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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열림터 식구들의 목소리/나눔터 이야기 (10)
열림터
나눔터 90호 I 햇님 마음을 들여다볼 힘과 의지가 있다는 건 희망의 끈을 놔버리지 않은 걸까? 나는 모든 일을 잘하고 싶다. 하루가 지날수록 나아졌으면 좋겠다. 평범하게 살고 싶다. 한번 겪은 불행이나 실수는 스스로 용납하는 것은 두렵고 무서운 일이다. 나 자신한테 증명하기 위해 사는 것이라 할 수 있을 만큼 스스로 행복을 증명하는 웃음과 말들을 했다. 하지만 나는 거짓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에 거짓된 나의 모습을 마주할 때마다 주저앉는다. 잘 지내고 싶은 마음이 크면 클수록 마음이 쪼그라들어 있는 그대로의 괜찮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할 때가 허다하다. 잘 지내려 할수록 잘못 지내게 되는 모순 같다. 앞으로 걸어 나가고 싶지만, 뒷걸음질만 치게 되는 아이러니한 순간들이 반복된다. 사람을 만나게 되는 일이 ..
나눔터 89호 I 은서 2019년 5월 처음 열림터를 나가 자립하게 된 날, 그날 나는 누구보다 개운 하고 홀가분했다고 자신할 수 있다. 열림터에 살면서 많은 도움을 받았지만, 자립보다는 자유롭지 않은 규칙때문에 힘든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열림터에 들어오기 전까지 대학 생활을 하며 자취를 했었기 때문일까. 열림터 생활에서 많이 울고 힘들었었다. 무엇보다 개인적으로 힘들었던 것은 결국 돈 문제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저축이라는 제도가 굉장히 유용하고 또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그 당시 버 는 돈의 70%를 저축하면 100만 원을 번다했을 경우 30만 원이 남는데 이 돈 으로 한 달을 생활하는 것은 놀기를 좋아하던 나에게 굉장히힘든 일이었다. 그것 말고도 사람과의 마찰, 통금과 외박 제한 등 생활인을 지..
나눔터 88호 I 돌고래 어쩌다 알게 됐을까 우연히 인스타그램 팔로우를 받았던가. 종종 피드에 올라오는 사진들을 보다가 음식들이 맛있어보였고 사장님이 혼자 한다는 걸 알았을까 이 식당에 관심이 갔다. 매번 출근하기 전에 가고 싶어하다가 줌으로 하는 자기계발코스를 하고 어느 기분이 좋은 주말에 점심을 먹으러 갔었다. 가게에는 20대로 보이는 커플이 있었다. 사실 난 다른 테이블에 있었던 것 뿐이었지만,혼자 설레고 기분이 좋기도 했다. ‘좋을 때다~’ 그 날 시켰던 카레 이름은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는다. 새우가 들어갔던 것 같고, 카레와 밥을 리필 해주시겠다고 했고, 카레가 맛있다고 기억에 남았다. 그냥 일반적으로 먹던 노란 카레 가루나, 일본 카레 가루도 아닌 독특하고 깊고 진짜의 맛이었다. 아쉬운 건, ..
자기방어훈련 후기 : 저항과 거절 마미 열림터에서는 지난 3월부터 6월까지 자기방어훈련을 진행했습니다. 여성주의 자기방어훈련(Self-Defense)은 성폭력을 비롯한 여성의 몸에 대한 억압에 맞서는 몸-마음 훈련입니다. 열림터 생활인 마미가 자기방어훈련 후기를 전합니다. 피해 상황에서 가장 후회되는 것이, 그때 왜 바로 도망가지 못했냐는 점이었다. 예를 들면 영화에서나 드라마에서는 흔히 폭력 등을 당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럴 때 주인공은 화려한 발차기나 무술을 선보이며 그 상황을 빠져나간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영상 속에 나오는 허구일 뿐, 실제로 일반 피해자들이 저런 무술을 할 수는 없었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였다. 미리 예고된 상황이 아닌 갑작스럽게 당하는 상태에선 나도 모르게 당황해서 이성을 ..
젤리 는 연 2회(1월, 7월) 발간되는 한국성폭력상담소 회원소식지 [나눔터]를 통해서 생존자로서의 경험을 더 많은 이들과 나누기 위해 마련된 코너입니다. 투고를 원하시는 분은 한국성폭력상담소 대표메일 (ksvrc@sisters.or.kr)로 보내주세요. ☞[자세한 안내 보기] 책자 형태인 [나눔터]를 직접 받아보고 싶은 분은 [회원가입]을 클릭해주세요. 한국성폭력상담소를 아끼고 사랑해 주시는 모든 여러분들 안녕하세요. 저는 열림터에서 1년 1개월 동안 다사다난한 생활을 보내고 현재 퇴소하여 자립한 지 한 달이 조금 넘은 열림터 전 생활인 젤리라고 합니다! 모두들 만나서 반갑습니다. 저를 간단하게 소개하자면 열림터의 분위기 메이커이자 많은 생활인들과 선생님들의 사랑을 많이 받았었던 생활인이었습니다. 여러..
나눔터 83호 나비 이야기 - 나비 일상회복 프로젝트’는 성폭력 피해 이후 다시 일상을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것을 생존자가 직접 기획하고 실행하는 프로그램입니다. 본 상담소에서는 2018년 황금명륜 회원님의 지정기부금으로 생존자들이 새로운 것을 배우거나 여행을 가거나 함께 하고 싶은 친구와 문화생활을 즐기는 등 일상 회복을 위한 활동을 지원할 수 있었습니다. 이 프로젝트에 참가한 김봄님의 후기를 전합니다. 2018년 9월 13일부터 11월 8일까지 해피빈을 통해 진행된 모금함은 목표금액 555만원을 달성하여 나비에게 직접 전달되었습니다. 모금에 함께 해주신 분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담아 나비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모두들 안녕하세요? 저는 스물 두 살, 2017년 8월 24일에 열림터를 퇴소한 ‘나비’ 에요..
나는 ‘열림터 활동가’ 백목련입니다. 백목련 누가 자신의 미래를 정확히 예측하겠느냐만은 여성단체 그중에서도 쉼터 활동가가 되는 것은 전혀 계산에 없던 일이었다. 아직 학생일 때 학교 선배이자 상담소 전 활동가인 토리가 내게 열림터 활동을 제안하면서 앞으로 십대와 만나는 활동에서 열림터 경험이 매우 소중한 자산이 될 거라고 했다. 나는 그때 아주 몸서리를 치며 거절했다. 열림터 생활인과 개별 성교육을 하고 있긴 했지만 열림터 생활인들에게 혹시나 상처를 줄까봐 무리한 부탁도 잘 거절 못했었고 까칠하고 다른 사람과의 경계가 아주 분명한 나로서는 생활인들을 대하기가 부담스러웠다. 열림터에서 활동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고 마음을 고쳐 먹은 건 그 이후로 꽤 오랜 시간이 지나서였다. 십대 성교육을 한지 5년차쯤 되..
나눔터 83호 행동할 권리 - 만두 내가 성인이 되어 이제야 내 자신을 돌볼 수 있게 됐을 무렵, 엄마가 암에 걸렸다. 난소암 3기 말이라고 했다. 나는 바보같이 세상에서 가장 불쌍한 사람은 우리 엄마라며 엉엉 울었고 자처해서 대학교를 휴학하고 가게에 나가 생활비를 벌었다. 아픈 엄마는 더 철저하게 나를 장악했다. 이십여 년간의 내 모든 고통들은 자막이 없는 영화처럼 읽히지 않았다. 암환자라는 단어는 그 모든 사실을 가려버렸다. 엄마는 죄책감을 이끌어내 가족들을 자기 마음대로 조종했다. 나는 진실로 세상에서 가장 불쌍하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엄마라고 믿었다. 지원 없이 대학교를 다니면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과제를 하면서 엄마의 역할을 모두 대신했다. 같이 살게 된 오빠와 아빠의 끔찍한 속옷 세탁부터..
나눔터 82호 행동할 권리 - 만두 는 연 2회(1월, 7월) 발간되는 한국성폭력상담소 회원소식지 [나눔터]를 통해서 생존자로서의 경험을 더 많은 이들과 나누기 위해 마련된 코너입니다. 투고를 원하시는 분은 한국성폭력상담소 대표메일 (ksvrc@sisters.or.kr)로 보내주세요. ☞자세한 안내 보기 책자 형태인 [나눔터]를 직접 받아보고 싶은 분은 [회원가입]을 클릭해주세요. (이 글은 2회 연재됩니다.) 2017년 1월. 최순실 국정농단, 박근혜 탄핵, 광화문 광장의 촛불집회. 일련의 뒤숭숭한 뉴스들을 보며 나도 광화문에 촛불을 들고 나가야겠다고 결심했다. 옆에 앉은 엄마에게 물었다. “엄마, 엄마는 5.18 민주화 운동 때 참여했었어?” 무심하게 TV를 보며 엄마는 대답했다. “아니, 엄마 고등..
이 글은 ‘치유하는 글쓰기’ 프로그램에서 생활인 은수가 만든 책의 내용 중 일부입니다. “야! 그만 쳐 자!” 눈을 떴다. 아빠가 소리를 지르는 바람에 화들짝 놀라며 일어난다. 현실인가 보다. 꿈속에서 동생과 풍선을 타고 놀고 있었는데 오늘따라 유난히 아빠의 고함이 더욱 크게 들려온다. 어제 두들겨 맞은 탓인지 온몸에 감각이 없는 듯하다. 이불에서 겨우 나온 다음, 화장실로 갔다. 아빠는 TV를 보며 웃고 있다. 눈이 마주칠까봐 눈을 내리깔고 화장실에 들어가서 거울을 본다. 반쯤 풀린 눈에 입꼬리가 축 쳐져 있다. 애써 웃어보려고 입꼬리를 손으로 올려본다. 나는 거실로 나가고 싶지 않아 화장실 문고리만 하염없이 보고 있다. “은수야 밥 먹어” 엄마가..