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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림터가 만난 고민들

여성가출청소년 인권실태 현장조사팀 칠월님 인터뷰 (상)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설 성폭력피해자보호시설 열림터 2013. 7. 31. 09:41

얼마 전 여성신문에서 ‘가출 청소년이 쉼터 대신 모텔 찾는 씁쓸한 현실’이라는 기사를 봤습니다. 이화여대 여성학과 여성가출청소년 인권실태 현장조사팀에서 가출 청소녀들을 직접 만나셨다는 내용의 기사였는데요, 그 기사에서 쉼터가 모범생 중심으로 돌아가서 가출 청소녀들이 가지 않는다는 내용을 보고 좀 뜨끔!  

갑자기 열림터가 잘 운영되고 있는지 고민이 들었고, 그 얘기를 나눠보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쉼터 바깥의 청소녀들은 만나본 적이 없어 현장에서 만난 청소녀들에 대해서도 궁금했답니다.

 

그리하여 현장조사팀에 참여했던 칠월님에게 인터뷰 신청을 했고 흔쾌히 응해주셨습니다. 상담소 모임터로 방문해주셨는데요 활동가들 먹으라며 커피도 직접 볶아 오셨답니다.^^

 

 

 

- 이 연구는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나요?

: 이 연구는 국가인권위에서 의뢰를 받아 하게 되었어요. 국가의 세금이 쉼터에 많이 투입이 되는데 막상 가출한 아이들은 쉼터를 기피하는 이유에 대해 직접 듣고 싶다고 해서 열 명 정도 인터뷰하는 소규모 연구였어요.

지금 가출해 있거나 가출 경험이 있는 청소녀들을 만났어요. 연구자 중 한 명이 대안학교에서 교사를 하고 있어서 그 학교에서 알게 된 청소녀 몇 명을 인터뷰 했고요. 또 부천에 가출 청소녀들에게 밥을 주는 심야식당 ‘청개구리’가 있어서 거기 아웃리치를 가서 몇 명 인터뷰를 했어요.

 

-저희도 청개구리 식당의 한 활동가에게 쉼터 입소 연계 받은 적이 있어요. 청개구리 식당은 어떤 곳인가요?

: 청개구리 식당은 밤이 되면 부천역 앞에 텐트를 쳐요. 텐트를 세 개 큰 것을 쳐서 포장마차처럼 한 쪽에선 등록을 받고 스탬프를 찍어주고 한 쪽은 음식을 나눠줘요. 여기 오는 애들 파악을 하는 거죠. 또 한 쪽은 천을 쳐 놓고 타로 상담을 할 수 있게 해 놓았더라구요.

선생님이 한 명 한 명 보는 거죠. 얘는 새로운 애네, “오늘 어디서 잘거니?” 물어보시고 데려가기도 하시고요. “오랜만이네? 요새 뭐하고 지내?” 한 명씩 말을 거시면서 내가 너를 신경 쓰고 있다는 걸 표현하시는 것 같았어요. 교회에서 운영하는 거에요.

 

-토론회 자료집에 보면 가출 청소녀들이 증가하는 사회적 조건의 하나로 ‘비유예문화’를 들고 있는데요. 자료집에 ‘비유예문화는 ‘미래에 얻을 수 있는 어떤 목적을 위해 현재를 유예하는 것을 거부하며 현재 즉각적으로 손에 쥘 수 있는 것을 선택하겠다는 일련의 태도, 가치를 일컫는 개념(민가영, 2009:92)’이라고 되어 있는데요. 이 부분에 대해서 더 자세히 듣고 싶어요.

: 유예라는 게 나이가 들어도 계속해서 자기 투자나 자기 계발을 할 수 있고 유예를 통해서 자기계발을 하고 인적 자원도 만들고 계층적 안정을 꾀할 수 있다는 건데, 이 친구들 같은 경우에 계층이나 가족적인 환경자체가 학업에 집중하기는커녕, 집 자체가 위험하거나 집안 일을 해야 한다거나 조부모나 동생을 돌본다든가...... 가정이 유예할 수 있는 조건을 제공해주지 않는 거죠.

한 친구의 경우 중학교를 자퇴했어요. 유예를 통해서 자기 계발을 할 환경이 전혀 안 되었던 건데 그러다보니 알바를 할 수도 없는 거에요. 초졸이니까. 패스트푸드나 피씨방 알바를 하려고 해도 최소한이 중졸, 고졸이어서 일단 취직을 하고 “졸업 증명서 떼다 드릴게요” 거짓말을 하다가 결국은 그만두고 돈을 떼어도 할 말이 없는 거죠.

집안도 어머니가 교통사고로 일을 못 하시는데 가족에게 오는 장애수당을 아버지가 다 쥐고 있는 거에요. 그걸 나눠주지 않고 용돈 달라고 하면 때리고......그래서 집에 있을 수가 없는 거죠.

 

- 저는 민가영 선생님 논문은 아직 못 읽었는데요, 비유예문화가 열악한 현실의 측면에서 뿐만 아니라 긍정적으로 읽힐 수도 있지 않을까요?

: 그렇죠. 그런데 그 비유예문화가 십대 청소녀들의 섹슈얼리티와 결합하면서 성 시장에서 바로 주체가 되는 것으로 이어지니까 문제인 거죠.

 

-요즘 애들은 중학교 3학년만 되어도, 자기가 치킨을 시켜먹는 사람이 될지 치킨집 사장이 될지 치킨을 배달하는 사람이 될 지 다 안다고 하더라구요. 교육이 양극화되면서 교육을 통한 계급 상승이나 이런 게 완전히 불가능하니까 애들도 자신의 삶이 다 정해져 있다는 걸 알고, 희망이 없는 시대가 되어버린 것 같기도 하고요.

저희 열림터도 성매매가 늘 뜨거운 감자인데요, 혹시 만나보신 가출 청소녀들 중에 성매매 말고 다른 방식으로 살아가는 친구도 있었나요?

: 가출해서 성매매가 아닌 다른 방식으로 살아가는 친구는 거의 없었던 것 같아요. 지금 하고 있지는 않다고 해도 경험은 있고요. 아까 말했던 그 친구는 같이 가출했던 언니가 있는데 그 언니가 조건만남을 했데요. 그 언니가 벌어오는 돈으로 같이 여관에서 생활을 했데요. 성매매 할 수 있다는 걸 알고 있고, 자기도 할 뻔 했는데 근데 못 하겠더라고 하더라구요. 진실은 알 수 없죠. 성매매는 하기 싫다, 근데 내가 초졸이니까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학력이라는 게 최소한의 유예인데......

성매매반대 운동이 노동운동이랑 같이 갈 수밖에 없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최저임금도 높아져야 돼고. 피자집 사건도 있었지만 고용이 되어도 취약하니까 성폭력 등에 노출될 수밖에 없고, 성적 대상이 되지 않으려고 해도 그렇게 취급 받는 거죠.

 

-가출 청소녀들이 쉼터에 대해서 갖고 있는 불만을 구체적으로 듣고 싶어요.

: 이 친구들은 일반 학교의 12년 교육과정에서 일찌감치 이탈한 친구들이에요. ‘나는 치킨을 튀기거나 배달하는 애다’ 라는 확실한 인식이 있고 교육과정의 시간표안에 자기를 배치하는 게 어려운 거죠. 가출 이유도 학교가 너무 재미없고 학교 다녀서 뭐해, 공부 못하니까 선생님이 무시하고 애들이 무시하고, 집안 사정이 좋아서 학원을 갈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대학을 가더라도 사는 건 뻔하겠지, 이런 식의 허무감이나 자괴감이 큰 느낌이었어요. 검정고시에 대해서도 저희가 “고등학교 졸업장은 있어야지” 하고 얘기하면 “그럼 뭐해요? 대학생들도 다 알바하는데” 이렇게 얘기해요. “나 맥도날드에서 알바하는데 같이 일하는 언니 대학생이다. 근데 나랑 똑같이 시급받는다.” 비전을 못 가지고 있는 거죠.

김은실 교수가 토론회 때 하신 말씀인데 이 친구들이 놀고 싶다고 말을 해요. “노느라 집에 안 갔어요”, “노느라 학교 안 갔어요.” 이러는데 논다는 것의 의미가 뭔가 생각해보면 책상에 앉아있는 것에서 의미를 못 찾는 거에요. 시간표 대로 생활하는 거. 근데 쉼터도 시간표가 있을 거 아니에요.

 

-맞아요. 가장 문제는 귀가 시간이죠. 평일 귀가시간이 7시인데 좀 빠르죠. 다 같이 밥을 먹으면서 얼굴도 보자는 의미도 있고, 예외적인 경우만 늦는 걸 허용해 주는데 사실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시스템이라는 걸 부정은 못 하죠.

: 모범생한테 적합한 시스템이라는 게 교육 과정 자체가 이상적인 생애주기에 결합해서 가잖아요. 그런데 이미 이 친구들은 가정도 이상적인 생애주기를 보장해주는 가정이 아니었고 그런 것에서 즐거움을 느끼지 못하니까 쉼터를 가기 두려워하는 거죠. 가면 아무 것도 못 한다, 담배도 못 피우고 어디도 못 간다 이러면서. 굶어 죽기 직전에 갔다가 잠깐 있다 나오는 거죠.

사실 활동가들도 자유로운 영혼이고 비전있는 사람들인데 바깥에서 아이들이 볼 때에는 수용소라고 생각을 하니까. 근데 이 친구들이 기본적으로 정보가 그렇게 많지 않은 것 같아요. 자기가 아는 또래한테만 정보를 듣기 때문에......

활동가가 져야 되는 책임이 있잖아요. 자유를 줄수록 사고를 많이 치는데 관리 차원에서 그렇게 하시는 건 이해는 되는데... 그래도 그나마 안전한 쉼터 생활을 할 때 차라리 더 주체적인 삶을 살게 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볼 때엔 더 좋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