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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폴짝기금 인터뷰 : "나도 나아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요"- 타인도 나도 돌보는 민기 본문

열림터 식구들의 목소리/자립의 과정을 '폴짝!'

2022 폴짝기금 인터뷰 : "나도 나아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요"- 타인도 나도 돌보는 민기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설 성폭력피해자보호시설 열림터 2022. 9. 6. 13:00

제 3회 또우리폴짝기금 프로젝트가 진행 중입니다. 자립의 어려움을 통과하며 즐거움도 놓치지 않고자 하는 또우리들의 목소리를 여러분과 공유합니다. 올해는 15명의 또우리들이 폴짝기금 프로젝트에 함께 하게 되었습니다.   

 

열림터가 열 번째로 만난 사람은 민기입니다. 민기는 항상 열림터에 있을 자기보다 어린 생활인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신경을 쓰는 따스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에요. 요즘은 마음건강와 심리상태에 신경을 쓰며 자기돌봄을 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왔습니다. 친족성폭력피해생존자가 잘 살아갈 수 있는 사회의 모습에 대해서도 많은 관심을 가진 민기의 이야기를 나눕니다.


 

 

은희: 요즘 어떻게 지내고 있어?

 

🦄민기: 정신적으로 힘들어서 전문 상담 선생님의 상담을 받으면서 치료하고 있어요. 그곳에서 MMPI 검사도 받고 상담 진행해요. 검사를 해보니 편집증이랑 정신분열 쪽도 엄청나게 높게 나왔더라고요. 검사결과가 전반적으로 너무 심각해서 정신과 약을 꼭 먹어야겠다고 하셨고 그래서 약과 상담을 지속하고 있어요. 지금 생활은 정신적인 치료에 집중하고 있어요. 앞으로 복학도 해야 되고 전공수업을 더 수월하게 따라가기 위해서 컴퓨터 언어를 공부하고 온라인 강의도 듣고 있어요.

 

은희: 의료비는 어떻게 하고 있어? 너가 부담하고 있어? 지원 받는 곳 없어?

 

🦄민기: , 비용이 12만원이구요. 한 달이면 48만원이에요. 아직은 시작단계라 잘 모르긴 하지만 미약하게나마 조금씩 좋아지는 것 같아서 아르바이트도 하려고 생각하고 있어요. 상담비를 벌어야 하는 것도 있지만 아르바이트 하면서 사람들하고 교류도 해야죠. 아르바이트도 전공과 관련된 컴퓨터 쪽으로 찾았고 언니가 도움을 주고 있어요.

 

은희: 다행이다. 아르바이트를 하면 경제적인 부분뿐 아니라 학업과 인간관계까지도 도움이 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으니, 잘할 수 있을거라 생각해.

 

🦄민기: , 저도 아무리 해도 제 삶이 원하는대로 잘 안 돼서 글러먹었다고 생각했거든요.

 

은희: 글러 먹은 거라고...

 

🦄민기:도대체 나아지지가 않는구나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검사를 받아보고 선생님이 전문적이고 객관적인 입장에서 제 상태를 살펴봐 주시니 좀 안정이 됐어요.

 

은희: 너가 스스로 상담과 치료가 필요하다고 느끼고 도움을 받으려고 한 것이 정말 대단한 거야. 그런데 어떤 부분이 그렇게 힘들었어?

 

🦄민기: 압박감이 있었어요. 뭔가가 저한테 달려들 것 같은 그런 거? 그래서 혼자 있으면 숨을 못 쉬겠고 계속 악몽을 꾸면서 소리 지르면서 일어나고, 사람이 옆에 있으면 무섭고, 나를 욕하는 것 같고...

 

은희: 하지만 욕하는 것 같은데 사실은 아니라는 것을 네가 알고 있다는 게 중요한 것 같아. 그래서 문제가 있는 것 같다는 것을 인식하고 네가 도움을 요청하고 치료하려는 모습이 정말 대단하고 중요한 것 같다.

 

🦄민기: 이제 서른 살이 되었는데, 결과물을 낼 수 있는 그런 뿌듯함이 필요한데요. 지금 이걸 고치지 않으면 마흔 살에도 똑같이 시달리면서 살 것 같아서요.

 

은희: 주민센터에서 의료비 지원받는 것은 어떨까?

 

🦄민기: 그건 안 물어봤어요. 지금 주거지원과 생계급여를 받고 있어서...

 

은희: 의료급여도 알아보면 좋을 것 같은데.

 

🦄민기: 의료급여 받고 있어요. 근데 너무 양심에 찔려서 망설이고 있어요.

 

은희: 받을 수 있는 것은 받아야지. 미안하게 생각하지 말고 받도록 해. 그것이 복지이고 필요로 하는 사람이 많아야 지원도 늘어날 수 있는 것이야.

 

🦄민기: 상담 선생님도 저의 상황을 알고 배려도 좀 해주시고 계세요.

 

은희: 그럼 이제 두 번째 질문으로 넘어갈게. 지난 해에도 또우리 폴짝기금을 선생님이 안내했는데 너 신청 안 했잖아. 그때는 어떤 마음에서 신청을 안 했을까?

 

🦄민기: 퇴소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어린 아이들이 있잖아요. 그 아이들이 받아야 하는 기금이라고 생각했어요. 그 아이들은 어떻게 돈을 벌어야 하는지 개념도 잡기 어려울 것 같은데, 성인들은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이 많잖아요. 이런 기금이 있다는 것은 위로가 되는 것 같아요. 피해자들한테 나를 도와주는 사람들이 있구나하는 것이요. 그게 엄청 위로가 되는 것 같아요.

 

은희: 지난 해에는 다른 어린 아이들이 좀 더 받는 게 맞는 것 같아서 안했구나. 올해 얘기 들었을 때는 또 어떤 마음이 들었어?

 

🦄민기: 제가 성폭력 피해자이잖아요. 그것도 친족성폭력 피해자인데, 나 같은 사람도 도움을 받으면 나아질 수 있다는 그런 것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은희: 그랬구나. 그건 중요한 것 같아. 그것이 아니더라도 너는 폴짝기금을 받을 수 있는 충분한 자격이 있는 사람인데, 네가 올해 신청해서 나도 기뻤고 마음도 편해졌어.

 

🦄민기: 혹시 이 기금을 정신과 상담에 사용할 수도 있나요?

 

은희: 정신과 지원도 가능해. 너가 그 용도로 사용하고 싶다면 신청서를 수정해서 진행하면 될 것 같아. 우리는 너에게 정말 필요한 곳에 사용하면 좋겠어.

 

🦄민기: 그럼 그렇게 하고 싶어요.

 

은희: 신청서에 원피스, 신발, 미용실 이런 것에도 쓰고 싶다고 되어있던데, 일부는 기분전환용으로 그렇게 사용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

 

🦄민기: 일부는 상담비로 쓰고, 나머지는 학원 수강비 등으로 사용하면 좋겠어요.

 

은희: 그럼 신청서 수정해서 보내줘. 다음 질문인데, 자립했을 때 좋았던 것 아니면 힘들었던 것. 그런 얘기 해볼래? 자립을 왜 선택했고 그랬는데 자립해보니 실상은 어떤 점이 좋았고 어떤 점이 힘들었는지?

 

🦄민기: 싫은 것은 없었는데, 힘든 것은 있었어요. 제가 여기 열림터 살 때는 함께 사는 사람들이 공감해 주잖아요. 자립하고 혼자가 되니까 성폭력 피해자의 심리상태나 그런 걸 이해해 주는 사람은 없었어요. 혼자 있으니까 좀 편하다고 해도 외롭고, 같이 무언가 하면서 소속감을 느낄 수 없어 점점 힘이 떨어지더라구요. 좋았던 점은...

 

은희: 벌써 얼굴이 좋은데?

 

🦄민기: 밤늦게 휴대폰 하고 놀고, 내가 어떻게 하든 눈치 안 봐도 되고, 새벽에 뭔가 할 수 있기도 하고... 그런데 퇴소하고 나니까 사회에 대한 불안이 많아지더라구요. 열림터에서 생활하며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일들을 세상에서는 이해를 못하는 거예요. 직장에서 성희롱하는 것, 근로계약서를 안 쓰는 것... 성인지 감수성이 없는 사람들도 너무 많고, 개념이 없는 사람들을 만나니 너무 화가 나고. 한국이 엄청 글러먹었어요. 그냥.

 

은희: 결론적으로 나쁜 점은 혼자여서 외롭고 허무하고 공감되는 사람들이 없다, 이런거네.

 

🦄민기: .

 

은희: 벌써 마지막 질문이네. 시설을 퇴소한 성폭력 피해자들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이 있을까? 개인적인 것도 좋고 사회나 아니면 국가차원에서라도 지원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이 있을까?

 

🦄민기: 제가 퇴소하여 범죄피해자지원센터에 알아보면 주거 지원을 받을 수 있다고 해서 찾아보았는데 잘 안되더라구요. 시설에서 퇴소하면 그 시기에 맞춰서 주거지원을 받을 수 있는 체계적인 지원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각기 퇴소 시기도 다르다 보니 맞추기가 쉽지 않았어요.

그리고 지난번 선생님께 의논했던 것처럼, 성폭력피해자보호시설 퇴소자들의 경우에 지원받을 수 있는 범위를 넓혀줬으면 좋겠어요. 아동보육시설 보호종료아동이나 청소년쉼터 퇴소자와도 지원 받을 수 있는 범위가 차이가 났거든요. 그 외에도 의료지원과 심리상담 지원도 더 장기적으로 필요하다고 생각돼요.

 

은희: 또 다른 것은 없어?

 

🦄민기: 친족성폭력 피해자들은 가해자가 친족, 친척들이어서 가족 안에서 명절을 보내지 못하잖아요. 명절 때 열림터에서 같이 추석 음식을 만든다던지 이런 프로그램이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은희: 열림터에 있을 때는 그런 것 하자고 해도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외부에 있으니까 더 외롭고 혼자이고 아무데도 갈데가 없고 그래서 같이 모여 뭔가 하는 프로그램이 있으면 좋겠다는 것이구나.

 

🦄민기: 크리스마스 파티나... 혼자 있을 때 사회에서 소외당한다는 것이 좀 느껴지더라고요.

 

은희: 그럴 것 같아. 우리도 그런 생각을 염두에 두고 계획을 해야겠다. 좋은 아이디어 고맙다. 오늘 인터뷰는 여기까지 할게. 폴짝기금 신청서는 수정해서 다시 보내주고 입금은 61일 할건데 10월 말일까지 사용하고 영수증 잘 챙겨서 보내주면 돼. 그리고 11월 정도에 또우리 폴짝기금 평가회의를 진행할 예정이니 그때 기금을 사용하면서 어땠는지 얘기 나눠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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