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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림터에서 보내는 6월 소식입니다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설 성폭력피해자보호시설 열림터 2019. 7. 1. 11:16

열림터 사무실의 오후 햇볕이 너무 따가워 장마가 시작된단 소식이 반가웠는데

비는 오는 듯 마는 듯 습한데도 햇볕이 뜨거운 날이 계속이네요.

무더위 견디기 많이 힘드시지요?

 

더운 날도 괴롭지만 새삼 사람이 만나고 헤어지는 일이 무겁게 느껴지는 요즘입니다.

입소와 퇴소는 열림터의 일상이라 새삼스러운 일이 아님에도

지난 5월 6월 식구들의 연이은 퇴소는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합니다.

 

오래전 생활했던 고등학생이 열림터에서 제일 힘들었던 것이 무엇인지 물었을 때

학교 갔다 오면 낯선 사람이 자기 방에 앉아 있는 것이고, 그보다 더 힘든 것은 옆에 누워서 속닥거리던 친구가 나가고 없을 때라는 말을 듣고 느꼈던 복잡한 마음이 새삼 떠올려집니다. 그만큼 열림터 식구들에게 입소와 퇴소는 일상이면서도 특별한 일입니다.

입소는 낯선 사람들과 부대끼며 마주치게 될 스트레스의 시작이며, 퇴소는 그동안 열림터에서 지낸 많은 시간과 사람들을 떠나서 혼자 살기의 시작이니 둘 다 쉬운 일은 아니지요.

 

열림터에서는 새 식구가 들어오면 빨리 적응하도록 돕고 필요한 지원을 계획하여 진행하고 있고, 나갈 때는 혼자 삶을 계획하고 살아갈 수 있도록 준비하여 퇴소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모든 경우의 수를 다 대비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가능한 준비- 심리치료도 마무리하고 직장도 구하여 큰돈은 없지만 작은 보증금이라도 준비된 상태로 자립을 시작하는 것이라면 보내는 마음도 기쁘고 가볍습니다.

하지만 조금 더 준비가 필요하다 싶은 사람이 퇴소를 고집하면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갑작스런 퇴소 요구가 있으면 그 원인을 찾아보려 이야기도 해 보지만 한번 퇴소하고 싶은 마음이 솟구치면 멈추기가 어려운 것 같습니다. 결국은 혼자 지낼 수 있는 작은 고시원 같은 방을 구하기도 하고, 형편이 맞으면 저희가 다른 주거 지원시설로 연계하기도 합니다. 드물게 귀가를 하기도 합니다.

나가는 뒷모습을 보는 마음은 무겁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우리의 지원 방법이나 태도, 계획들을 다시 한번 돌아보고 무엇을 놓치고 있었는지 찾아보게 됩니다.

 

어디서든 잘 살아가기를, 때때로 힘든 일도 생기겠지만 그들의 기억 속에서 떠오르는 열림터가 편안하고 따뜻한 곳으로 느껴졌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언제든 찾아갈 수 있고 만나서 이야기할 수 있는 곳으로 기억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열림터가 그런 곳이 될 수 있도록 저희도 더 노력하겠습니다.

 

더위에 지치지 않도록 건강에 유의하셔서 올여름 무탈하게 지내시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2019년 6월 29일 열림터 정정희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