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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림터가 만난 고민들

신나는 애프터센터 활동가 오매 - 여성주의 자기방어 인터뷰 (하)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설 성폭력피해자보호시설 열림터 2013. 5. 30. 10:07

                           

 

-상담소에서 자기방어훈련 관련한 사업을 담당했던 활동가로써 앞으로 어떻게하면 이를 더욱 활발하게 이어나갈 수 있을까요?

: 저는 처음에는 할 사람이 없는 거구나 하고 생각을 했거든요. 근데 생각을 해 보니까 다른 몸 되기라든지 자기방어가 그렇게 어려운 개념은 아닌데, 누구든 이 프로그램을 기획해서 할 수 있도록 하면 좋겠다, 그게 못할 게 아니다는 생각이 요즘엔 좀 들더라구요. 할 만한 사람이 있으면 하고 없으면 안 하고 이런 게 아니라, 누구라도 자기방어라는 취지 안에서 기획해서 할 수 있지 않을까.

(근데 왠지 운동도 잘 해야 할 것 같고 힘도 쎄야 할 것 같고 하는 부담감이 있지요)

제일 나대는 사람이 하면 돼요. “당신은 자기방어자입니다” 그것의 동급이 개인적인 견해로는 술 잘 먹는 여자, 그리고 몸집 작고 근육 하나도 없어도 말 겁나 많은 여자 있지, 그것도 동급이야.

 

-가 들고 나온 게 ‘안전’과 ‘복지’잖아요. 성폭력 포함한 4대악과의 범죄도 선포하고. 근데 그 ‘안전’이라는 게 결국 가부장의 보호, 국가의 보호 아래 있어야 하는 여성을 만드는 건데, 우리가 자기방어 담론을 꾸준히 가져왔으면 박근혜 식의 ‘안전’에 대항하는 담론이 되지 않았을까 아쉽거든요.

: 그 안전도 쪼금만 생각해 보면 자기방어랑 연결이 안 될 수가 없는 게, 전쟁을 선포하려고 해도 경찰들은 되게 곤혹스러울거야. 성폭력은 어디 가서 기다리고 있을 수가 없잖아. 성폭력은 정말 당사자들이 어떻게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느냐, 자기가 그 일을 겪은 시점이 바로 세상에 알려지는 시점이 되게 그런 환경을 만들어줘야 경찰이 잡든 뭘하든 할 수 있을텐데. 피해자들이 전혀 얘기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라는 것은 경찰은 모르고 당사자들만 알 수 있는 것이죠. “난 아직도 말 못하겠다.” 사회적으로 신고율을 높이기 위한 고민, 신고를 해도 괜찮은 환경을 만들기 위한 데에 초점이 맞춰져야 되는 것이지.

자기 방어라는 게 그 때 현장에서 몸으로 맞서는 걸 수도 있지만 다양한 자원을 활용해서 신고하는 것, 그때 바로 세상에 꺼내놓는 것, 그 상황에서 혼자 끙끙대는 게 아니라 놓여 나오면서 처리는 경찰한테 넘기고 뭐는 누구한테 시키고 자기는 안정을 취하고...... 이런 식으로 컨트롤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해야 하나. 그래서 <보통의 경험> 쓸 때 ‘피해자리더십’이라는 표현을 썼었는데, 그렇게 하려면 자기방어가 필요한 상태에서 죽어버리지 않고 활력을 유지하는 것, 말이든 판단력이든 액션이든 간에 그걸 할 수 있어야 되거든. 당사자들이 다 게이트키퍼라고 해야 하나, 사실 그 분들이 열려서 나오지 않으면 사회는 뭘 해야 할지 모르는 거지.

 

- 근데 몸이 바뀌는 게 쉬운 게 아니잖아요.

: 맞아요. 몸이 바뀌는 게 쉬운 게 아니고, 자기방어하면서 느끼는 거는 진짜 문화적인 코드거든요. 이번에 서울시에서 각 구마다 자기방어 워크샵 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는데, 제일 아쉬웠던 거는 짧은 한 시간의 강의 안에서 젊은 여자애가 말랐는데 허벅지를 절제하려고 성형외과에 가, 수술하러 가는 영상을 보여주더라구요. 남자애들은 근육 키우려고 하고 십대 여자애들은 말랐는데 다이어트 한다고 하는 그런 영상을 보여주면서 그런 걸 비판하는 것도 중요한데, 다른 모델을 되게 많이 보여줄 필요가 있거든. 비판할 재료들을 또 다시 보면서 수업을 하면 그 역효과가 “너도 그렇구나 나도 그런데” 하면서 다시 체념을 하거나, “쟤는 말랐는데도 왜 수술을 하고 저러니”하고 쟤랑 나를 분리하면서 쟤를 비난하게 되거나 하지 않을까.

어떤 분은 몸에 대한 비판 담론도 모르기 때문에 이것부터 시작해야 된다고 하시지만...... 뭐부터 시작할 것인가는 여성운동의 전략에서 되게 중요한데, 마른 여자들 사진 보여주면서 “이렇게 다이어트하면 나쁜 겁니다.” 이런 걸로는 게임이 안 된다는 생각이 드는 거지.

더 신나고 재밌는 뭐가 있고 더 선망할 수 있는 멋있는 게 뭐가 있고, 그걸 이미지나 경험으로도 많이 보여주고. 이 세계와 맞서 싸울 필요도 있지만, 그거 하느라고 날 샐 필요는 없다는 거지. “성폭력은 내 잘못이 아니야.” 이런 걸 좀 넘어서서 다른 거 할 거리가 많다는 걸 보여주자는 거지.

애들한테는 몸이 바뀌는 게 어렵기 때문에 되게 많은 이미지가 필요해. 이시영 이런 사람이나 권투 챔피언 김주희 선수의 팬덤도 필요하고. 우린 여자 스포츠에 팬덤이 너무 없는 거지. 예를 들면 ‘왕자가 된 소녀들’을 보고 팬레터를 써본다든지, 일상이 될 수 있잖아요

몸이 쉽게 달라지지 않기 때문에 그런 사람들을 계속 친구로 엮어주는 게 많이 필요해. 열림터에서 무슨 행사할 때마다 운동으로 시작한다거나, 계속 그런 말과 행동, 막 나가는 말과 행동, 계속 그런 문화 안에서 살 수 있도록. 예를 들면 조금 특이한 여자들이 있다, 그러면 이 사람들 강사로 데리고 와서 보여주고 아니면 조화쌤이 운동을 시작했는데 브라질 무술이다. 거기에 동물 흉내내면서 훈련하는 게 있거든. “조화쌤 오늘은 또 뭐 배웠어요?” 이러면서 막 관심 갖고. 이 선생님의 취미는 뭐다, 좋아하는 가수가 있는데 그 가수는 어떤 사람이다.

애들의 관심을 너무나 일반적인 것으로부터 떠나게 하는 것, 다른 재미거리들을 찾는 게 필요해요. 정기적으로 재밌는 운동을 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봐요. 전에 제가 상담소 일할 때 열림터 애 한 명이랑 두 달 동안 매일매일 야깅을 한 적이 있었거든요. 서른 바퀴를 뛰면서.. 밤에 가까운 운동장에 나가서 공놀이를 한다든지 이러면 똑같이 나대는데 좀 더 관심이 생긴달까.

(저희 요새 일주일에 한 번 운동하고 있거든요. 근데 생각도 못 했는데 애들이 되게 웃기게 빨리 걷기를 하더라구요.)

맞아요. 애들이랑 다 같이 어디 갈 때 헐크 안경을 쓰고 간다든지, 애들이 운동을 배우고 싶다고 할 때도 권할 때 “격투기장 새로 생겼는데 이거 해 보지 않을래?” 결국 안 한다고 해도 애들이 “그게 뭐에요?” 하면서 찾아보면서 관심을 갖는 거지.

 

-몸에 새겨진 ‘습’이라는 게 바뀌는 게 참 힘든데요, 여성성공센터 ‘윙’도 몸의 변화를 중시하잖아요. 일을 할 때 “변명을 하지 말자”는 기조가 있고, 일만 하는 게 아니라 요가나 등산도 하고 인문학 공부도 하고요. 근데 인문학 공부가 힘들어서 그만두고 싶어하는 열림터 친구도 있었거든요.

: 윙은 니체 공부를 통해서 등산도 하고 요가도 하고 신체가 어떻게 바뀌는지가 중요하다고 하더라고요. 사유에 사유를 거듭하다가 몸의 변화가 중요하다에 다다른 것이 아닐까.

저는 몸이 달라지는 거는 세상이 달라지고 있다는 변화의 거의 유일한 증거라고까지 생각해요. 이 사람이 행복한지 말로는 쉽게 할 수 있지만 표정이 어떤지 드러날 수밖에 없잖아요.근데 이게 엄청 재밌어야 된다는 생각은 항상 들어요. 애들이랑도 새로운 걸 해보는 게 숙제처럼 느껴지기 보다는 재밌는 거.

일상을 잘 살아내는 신체를 이야기하면서 규칙적으로 살아야 하고 등산갈 때 도시락을 싸와야 하고...... 근데 그게 처음부터 하기는 너무 힘들어. 일상의 재바름이라는 거는 최고의 고수가 보여주는 내공의 단면이 일상인 거지 처음부터 그러기는 힘들고.

저는 애들한테 다양한 도전, 미션 거리들을 많이 주는 게 필요하다고 봐요. 열림터 여행을 갈 때에도 애들이 지도를 찾아가면서 여정까지 도달한다든지. 저희 언니도 몸을 안 움직이는 사람이었는데 지도 찾기 여행을 다니다가 몸이 트이는 것 같았어요. 전국지도를 보고 우리가 가려는 곳이 어디인지 어떤 길을 따라서 가야 하는지. 이런 걸 기꺼이 하고 흥미롭게 도전하게 되고 그런 과정이 필요하지.

상담소에는 이미 다른 몸으로 사는 여자들이 많잖아요. 애들이 항상 물어보잖아. “선생님은 왜 OOOO안 해요?”(화장이나 다이어트나 결혼?) 활동가들은 평범하지 않은 사람들인데 우리가 애들한테 결코 선망이 아니었다는 점과 항상 싸웠지.(다같이 웃음) (은근히 애들이 다 관심 가지고 있더라구요.) 애들한테는 활동가들이 사는 모습을 자신감있게 쎄게 잘난 척 하면서 말해주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애들이랑 할 게 많이 생긴 것 같아요. 저도 학창시절에는 무술 같은 거 하고 싶었는데 꼭 그런 데 가면 가르치는 사람이 남자여서 매번 망설이다 안 가고 그랬거든요. 열림터 들어오고 나서 밤에 애들 안전을 책임지다 보니까.자기방어에 큰 관심을 갖게 되고 시나리오도 그려보고 그러는데..어느 날은 시나리오에서 내가 가해자가 될 수도 있는 상황이 생길 것 같더라구요. 그런 위험, 피해자와 가해자의 경계 이런 것도 궁금하고요. 실제로 그런 사례가 있나요?

: 피하려다가 가해자가 된 사람? 그거는 쉽지는 않은 일인 것 같아요. 아내가 남편 살해하는 경우도 정당방어 인정이 거의 안 되잖아요. 정당방어의 기준에 따르면 사실 아무 것도 못 했어야 되는 건데 이 사람은 뭔가 한 거지. 예전에 어떤 분이 도망가다가 가해자를 차로 치었는데 그 사람이 죽었어. 그 피해자인데 가해자가 된 분은 집행유예가 되었는데 그것도 ‘유죄’ 인 거였죠.

자기방어는 “출구는 100가지다” 라고 생각하는 거에요. 상황 자체를 컨트롤할 수 있다는 건 어떤 사건이 오기 전부터 알아차리는 것까지 계발이 되는 거거든요. 그러면 몸으로 맞닥뜨리기 전에 전단계가 주욱 있는 거야. 이럴 때 해 볼 수 있는 여러 가지가 넓어지고 시간 간격도 늘어나고. 만약에 성폭력이 있었어, 그리고 나서 내가 이걸 생각하기를 전혀 상처도 받지 않고 괴로움도 없고 좀 짜증은 나는데 처리가 가능한 것으로 내 마음에서 소화하는 것도 포함될 수 있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이 사건이라고 하는 것의 시간 스펙트럼도 늘어나고 그 스펙트럼에서 내가 선택할 수 있는 폭도 되게 넓어지기 때문에, 그 중의 한 가지가 걔를 상해를 입게 했는데 그게 나한테 너무 큰 괴로움으로 남는 건 엄청나게 많은 경우의 수 중 하나라는 생각이 들어.

 

-제가 항상 생각하는 건 열림터 침입이거든요.

(오매와 조화는 누군가가 열림터에 침입했을 때 어떻게 방어할 것인가 한참 시뮬레이션을 했습니다.)

: 그런 생각이 반복적으로 들면 주제로 삼아서 계획을 세우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시뮬레이션을 자세히 하고 애들이랑 얘기해 볼 수도 있거든요.

 

-마지막으로 열림터 활동가들에게 해 주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해 주세요.

: 너무 고생 많으십니다. 사실 열림터에서 일하면서 그 활동과 관련해서 열림터 활동가들이 뭔가 자기만의 특기가 생길만한 여러 주제들이 있는 것 같아요. 엄청 다양한 문화 정보에 능해서 여러 사람을 섭외해 와서 애들이랑 조그만 연주회도 할 수 있고. 한 달에 한 번씩 사람들 모셔와셔 리빙라이브러리 해도 될 것 같고, 살아있는 인간극장을 해도 좋구요.

먹거리 관련해서 좋은 먹거리 관련된 실천을 꾸준히 할 수도 있고. 생활하고 커 나가는 공간이다 보니까 할 수 있는 주제와 분야가 되게 다양해서, 활동가들이 자기가 관심있는 부분을 접목시켜서 하면 좋지 않을까 싶어요. 자기방어도 사실 일상적으로 꾸준히 운동만 해도 삶이 달라진다고 생각하니까요.

 

 

인터뷰를 마치며..

열림터에서 아이들과 함께 지내다보면 가끔 저를 긴장하게 하는 순간이 있는데요, 그건 바로 안전하지 않다고 느낄 때입니다. “내가 너무 예민한 걸까?” 혹은 “나를 방어할 수 있는 힘이 없다고 생각해서 두려워하는 건 아닐까?”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며 고민 해온지가 1년이 넘어가네요. 마음 한구석에 있던 열림터의 안전, 나의 안전에 대해 편히 꺼내어 얘기할 수 있어 참 시원 했어요. 아마 이런 이야기를 누군가와 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열림터 친구들과 나는 서로 어떤 영향을 줄 수 있을까?”  일상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이 자기방어와 연결이 되는 것에 대한 이야기가 구구절절 마음에 남아 아이들과 뭐부터 해야 할까 벌써부터 고민이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