 하는데 선생님이 저 개명하기 전 이름을 불러서 잠시 머리가 하얗게 되었어요. 그제서야 선생님인걸 알게 되었구요. ㅎㅎㅎ잊지 않고 연락해주셔서 너무 감사해요.


정이는 '정보'의 필요성을 말씀해주셨어요. 얼마 전 퇴소한 또우리들의 단체채팅방이 만들어졌답니다. 초기에는 서로 안부를 묻다가, 요즘에는 서로 공유하고 싶은 정보들을 나눠주는 모습이 보여요.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될만한 정보를 서로서로 나누는 모습이 멋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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