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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림터 식구들의 목소리/식구들의 감상

열림터를 떠나도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설 성폭력피해자보호시설 열림터 2013. 4. 9. 09:53

<열림터를 떠나도>

 
난 아주 어리고 아직 살아가야 할 길이 멀다고 생각할 나이쯤 열림터에 들어왔다.

 


쉼터라는 곳에서 처음 살게 되었다. 부담이 됐다. 친한 친구가 한 명도 안 생기면 어떡하지? 설레기도 하고 걱정되기도 했다. 내가 제일 막내이기 때문에 혹시 무시하고 많이 못살게 굴진 않을까 걱정이 됐다. 다행히도 쉼터 언니들은 나를 상냥하게 반겨주었다.


”선생님”이라고 하면. 딱딱하고 또래 애들이랑 잘 안 맞을 것 같은데 선생님들이랑 친해지면서 많은 것도 배우며 더 가까워지니까 오히려 덕이 되는 부분이 많았다. 몸의 거리는 열림터 식구들과 더 친하지만, 마음의 거리는 선생님들하고 더 친했다.^^ 선생님들도 딱딱하고 장엄한 분위기가 아니고 오히려 우리 수준에 맞추려고 노력하시고 재미있는 분들도 많아서 오히려 열림터 애들보다 더 돈독하게 지낸 것 같은 느낌이다.
  

식구들끼리는 가까우니깐 서로 물어 보는 것도 의외로 없고 알고 싶은 것도 별로 없어서 겉으로만 가볍게 친하게 지내고 깊게 친해지기 어려웠던 것 같다. 열림터에 새로운 식구가 온다고 하면 매일 한숨을 쉬곤 했다. 사고 치면 어떡하지? 이런 생각을 하곤 했다. 아! 그리고 나는 새로운 식구가 오면 먼저 반겨 주고 말도 걸어주었다. 이유는 열림터 식구들끼리 왕따 없이 다 같이 친해지려고 먼저 다가가서 같이 놀고 일부러 열림터 식구들 하고 같이 어울려 놀게 만들고 그랬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일은 정말 잘한 것 같다.
  

지금까지 수많은 프로그램을 했다. 특별히 좋았었던 프로그램은 성교육 이다. 열림터에서 살면서 처음으로 한 프로그램이 성교육 이고 제일 많이 했던 프로그램이기도 하다. 그리고 성교육으로 인해 나의 심리 상태나 정서적인 부분도 많이 치유가 되었고 고정관념도 줄어들었다. 무엇보다 성에 관한 일 들이라면 문제없이 고민할 수 있었다.

 
기억에 남는 캠프가 있다. 제주도 캠프다. 선덕여왕 촬영지도 가보고, 말 타고 줄도 타는 공연을 봤는데 우리나라 문화를 상징 하는 것 같아서 너무 감동이었다. 그리고 제주도에서 귤을 잘 고르는 방법도 알게 되어 지금 육지에 있는 귤 중에 잘 골라서 맛있는 귤만 먹고 있다^^ 중학교 때 갔었는데 제주도의 바다가 인상이 깊었다. 물 속에 기어 다니는 꽃게가 다 보일정도로 물이 맑고 투명했다. 추운 겨울이었는데 당장 옷 벗고 뛰어 들고 싶다는 생각을 할 정도로 인상이 깊었다. 다시 가고 싶은 제주도~!


기억에 남는 거라면 열림터에 들어왔던 식구들, 그리고 함께 모여 앉았던 식탁과 거실이 제일 기억에 남는다.

거실에서 식구들하고 장난치며 뛰어 놀던 때 가 정말 그립다. 명절에 모여 앉아서 고스톱 치고, 윷놀이도 하면서 가족 같은 분위기를 즐기는 게 참 좋았다.


나에게 하고 싶은 말..

 
“선토끼! 넌 대단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